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성욕, 판타지 어떻게 맞추냐!?
인간은 참 특별한 동물입니다. 원숭이도 인간처럼 팔과 다리가 있으며, 문어와 까마귀도 인간처럼 도구를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오늘 기분이 어때?"라고 묻기도 전에 상대방이 슬픈지, 기쁜지에 대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능력이자, 인간이라는 존재를 특별하게 이끄는 근원입니다.
이는 섹스를 할 때에도 드러납니다. 누군가가 알몸으로 내 앞에 나타났을 때, 그 사람의 지식수준이나 통장 잔고를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이 지금 흥분했을까?", "이걸 좋아하고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합니다. 나아가 상대의 오르가슴을 맞추기 위해 타이밍을 조절하고, 호흡을 동기화하려는 노력도 합니다. 이는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그려지지 않습니다. 원숭이들 중에 15초 이상 시간을 들여서 상대와 호흡과 감정을 맞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이런 모습을 보입니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카페 내에 감돌고 있던 커피 향마저도 멈춘 것 같았다. 옆 테이블에서 타이핑을 치던 손가락도 5초 동안 멈춰 선 것 같았다. 겨울 백야 속 오로라가 내려앉는다고 생각했겠지?
흰색 퍼 재킷은 눈부시게 보송했고, 마치 눈꽃송이가 그 위에서 자진 납세하듯 얹혀 있는 느낌이었다. 안에 입은 핑크빛 니트는 핸드크림 광고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 같았다. 쇄골은 자기주장이 워낙 강해서, "쇄골까지 메이크업한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 위를 조용히 장식한 진주 목걸이는 그녀의 피부 위에서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진주빛이 살짝 감도는 베이지 톤 미니스커트는 광택감 덕에 조명 아래서 미세하게 일렁였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짧은 파도가 일렁이는 듯한 느낌. 그리고 롱부츠.
나를 향해 다가오며 눈을 깜박일 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화사한 나미가 살랑이며 눈꺼풀 사이를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속눈썹은 무대 위 조명 아래 빛나는 커튼처럼 예고 없이 펄럭이다 고요히 가라앉았다.
오늘의 그녀는 화려함을 넘어선 투머치 아니 투머치는 아니고 투머치머치머치였다. 색감, 질감, 광택감, 반짝임, 노출, 코디, 모든 것이 최대치로 부풀려진 상태. 마치 피자 위에 치즈를 산처럼 얹어놓은 것 같은. 마치 중국 재벌 2세 여성이라는 느낌을 안겨줄 정도였다. 그녀를 본 누군가는 인스타 스토리에 "중국 재벌 딸 카페 출몰" 같은 글을 업로드하겠지.
평소보다 화려하게 꾸민 그녀를 바라보며 결심했다. 오늘은 헛소리도 농담도 삼키고 가볍게 대하지 말아야겠다. 거의 외교 사절단 수준으로 대해야겠지. 말투, 제스처, 눈빛까지도 귀족에 빙의해서 응수해야지. 적어도 오늘만큼은 내 말투에서 "야"가 나가면 안 되는 날.
"안녕? 뭐 하고 있었어?"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크리스털 잔에 샴페인을 따를 때 나는 소리처럼, 투명하고 맑았다. 평소보다 한 톤 높은 음색, 공기를 살짝 머금은 듯한 말투는, 그녀가 입은 퍼 재킷처럼 사치스럽게 다가왔다. 목소리와 말투조차 집에서 튜닝하고 온 건가?
"아. 응. 책 보고 있었지. 그런데 오늘 완전 다른 사람 같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웃었다. 딱 15도 정도로. 그 순간 그녀의 긴 속눈썹이 조명을 받으며 섬세하게 그림자를 만들었다.
"그래? 그냥 기분이 좋아서. 꾸며봤어."
그녀의 옷차림과 말투를 듣고 있자니, 내 검은색 셔츠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검은색 셔츠야. 오늘은 네가 나올 날이 아니었구나.
