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다에 다시 가기로 약속했잖아

볼 수 없지만 보고 싶어

by 재형

바다에 다시 가기로 약속했잖아


너와 함께 바다에 또 가기로 한 후 그 약속 지키지도 못했네. 푸르던 하늘 아래에 덩그러니 앉아 대화를 나누던 순간은 잊지 못해. 우리가 함께하면 노을이 필 줄 알았어. 공기 중으로 퍼져가는 소리는 거대해. 가볍게 던진 말인데도 많은 힘을 발휘했어. 작은 공으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 같았어. 작은 말이라도 흐르는 눈물을 닦게 만든 손수건 같은 존재였어. 붙어있을 때면 외롭지 않았어. 몰래 숨어서 고개를 떨군 채 반쯤 눈이 감길 때가 종종 있었거든. 그런 괴로운 순간의 빈도가 줄게 되더라.


갑자기 비가 쏟아졌지. 그날은 함께 여의나루를 산책 중이었는데 당황했어. 불길한 예감이 맞았구나. 춥다고 먼저 집에 간 너와의 이별이 마지막 인사인 줄은 예상 못했어.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마음이 찌릿해. 전기가 들어온 것처럼 움찔하는데 가끔씩 보고 싶어라는 말이 튀어나와. 나도 모르게 본능적인 마음인가 봐. 그만큼 쌓아온 만남은 소중했어. 추억의 장면이 무너질 나를 일으켜 세웠으니까.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하는 소빈아 덕분에 얻은 게 많아. 고마워하면서 나의 삶을 그려나갈게. 언젠가 꿈에서라도 나와줘. 웃으면서 만나길 기다릴게.


keyword
목, 토 연재
이전 21화뒤처지는 기분이라도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