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작의 생각
어제 세 번의 저녁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A 거래처 사장님 한 분과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요,
저녁시간 다른 B 거래처 사장님이 갑자기 사무실로 저를 만나고 싶다고 찾아오셨습니다.
A 사장님과 선 약속이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내서 찾아주신 B 사장님도 만나 드려야 하는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제 몸이 2개가 아니고 분신술을 쓸 수가 없기에 같은 식당에서 테이블을 따로 앉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1번 테이블]
A) 부장님, 저희도 00매장 들어가고 싶어요, 저희에게도 기회를 좀 주세요~
나) 사장님, 영업은 모든 게 명분인데요, ㅇ ㅁ ㅂ ㅅ ㅋ 업무 중 하나라도 뛰어나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우리 A 대리점은 Capa와 퀄리티 중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요ㅜㅜ
그리고 제가 부장이라고 00매장 입점 여부는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직원들을 설득할 논리가 있어야 하는데 명분이 너무나 약해요...
A) 부장님, 그럼 어떻게 하면 될까요?
나) 돈을 많이 버셔야죠, 지금 있는 2개 매장에서 생산성을 더 끌어올리고 돈 벌어서 직원도 채용하고 다시 생산성을 올리고 그렇게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나중에는 회사 매장도 받으실 수 있겠죠,
돈 많이 벌어서 명분을 만들어주세요~
A) 네, 꼭 명분 만들겠습니다~
한 시간 동안 1번 테이블에서 이야기하다가 2번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2번 테이블]
나) B형, 형이 ㅇ 실적 조금만 더 챙겨주세요~
(B 사장님은 저보다 2살 많고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하는 사이입니다~1)
B) 알았어, 이번 달은 실적이 너무 안 나와서 쪽팔리네~ 4월부터 본격적으로 해볼게
나) 네, 형님, 제가 이곳에서 벌써 4년 차입니다. 즉, 올해 말에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해요.
근데, 제 후임으로 저는 P 팀장님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P 팀장님은 저보다 3살 많고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하는 사이입니다~2)
허나 ㅇ 실적이 많이 부족해요, 연말에 P 팀장님이 잘될 수 있도록 형이 명분 좀 만들어 주세요~
B) 응, 알았어, P 형이 꼭 잘될 수 있도록 내가 힘써볼게~
1,2번 테이블에서 약 3시간여 동안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거래처 U 사장님이 근처 식당에서 술자리를 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미 얼큰하게 취한 상태였지만 합석을 거부하기 힘든 상황이라 술자리를 파하고 자리를 옮겼습니다.
[3번 식당, 생율이 맛있는 곳]
식당에는 저희와 거래는 하고 있지 않지만 강남에서 사업을 크게 하고 계시는 K 사장님과 저희와 거래는 하고 있으나 실적은 미미한 U 사장님 그리고 작년에 회사를 퇴직하신 제가 존경하는 H 상무님이 계셨습니다.
나) H 상무님,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H) 응, 회사 나오니 스트레스도 없고 건강도 많이 좋아졌어~
나) 네, 다행이네요. 상무님 집이 회사 근처에 있으니 자주 뵈면 좋겠습니다~
H) 응, 건강이 최고다, 앞으로 자주 보자~
H 상무님은 일을 정말 잘하시는 분인데요, 회사 일에 너무 몰입하다가 건강도 안 좋아져서 병원에도 입원하고 다시 복직해서 근무를 하셨지만 더 이상 승진도 못하고 안타깝게도 퇴사를 하셨습니다.
나) U 사장님, 이제 실적 좀 해보게요 형~
(U 사장님은 저보다 5살 많고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하는 사이입니다~3)
U) 알았어 00야, 형이 신경 좀 써볼게~
나) 형?~ 동생한테는 맨날 신경 쓴다고 말만 하고 실제로는 안하잖아요?ㅋㅋ
저랑 손가락 걸고 약속해요?~
U) 알았어~ 잔소리 좀 그만해~
술자리는 밤늦게까지 이어지다가 호프집의 특색 안주인 생율을 까서 상대방에게 서로 먹여주며 훈훈하게 끝이 났습니다.
어젯밤 술자리가 끝나고 두 단어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건 바로 명분이라는 단어와 퇴직이라는 미래의 제 모습입니다.
제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퇴직 후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 지금부터 노력하고 철저히 준비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존경하는 블로그 이웃님인 마부자님이 올려주신 글 일부를 발췌하여 마무리합니다.
[마부자의 도서관에서 발췌]
그때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삶이라는 것은 죽음에게 빌려 살고 있는 것이다."
삶의 주인이 언제든 찾아와 돌려달라고 하면, 우리는 미련 없이 반납해야 한다.
그게 내일이 될지, 1년 후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이 순간도 아무 의미 없이 같은 일상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시간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일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