분명한 건 하나였다.
오늘 이 대화의 톤은 그녀가 이미 선점한 채 시작됐다는 것. 나는 그녀의 흐름에 맞춰주기 위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모든 말에 긍정적인 맞장구를 치며, 그녀의 하루를 더 아름답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너는 오늘 뭐 하고 싶어?"
그녀의 말은 마치 고급 레스토랑의 디저트 메뉴판처럼 다가왔다. 무겁지 않지만 의미가 있고, 단순하지만 그 안에 여백이 많은. 다시 말해, '진짜 원하는 걸 말해도 될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기 던지게 만드는.
하지만 나는 오늘 외교 사절단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나의 말 한마디, 제스처 하나에 평화협정이 갈릴 수도 있는 고도의 심리전. 상대는 진주빛 미니스커트를 무기로 한 중국 재벌이다.
그녀의 눈을 보니 정확히 1초 정도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나를 바라봤다.
이는 마치 '선택권은 너에게 있어.'라는 메시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곧 다시 올라오는 시선에는 '그 선택은 나에게도 중요할 거야.'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그녀의 눈빛은 한겨울 호수 위에서 반짝이는 햇살 같았다. 찬란하지만 섣불리 뛰어들면 얼어 뒤질 수 있는. 아름다움과 긴장감이 공존하는 그런 눈빛.
나는야 외교 사절단. 정신을 차리자.
이 중요한 자리에서는 절대 급하게 결정하지 않는다.
모든 결정은 '위원회 회의 후 통보드립니다.'라는 마음으로 느리게.
세 번, 아니 다섯 번 생각하고 말하자.
그렇게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냥 지금 너와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여기서 밤도 새울 수 있겠어."
평화롭고 무해한 답.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나의 안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중립국 뺨치는 선언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뭐 하면서 밤새고 싶은데?"
내 머릿속에 있는 작은 회의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무슨 의도지? 함정인가? 솔직하게 말해도 되는 분위기인가? 아니면 개방형 질문을 빙자한 테스트인가? 이 말은 마치, 사막에서 '어디로 가고 싶어?'라고 묻는 꼴이다. 만약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자 무함마드 빈 살만이 나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나는 외교사절단. 최대한 자연스러운 톤으로 말했다.
"그건 너랑 함께 정하는 거지."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속눈썹을 내렸다.
아, 이 정도면 훌륭한 협상이다.
"그럼 우리 뭐 할까?"
"음.. 그러게.. 일단 너와 어울리는 예쁜 곳으로 가야겠지."
"그 다음은?"
그녀는 작게 웃었다. 정말 작게. 미세하게 올라간 입꼬리 하나로 공기의 밀도를 바꾸는 기술에 가까웠다. 그리고 나를 슬며시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너는 나 보면서 다양한 생각을 하잖아. 오늘은 나 보고 어떤 생각 들었어?"
"음.. 그러게.."
나는 시간을 벌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그녀는 더 다가왔다. 거리도 눈빛도.
"너 평소에 내 인스타 사진 보면서, 이거는 분위기가 어떻고 저거는 어떻고 하면서 분석하듯이 말해주잖아?"
"아.. 응응.."
내 목소리가 외교사절단 답지 않게 두 톤쯤 작게 나왔다.
그녀는 기대에 찬 눈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오늘도 분석하듯이 말해줘. 그리고 어디로 데려가고 싶은지도 말해줘."
이쯤 되면, 말 안 하면 도망치는 거고
말을 잘못하면 빈살만에게 처형당하는 거고
잘 말하면… 기름값은 면제받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나는 그렇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어딘가 감춰놓았던 진심 한 조각을 꺼냈다.
"아... 솔직하게 말해볼까?"
"응! 궁금해~"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 해봐. 네 분석 실력, 믿어줄게’라는 말이었다.
“오늘 너를 보면서 든 생각은.. 반지의 제왕을 보면 아르웬이라는 엘프 공주가 있거든? 약간 그런 느낌이야. 신비로우면서도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지금도 살짝 긴장이 되지."
