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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반지는 빠졌지만

설렘은 식었지만,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by 재형

손가락에 반지는 빠졌지만


함께하자고 약속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네. 웃으면서 청춘을 함께 보냈어. 나의 20대 생활은 그렇게 끝났고, 자리를 잡을 때쯤 영원을 약속하고 싶었어. 모든 걸 주고 싶을 만큼 설렘이 넘쳤었네.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라고. 사실 나는 절대로 온전한 사랑은 못할 거 같아서 좌절했어. 근데 너를 만난 이후로 거짓말쟁이가 되었네.


나의 일을 놓지 않았지만 쉬는 시간 줄여서라도 보고 싶었어. 울면서 아프다고 만남을 취소했을 때, 평소라면 푹 쉬어라는 말로 끝냈을 거야.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때 약과 함께 간식을 들고 간 건 하나도 귀찮지 않았어. 마음이 먼저 움직이더라. 그런 태도가 너의 눈에도 빛났는지 우리는 서로에게 반지를 끼어줬어. 그날 이후로 만날 때는 절대 빼지 않았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 결국 하나의 동반자로 이어졌어. 섣불리 판단했다 해도 따스했던 만남이 갑자기 깨질지 누가 알았겠어. 아이에 대한 사랑은 평생 함께할 거야. 사랑의 꽃이 피어날 때 직접 경험한 감동은 각자의 아픔을 안으면서 위로해 줬어. 비록 서로의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아서 돌아섰지만, 그것이 영원한 이별을 의미하는 건 절대 아니야.


손가락에 반지는 빠졌지만 색다른 경험을 해보자. 같은 길만 걸으면 지루하잖아. 매번 만족시키진 못할지라도 지금까지의 과실은 반성할게. 더는 상처 주지 않고 10년 넘게 흐른 추억을 문신처럼 새길게. 결국 그 그림은 살아 숨 쉴 거야. 시간이 흐른 만큼 성장할게. 모든 순간을 공유하고 지켜줄 수 없지만, 고마운 마음은 평생이야.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가정의 평화를 이루자.


*

이번 글은 이혼했지만 가정을 지켜야 하는 30대의 입장에서 적어봤습니다. 새롭게 시도하는 연재인데 앞으로도 다양한 삶의 입장이 되어 여러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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