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면 다를 거라 생각했어

by 행운의 여신


억새꽃이
하늘을 닮아 흔들릴 때,
바람의 결에 실려
나는 너의 이름을 불렀어

설레던 햇살이
내 어깨를 감싸고,
네 미소는 빛처럼
조용히 마음에 스며들었지

봄의 향기 속에서
하루가 피어나던 날,
시간은 숨을 멈추고
세상은 너 하나로 물들었어

그때 나는 믿었어
너라면 다를 거라.

하지만 마음의 그림자는
서서히 번져왔고,
내 속삭임은 바람 속에
조용히 흩어졌지

너는 나를 보았지만
내 안의 깊은 곳까지는
닿지 못했어

사랑스럽던 날들은
달빛 아래 부서지는 파도처럼
조용히 스러지고,
우리의 웃음은
별빛으로 사라져 갔지

그래도 나는 믿었어
사랑은 아직.
이 공기 속에 숨 쉬고 있다고.

안개가 걷히면
너의 이름이 내 하늘에 번지고
그리움은 은빛 비가 되어
조용히 내 눈가를 적실 거야

이제 시간은 흐르지 않아.
고요히 멈춘 바다 위에서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 사이로.
우린 서로의 세계를 항해하고 있어

달빛은 우리의 그림자를 품고.
그 어딘가에서
아직 너로 물들어 있는 나를 안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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