"그러면 오늘도 야한 생각 했어?"
그녀의 질문은 말랑한 웃음에 둘러싸여 있었다. 뭔가 긴장이 풀리는 것 같기도.
"음.. 긴장해서 딱히?"
나는 외교사절단답게 최대한 태연하게 답했다.
"그럼 지금 한 번 해봐. 궁금해."
"음... 지금..? 굳이?"
"궁금해. 조용히 말해봐."
그녀의 눈빛은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고집이 강하니까 중국 재벌이 된 거겠지?
그녀의 눈은 밤하늘을 얼린 얕은 호수처럼 깊게 반짝였고,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초짜 외교사절단인 나는 완전히 붙잡혀버렸다.
나는 주변 눈치를 살핀 뒤 조용히 털어놓았고.
그렇게 나는 정신에 문제가 많은 우주변태 사이코가 되어버렸다.
가끔씩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연인 사이에서 섹스와 관련한 여러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중 하나는 성욕의 불협화음입니다. 침대 위에서 한쪽은 레이저를 쏘는 눈빛으로 "오늘이다!"라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다른 한쪽은 이불속에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지."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일치를 일으키는 악당을 누구일까? 악당은 없습니다. 성욕에는 정상이 없습니다. 사실 정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스펙트럼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섹스 판타지나 취향 또한 사람의 수만큼이나 각양각색이고 다양합니다. 누군가에게는 무난한 상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히!? 이런 미친 새키를 봤나!?" 같은 반응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기만의 은밀한 야한 영화를 한 편씩 돌리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차이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습니다. 이틀에 한 번 섹스를 하고 싶은 사람 A와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한 B 사이엔 분명한 온도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터놓고 말하지 않으면, A는 자기 매력에 의심을 품고, B는 숨 막히는 압박감을 느끼게 됩니다. 처음에는 사랑과 의리의 힘으로 참고 넘어가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심리적 거리는 무섭게 자라나게 됩니다.
여기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방어 기제는 대화 회피입니다. 괜히 변태로 몰릴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쿨한 친구처럼 "네 판타지나 들어보자."라는 태도입니다. 판단 없이, 욕심 없이, 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넌 왜 성욕이 집에 놓고 온건 아니지?" 대신 "요즘 우리 관계가 멀어진 것 같기도 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같은 방식으로, 질문의 방향은 상대가 아닌 우리 또는 관계로 바꾸는 것입니다.
성적 취향의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페티시와 판타지 이는 인간의 창의성이 빚어낸 또 다른 예술의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의사와 환자 역할극'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으며, 또 누군가는 "그건 무슨 미드야?" 같은 생각과 함께 당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나쁜 반응은 "뭐?" 니가 의사를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거지?"라고 분통을 터뜨리는 것입니다. 대신에 "그 상상을 언제 처음 하게 된 거야?" 라며, 그의 뇌 속 배경 영화를 감상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는 음식 취향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개불을 절대 먹지 않지만, 네가 맛있게 먹는 것은 인정한다.' 어쩌면 이게 성적 존중의 기본값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식상하지만 대화가 답이다
이 불협화음을 맞추는 방법은 상당히 식상하지만 대화입니다. 그런데 가벼운 대화가 아닌 솔직하고 비판이 없는 대화입니다. 물론 이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섹스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부모님 앞에서 19금 영화를 보는 것만큼 어색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도 고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말하느냐가 가장 중요한데, 상대를 탓하거나 몰아붙이는 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으로 호기심과 이해심을 장착시키는 게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너는 왜 성욕이 없니?"라고 물을 게 아닐 , "예전만큼 가까워진 것 같지가 않은 느낌이 드네? 이건 무슨 일일까?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전자는 상대방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후자는 우리에 초점을 맞춘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적 취향의 차이가 있을 때는 이해심을 동원한 상상력을 동반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상대의 성적 판타지를 내 입장에 대입하여 이해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여자친구가 "나는 의사와 환자 역할극을 상상할 때가 있어."라고 털어놓았을 때, 남자가 "뭐라고? 너 의사랑 만나고 싶냐!? 어떤 새키야!?"라고 반응하면 대화는 끝입니다. 대신 그런 상상을 왜 하게 되었는지 물으며 그 사람의 머릿속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는 싫은 음식을 대하는 자세로도 비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은 개불을 절대 먹지 않아도 연인이 개불을 맛있게 먹는 건 지지한다.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내 취향이 아니어도 상대가 그것을 좋아할 자유를 인정하는 게 중요한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네 판타지도 이해해 볼게."라는 방식으로 점근 하면 상대방도 마음을 열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공간은 쌍방향이어야 합니다.
