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09
이번에 소개할 『으라차차! 버섯 할아버지』는 단언컨대 나를 가장 크게 웃게 만든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보면서 그렇게 크게 웃어본 적이 있던가, 싶을 만큼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신나게 웃었더랬다.
그것도 아주 유쾌한 웃음을..
웃음 코드라는 것이 개인차가 있기 마련이지만,
이 책의 예상치 못한 전개는 사람들의 웃음 버튼을 누르기 부족함이 없다고 본다.
특히나 상당히 세련되고 강력한 설득력으로 무장한 스토리는 웃음의 층위를 다채롭게 구성한다.
솔직히 표지만 봐서는 전혀 예상이 안 되는,
혹은 너무나 빤한 것만 예상되는데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 않던가.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뒷면을 보면
'고단사 그림책 신인상'을 수상했다는 문구로 보아
어느 정도의 내공을 지녔다는 것을 슬쩍 내보이고 있단 걸 알 수 있다.
사실 나는 버섯을 좋아하지 않는다. 향으로도 맛으로도 생김새로도 나의 취향이 전혀 아니다.
무엇보다 기생식물이라는 점이 심리적 거리감을 더 키운다.
나의 이런 소신에 아주 오래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는 넌, 기생동물인데!"
흠.. 말의 뉘앙스나 타격법으로 봐서는 언니 중 한 명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나오는 버섯들은 너무나 사랑스럽다.
이들이 사는 버섯 마을에 어느 날 크나큰 사건이 발생한다.
장난꾸러기 버섯 아이들이 숨바꼭질을 하던 도중 달걀버섯이 절벽 아래로 굴러가 버린 것이다.
그때 몸이 바싹 말라있는 버섯 할아버지가 출동해 절벽 아래로 가뿐히 내려가지만, 달걀버섯을 업고 절벽을 오르기에는 힘이 부친다.
그러자, 버섯 할아버지가 천천히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몸을 담근다.
세상에나! 말린 표고버섯이었던 할아버지가..
물속에서 흐느적흐느적 대더니..
어느 순간..
오동통하게 살이 오르면서 젊은이로 변신한 것이다!!!!!!!!!!
근육 빵빵한 오동통맨이 되어 주먹을 불끈 쥔 버섯 할아버지를 맨 처음 봤을 때, 어찌나 웃었는지 모른다.
생각지 못한 전개이지만, 분명 말이 되는 이야기였다!!!
뭔가 크게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벤자민 버튼의 시계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완벽한 개연성과 핍진성 앞에서 나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숱한 변신의 대가들이 있었지만, 그 어떤 요술공주도 이렇게 과감하고 솔직한 변신의 행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더 놀라운 건, 그 과정을 드러냄으로써 신비함이 저하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니 변신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왜 이리 잘생기기까지!
하지만 무언가를 거스르는 일에는 그만큼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변신한 버섯 할아버지의 힘은 오래가지 못할뿐더러, 계속 젖은 채로 있다가는 몸이 상하게 된다.
이때 위에서 스르륵스르륵 덩굴이 내려온다.
절벽 위에는 물에 불어 젊어진 버섯 할머니가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나! 여기서 다시 한번 놀랐다.
이들의 젊음이 너무나 눈부셨기 때문이다. 그냥 잘 생기고 예쁜 모습이어서가 아니다.
찰나이지만, 이들의 젊음이 아름다웠다.
이건 그림 그 너머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었다.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면, 이들은 다시 원래의 모습을 하고 볕을 쬐고 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아이고, 할멈! 할멈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그렇고 말고요, 할아범! 할아범으로 돌아와서 다행이에요."
...
...
...
...
...
기본적으로 나는 책의 전반을 살피는 것을 좋아한다.
시작하기 전에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귀엽게 정리해 놓은 센스가 좋았다.
뿐만 아니라, 안쪽 표지(inner cover)와 간기면에도 소소한 재미를 담아 놓았다.
안쪽 표지(inner cover)
다양한 포즈의 버섯 친구들
간기면
주인공인 말린 버섯 할아버지와 할머니
Book. 『으라차차! 버섯 할아버지』 이시카와 모토코 글 · 그림 / 김소연 옮김, 길벗어린이, 2017.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