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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교윤 Sep 20. 2024

게임이라면 환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재미'

핸드폰, 컴퓨터 게임이라면 쏙 빨려 들어가는 아이들, 부모는 통제하기에 바쁘다. 게임이란, 아이들에게 달콤한 솜사탕보다도 불량하지만, 환상적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환호하는 게임은 교실에서도 한다. 학습 주제의 맞게 다양하게 진행한다. 동기 유발로 할 수도 있고 수업 후 확인 차원에서 할 수도 있다. 교실에서 하는 게임이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을 땀이 날 정도로 움직이게 할 수 있으며 수업에 동기가 없는 아이에게 기운을 줄 수도 있다. 선생님의 아이디어가 고갈만 되지 않는다면 매시간 게임을 하면서 수업하면 아이들은 ‘학교가 너무 재미있어요.’, ‘우리 선생님이 최고예요.’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수업 시간의 게임이 흐리멍덩한 눈도 반짝반짝 빛나게 하고 집에서 꾸중 듣고 와서 시무룩해 있는 아이도 웃게 한다.     



 패스 더 볼 게임은 모든 교과, 주제에 다 적용할 수 있다. 음악과 공과 문제만 있으면 된다. 가장 흔한 게임이면서 아이들의 몰입도를 강력하게 끌어올리는 게임이 있다. 음악에 맞춰 반 전체 아이들은 차례차례 공을 넘긴다. 선생님은 음악을 임의로 중단하고 그 공을 넘기기 전 가지고 있는 친구가 아웃이 되어 문제를 푸는 것이다. “이 공은 폭탄이야! 빨리 넘겨야 해. 하지만 던져서는 안 돼! 다음 친구 속에 잘 넘겨줘야 해.”하고 단단히 규칙을 알려준다. 이 말을 하지 않으면 약속한 듯이 꼭 던지는 아이가 있다. 음악이 신나게 들린다. 고작 게임 음악 소리에 긴장하고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아이들은 내가 공을 어디서부터 시작해 줄지 눈이 반짝인다. 맨 앞에 있는 아이들은 공을 서로 달라고 손을 뻗는다. 나는 약을 올리며 소심하게 한 번 줬다 뺏고 출발시킨다. 넘겨줄 때 공을 놓쳐 바닥에 떨어지면 직접 주워 와서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그대로 이어간다. 나는 매의 눈빛과 타이밍으로 문제를 풀었으면 하는 아이가 공을 잡고 있을 때 음악을 멈춘다. 아뿔싸! 한 템포 늦어서 공이 넘어갔다. 다음 친구가 문제를 풀었다. 얼마나 신중히 문제를 푸는지, 텔레비전 화면에 나온 문제가 뚫릴 정도이다. 문제를 잘 푸는 아이 몇 명, 정말 풀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몇 명, 항상 수업 태도가 좋지 못한 아이 몇 명을 적절히 섞는 것이 중요하다. 내 손가락 하나로 ‘으악!’ 하며 머리를 양손으로 쥐어뜯으면 괴로워하는 아이도 있고, 덤덤히 받아들이며 오히려 문제를 풀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다. 아예 문제를 못 푸는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이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게 문제가 다 끝나고 나면 또 한 번 더 하잖다. 똑같은 문제로! 게임이라면 정말 환장을 한다.      



