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려도 붙잡는 희망
그날은 어지러움이 나를 괴롭혔다. 떠오르는 기억은 항상 어두웠다. 웃음 속에도 숨겼던 마음이 아픔을 간파했다. 더 일을 키우지 않고 넘기면 남은 건 찝찝함 뿐이었다. 칼날을 맞아도 빼지 못하고 혼자서 고개를 숙였다. 흐르는 눈물은 냉렬했다. 손수건마저 떨어져 닦지 못했다. 나를 지켜주지 않고 슬픔을 더 키워버렸다. 세상이 험악해 보였다. 다양한 문제가 겹쳐서 다가오니 정답이 보이지 않았다. 마음속은 쌓인 어둠의 힘이 폭발해 방화를 했다.
허무한 마음에 의도적으로 극단적인 사람이 되어갔다. 선의의 손길은 의미 없으니 당하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는 노력은 다 필요 없다. 처음 혼동했던 선택으로 인해 큰 파장이 생겨버렸다. 사악한 악마의 내면을 드러낸 것 같다는 착각에 빠졌다. 이렇게 번질 일이 아닌데도 큰 벌을 받는 기분에 막막했다. 그 뒤로 이어지게 된 장면에는 괴물들만 가득했다. 다시 일어서고 싶어도 마비된 몸 같았다. 파괴되어 되돌릴 수 없는 듯한 어려움이 느껴졌다. 마음을 혼동하면서 무서움이 자리 잡아 함께했다.
그날은 길거리로 나갔다. 빠른 속도로 걸었다. 공허함은 찾아왔다. 기적적인 만남을 원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몸은 조금씩 녹았다. 서로 대화하고 웃으면서 지나가는 모습이 충격이었다. 혼자서만 잘못된 길을 가는듯해 주저앉았다. 그 바닥은 차가웠다. 차라리 얼음이 붙은 거라면 녹여내고 싶었다. 따뜻한 온기가 찾아오길 원했으니 불길로 뛰어들었다. 근데 그 열기는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었다. 잘못된 인연이 될 수 있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잠깐의 행복을 위한 행동이 오히려 불행일 수 있다.
사람과의 대화는 오히려 나를 망가지게 했고 무작정 걸었다. 이어폰 속 노래는 끄지 않았다. 그 안에 담긴 예술로 힘을 얻었다. 지나가던 길거리에서 펼쳐진 댄스파티는 만감이 교차했다. 함께 모여서 타인을 의식 안 하고 놀 수 있다는 게 부러웠다. 자연스레 옆으로 갔다. 알코올 냄새와 함께 취한 채로 빙빙 도는 모습에 무서워서 피했다. 난 사회 분위기에 맞지 않은 사람인 걸까? 보기에는 이상해 보여도 어울려 노는 게 정답인 걸까?
그날은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극단적으로 마음속 공허함과 분노가 올라왔던 시간이다. 급하게 들어선 장소는 정답이 아니었다. 최대한 마찰을 피하는 게 답이었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이제는 피한다. 혼자서 걷던 밤거리는 또 하나의 손전등이었다. 불빛을 켜서 주위를 밝힐 수도 있고 눈을 나빠지게 만들 수도 있다. 방향의 오류가 생기지 않게 안정적인 인연을 추구한다. 누군가의 손길에도 나를 지킨다. 혼자서 머릿속을 식히는 시간은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나의 주관으로 어지러움 속에서도 끝까지 서서 중심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