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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ne'에서 'Only One'으로

by 개미와 베짱이 Feb 25. 2025

모두가 싫어하는 상대적 평가의 결과물 '비교'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이 지난 1월에 시작하여 2월에 막을 내렸다. 박진감 넘치는 쇼트트랙 경기는 전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흥분의 도가니로 빠트렸다. 남녀 선수 모두 치열하다 못해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눈치게임에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가 없었다. 결승점이 얼마 남지 않을 즈음 뒤편에 있던 우리나라 선수들이 단숨에 선두자리로 올라섰을 때 그 희열은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었다. 내 일이 아니지만 통쾌했다.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에 그동안 노고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기 위함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 한 선수 모두에게 응원이 돌아가면 좋겠지만 우위를 가려야 하는 경기에서는 순위가 매겨지고, 그 결과에 따라 관심의 정도가 달라진다. 


'비교'는 삶에서 피할 수 없는 것 중 하나이다. 숙명인가 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빠지지 않은 것이 평가이다. 평가는 절친처럼 우리 일상에 꼭 붙어 다닌다. 그것도 주관적 평가가 아닌 상대적 평가라는 결과지를 들고 말이다. 비교는 모두가 버거워할 뿐 아니라 손사래 친다. 상대적 비교에 의한 평가이기에 더욱 기피 대상이다. '엄친아'의 탄생 비밀이 뭔가. 나의 평가 기준점이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점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비교' 당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 그토록 기피하는 이유는, 오로지 1등만 혜택을 받는 사회적 구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로 'Best One'이다. 


'Best One'이란

'Best One'은 상대와 경쟁에서 이길 때 가능해진다. 순위, 격차, 점수 등으로 매겨진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을 비롯해 모든 운동 경기가 상대적 평가이다. 순위가 곧 우열의 결과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어릴 때에는 '학교 성적'에 전전긍긍했다. 고3이 지나 대학교에 진학하면 대학교 이름이 '학력(學歷)'으로 둔갑하여 줄을 세운다. 사회인이 되면 명함에 새겨진 '직장명'이 자신의 아바타가 된다.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승진에 밀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모든 것이 'Best One'이 낳은 일상의 모습이다. 왜 이렇게 'Best One'에 목말라할까? 사회는 일등 이외에는 아무도 스포트라이트(spotlighet)를 받지 못한다.

모두가 밤잠을 설치며 무한경쟁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더 앞서려는 이유이다. 사회는 총량불변의 법칙에 의해 움직인다. 누가 돈을 많이 벌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의 성과만 받는다. 'Best One'은 쏠림현상을 만드는 근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Best One'이 나쁜 것은 아니다. 사회는 앞서거니 뒷 서거니 우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정함과 공평함, 객관성이 보장된 평가와 보상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선의적 경쟁이라는 페르소나(persona) 뒤에는 치열하지만 다소 비열함도 곁들여져 있지만 말이다.   


'젊은 노년'은 'Only One'으로  

이러한 무한경쟁에서 자유스러워질 수 있는 나이가 오십쯤 되는 것 같다. 'Best One'에서 해방되는 나잇대가 오십 줄 접어들면 세상 눈치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오십이 넘으면 남의 눈치를 볼 이유가 점점 옅어진다. 'Best One'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이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는 'Only One'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행복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중심으로 선회해 보자. 나이가 들면 해 보고 싶은 것이 많아진다. 그동안 '가족'을 돌보기 위해 애쓴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마음 저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하나하나 챙겨 보자. 인생백세시대이다. 즐길 시간이 더 많아졌기에 인생백세시대는 불행의 시간이 아니라, 축복의 시간이라고 한다. 불편함과 돌봄의 부정적 시간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깨닫고 평소에 건강함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까지 남의 눈치를 보면서 'Best One'으로 살아왔다. 이제는 자신만을 위한 'Only One'으로 지내야 한다. 특히 은퇴 이후의 시간은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 또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어령 교수는 360명이 한 방향으로 뛰면 'Best One'이고, 360도 방면으로 뛰면 'Only One'이라고 했다. 은퇴설계는 종합선물세트이다. 남이 했던 것을 따라 하는 '따라쟁이'가 아니다.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밑그림을 그리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색깔을 덧 입히자. 계절마다 다르게 색칠해도 좋다. 누가 뭐라 하는 말에 신경을 끄자. 누가 내 삶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수 있겠는가.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 일환으로 혼자 노는 방법도 연습이 필요하다. 혼자라고 해서 외롭다고 움츠릴 필요 없다. 퇴직하면 기존 비즈니스 관계가 거의 정리되므로, 스마트폰이 주인을 찾는 소리가 하루에 손가락 이내로 줄어든다. 그만큼 혼자 지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혼자 즐길 수 있는 것을 챙겨야 한다. 나는 등산, 사이클, 농사, 색소폰 등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을 오래전부터 연습을 해 왔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다. 또한, 웬만한 종목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수준은 된다. 요즘 중년 남성들이 모이면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당구이다. 당구도 지인들과 함께 어울릴 만큼은 된다. 등산, 테니스, 탁구, 배드민턴, 골프, 축구 등 함께 하자고 부르면 '못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늘 일상이 바쁘다. 혼자서도 잘 지낸다. 여럿이 모여 있을 때에 뒤로 물러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장소와 같이 불가피한 사정이 없는 한 말이다. 이제는 혼자서 잘 지낼 수 있는 것을 준비해야 한다. 더불어 함께 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있어야 한다. 'Only One'으로 '젊은 노년, 여유로운 노년, 의미 있는 노년'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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