수업과는 관련 없지만 수업 전에 집중시킬만한 게임도 많다. 내가 10년 동안 학년 상관없이 써먹는 게임이 있다. 1학년에서 6학년, 심지어 4살 딸에게도 먹히니, 참 대단한 게임이다. ‘맛있는 오렌지’라는 게임인데 놀이 수업의 전도사 이인희 선생님의 연수에서 배운 것이다. 준비물은 내 입만 있으면 된다. 아이들을 손뼉 칠 준비를 한다. 나는 ‘맛있는 오렌지!’라고 큰 소리로 삼박자에 맞게 외친다. ‘얘들아, 게임하자!’하는 말은 필요 없다. ‘맛있는 오렌지!’만 외치면 날 쳐다보고 손뼉 칠 준비를 한다. 게임의 위력이란. 바로 ‘맛있는 사과, 맛있는 초콜릿….’처럼 맛있는 뒤에 먹을 것이 나오면 아이들은 동시에 박수를 한 번 친다. ‘맛있는 과자’ 짝! ‘맛있는 수박’ 짝! 그런데 여기서 못 먹는 것이 나오면 손뼉을 치면 안 된다. 이 게임의 묘미는 여기 있다. ‘맛있는 똥’ 하는데 누군가 손뼉을 치면 아이들은 깔깔 넘어간다. 이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나열하고 한 번씩 ‘오줌, 방귀, 코딱지’ 같은 아기들도 좋아하는 더러운 단어들을 한 번씩 넣으면 깔깔거리고 넘어간다. 이쯤 되면 ‘선생님 제가 문제 내볼게요!’하는 친구들이 꼭 있다. 몇 번 시키고 나면 10분이 훌쩍 넘어서 안된다. ‘다음에 또 하자!’하고 중단시키고 수업에 들어간다. 이 게임이 6학년 아이들에게도 먹힌다. 목소리가 걸걸하고 눈빛이 흐리멍덩한 사춘기 아이들은 깔깔깔 넘어가게 웃지는 않지만 집중해서 손뼉을 친다. 이만하면 괜찮은 게임이다.      



이렇게 모두가 즐겁게 참여하고 마무리되는 게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도 있다. 경쟁게임 같은 경우다. 가장 기본인 경쟁게임은 가위바위보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데 꼭 속상한 아이나 불만을 가진 아이들이 생긴다. 선생님 대항 게임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마주 보고 가위바위보를 하면 지면 자리에 앉아야 한다. 비기거나 지면 계속 도전할 수 있다. ‘가위바위보!’ 선생님의 영혼이 담긴 손놀림에 아이들의 생사가 결정된다. 한 번 할 때마다 ‘앗싸!’하는 승리의 감탄사와 아쉬워하는 탄성이 공존한다. 이긴 아이들은 두 주먹을 쥐며 기뻐한다. 진 아이들은 바로 앉지 못하고 자기가 낸 주먹이 정말 이것은 아닌데 하며 아쉬움으로 주춤한다. 뒤에서 아이들이 소리 지른다.

“선생님, 얘 졌는데 안 앉아요!”

속이려는 게 아니라 순간적인 실수에 대해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또 들려온다.

“선생님, 얘 손 바꿨어요!”

고자질의 대가들답게 바로 이른다. 손을 바꾼 아이는 내 손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끝까지 살아남는 아이는 로또 당첨이 된 것처럼 기뻐한다. 그렇다고 이긴 대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게임이 끝나면 여전히 들려오는 소리. ‘선생님, 또 해요.’ 4살짜리 내 딸이 갑자기 내 앞에 와있는 듯하다. 딸을 뒤로 안아 한 바퀴 돌려주면 ‘엄마, 또 해줘.’ 또 하면 해주면 ‘또, 또!’ 이제 마지막이라며 한 번 더 해주면 어김없이 ‘또!’ 시작은 내가 해놓고 후회하는 순간이다.  



이렇게 단순하고 쉬운 게임도 아이들은 긴장하고 들뜨며 즐거워한다. 그러면 선생님이 매일 해줘도 되지 않은가.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렇지가 않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은 보상으로 아껴둬야 한다. 오늘따라 수업 분위기가 좋으면 인심 썼다는 듯 게임을 제안할 때도 있다. 또 반 전체가 몇 개의 스티커를 모으면 게임 1번이라는 보상으로 쓰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져도 좋다니, 간식보다 더 좋은 게임이다.      



아이들에게 ‘재미’는 본능이다. 재미없이 앉아서 학습지만 풀어대도 설명만 듣고는 그 집중력이 반도 가지 않을 것이다. ‘재미’로 동기를 끌어올렸을 때 그 효과는 몇 배가 된다. 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고 싶을 때는 이 요소를 가지고 와보자. 그것이 왜 해야 하고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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