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기 위해 꿈을 꿔

과거의 아픔이 현재를 가로막지 않게

by 재형

살기 위해 꿈을 꿔


보릿고개는 지나갔다. “가정을 이루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하루하루 견디는 것도 버거운데. 나 좀 살려줘. 평범해지고 싶다고.“ 매일 밤 외치던 말이다. 맞다. 어두운 방 안에 갇혀 일만 했다. 굶주리지 않으려면 밥 한 공기도 세끼로 나눠 먹었다. 새끼손가락은 날아갔다.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기계와의 인사가 마지막이었다. 주변 친구들은 꿈을 위해 살고 있어서 부러웠다. 계속 생각했다.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영원히 눈 감거나 악착같이 살아 비극적인 현실을 벗어나자. 두 가지 선택뿐이었다.


나는 굶지만 않는다면 사랑받고 싶었다. 그 사랑이 꿈을 현실로 만들면서 함께 따라올지 몰랐다. 간단하게 유통하는 일이었지만 그때 아무도 하지 않았던 품목을 선택한 것이 어둠을 밝혀줬다. 생각보다 잘 풀려서 돈은 조금씩 늘어났다. 살기 위해 뭐든지 일하면서 버티던 게, 이제는 꿈꾸며 실천하는 생활로 변화했다. 여유 있게 결혼해 가정을 이룬다는 게 행복하다.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다. 부자들 앞에 무시당한 채 아무 말도 없이 걸었다.


적어도 평범한 사람은 되고 싶었다. 아이한테만큼은 나의 과거를 똑같이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언제까지 이 축복이 유지될지 모르지만 모아야 할 순간이다. 망해도 굶지 않도록 열심히 일을 한다. 기회가 있을 때 잡는 사람이 승자다. 과거로 인해 심장 속 맺힌 한이 오히려 성공을 향한 연료가 된다면 웃게 된다. 망친 어린 시절로 인해 영원히 무너지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생길 고난을 상상해도 고개는 당당히 들게 된다.


“살기 위해 꿈을 꿔.” 나의 아이 앞에서 당당히 말해줄 수 있다. 아무리 심각해 보여도 결국은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전해준다. 스스로 삶을 끝냈다면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 사실은 살고 싶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어려움이 몰아쳐 감당하기 힘들었다. 내가 겪은 보릿고개보다 훨씬 더 많은 아픔이 존재했을 걸 상상하니 마음이 아프다. 건강을 잃고 영원히 눈 감은 분들이 살아나면 좋겠다. 다시 기회를 받으면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끝까지 살아 과거의 한을 풀어나가자고 외친다.


*

어릴 적 여유가 부족해 일을 하면서 매일을 버티는 생활을 했던 어른의 입장에서 적어봤습니다. 결국 일이 잘 풀려서 꿈을 꾸며 이루는 생활을 하면 어떨지 상상해 봤습니다. 몰아치는 아픔에 견디지 못하고 마지막 선택을 하신 분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사실은 살고 싶은데 도저히 혼자서 그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는 것 같아요. 기회가 또 있다면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심각한 고난을 넘긴 후에는 그 후 웬만한 위기는 넘길 수 있다고 믿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keyword
이전 03화사랑에 빠지면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