성욕과 판타지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화 후 조율이 중요합니다. 둘이 똑같지 않으므로 같은 박자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라도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토끼와 거북이처럼 속도가 다른 커플이라면 중간 위치에 만나보려고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한쪽은 하루에 한 번을 원하고 한쪽은 한 달에 한 번을 원한다면, 일주일이나 격주에 한 번 정도로 타협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양보하면서 합의하는 과정은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 연인 관계를 넘어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에도 보다 안정적이고 원만한 가정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틀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성적 판타지나 페티시를 조율하기 위해 실험 정신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서로 용인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쪽은 강한 BDSM 성향이고 다른 쪽은 평범하다면, 처음부터 야구방망이를 들고 휘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가벼운 느낌으로 손목에 부드러운 스카프를 살짝 묶는 정도로 은은한 구속을 시도해 보거나, 눈을 가려 감각을 돋운다거나, 서로 편안한 선에서 맞보기로 접하는 것입니다.
롤프레이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쪽이 역할극에 관심이 있어도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가벼운 상황극으로 문을 여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를테면 처음 만난 사람처럼 바에서 만나,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설정해 보는 것입니다. 굳이 소품이나 복장을 챙기지 않아도 되는 일상적인 설정이므로 부담이 덜합니다. 이처럼 낮은 강도의 판타지부터 함께 경험을 해보고, 두 사람 모두 재미있다고 느낀다면 그다음에 수위를 조금씩 올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매 단계마다 소통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카페나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의 감정과 느낌을 나누듯이 새로운 섹스를 했다면 이에 대해서도 공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
개인화된 욕망을 대화라는 사회적인 수단을 통하여 조율할 줄 안다는 것은 보다 수준 높은 어른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어른들이 이루고 있는 사회 그리고 국가가 어쩌면 선진국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식사 중에 "나 경찰 복장이 끌리네?"라고 말했을 때, 포크를 떨어뜨리며, "너.. 법 쪽에 있는 사람이었어?" 라며 질겁하는 게 아니라, "그럼 무전기도 준비할까?"라고 반응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인류가 억압적인 성 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성적 정체성과 판타지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은 각 개개인의 고유한 욕망과 개성을 집단의 틀 안에서 이해하려는 사회적 훈련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단순 관용의 문제로 볼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의 감정과 반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상상력 그리고 표현의 훈련 끝에 비롯되는 것입니다. 최근 정치적인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어렵습니다. '상대의 권리를 전제로 한 욕망의 표현'을 하는 대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이 부분에서는 상당히 부족하다고 느껴집니다. 다만, 섹스를 오직 본능으로만 다룬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욕망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는 기술 그리고 거절을 받아들일 줄 아는 태도를 공교육부터 성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훈련하게 됩니다. 이 대화는 윤리적 섹슈얼리티의 문법을 습득하는 실천의 장이자, 이러한 태도를 통해 단순 만족을 넘어 관계의 질과 인간적인 성장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런 대화의 시작이 함께 살 수 있는 가정 그리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시작일 지도 모릅니다.
아.. 그것보다 요즘 왜 이렇게 졸린 걸까? 왜 운동을 못하는 것일까!?!?!
그건 의지 부족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