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관계를 맺고 싶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났어. 중학교 때부터 시작된 서사는 태풍 속을 날아가는 비행기 같아. 관계의 발전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흔들림이 거대했어. 그때 많이 불안해서 너의 전화가 올 때면 일부러 받지 않았어. 그 후 문자로 무슨 일이냐고 질문했지. 놀자고 먼저 제안할 때도 나는 거절하는 게 일상이었네. 그때 사람이 무서웠거든. 지금 떠올리면 다가오는 너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따스했네. 더 많이 놀아볼 걸 후회가 되기도 해. 뒤늦게라도 더 과감히 다가가고 싶더라고.
고등학교가 되니까 건강은 회복되었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 떠오르는 사람은 오직 이민혁 세 글자더라. 학교에서 멀어질 때도 잊지 않고 말 걸어준 너니까 평생 고마워. 연락은 줄었지만 그럼에도 궁금했어. 수소문 끝에 알게 된 모습은 충격적이더라. 무언가에 취한 듯한 풀린 눈으로 주위에 보이는 깡패들까지 내가 알던 사람과는 전혀 달랐어.
보자마자 하는 말이 “놀아주느라 힘들었는데 또 찾아오네. 보는 거 지겨웠는데. 불쌍해서 대화해 주니까 본인 친구인 줄 알았나 봐. 한심하네. 이제 같이 있기 부끄러우니까 아는 척도 하지 마.“ 말이 끝나자마자 눈은 풀리고 쓰러졌어. 그런데도 그냥 가버리는 장면에 심장은 망가져갔어. 나의 손으로 119에 전화해 입원해 회복 중이지만 그 당시 기억은 아직도 선명해.
내가 힘을 얻은 존재가 뒤에서는 나의 욕을 했다는 배신감에 아무도 못 믿겠어. 원래도 사람과 마주 볼 때마다 손에 땀은 흘렸는데 이제는 쳐다보지도 못하겠어. 나는 영원히 무인도에 살아야 하나 봐. 앞으로가 걱정이네. 그때 무기력함과 공포에 빠지게 만든 벽을 온 힘을 다해 구멍 내 준 존재가 이민혁인데. 괜히 찾아가서 더 큰 난간에 빠지게 되었네. 능력이 없는 나의 잘못인가 봐. 조금 더 당당했어야 했는데. 매번 작아지니까 주위의 빛은 들어오지 않았어. 어두운 구석만 보여서 스스로 빠져 들어갔네.
그 상황에 찾아오는 농약이 담긴 거센 바람은 피하지 못했어. 나의 몸에는 유해 성분이 들어가 머릿속을 괴롭혔어. 갑자기 마주해야 할 현실에 살아갈 방법은 보이지 않았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를 믿을 수 있을까? 용기를 내서 또 한 번 속을 각오로 친구를 사귈까? 아니면 혼자 방 안에 갇혀 하루하루 버틸까?
나에게는 지금 당장 진심이 담긴 말과 위로가 필요해. 나도 반드시 돌려줄게.
부디 이런 저에게도 사랑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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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고 고마워했던 친구의 이중적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사람의 경험을 써본 글입니다.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은 분들이 공감하고 회복되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