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10
오랜만에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책이다.
『우리가 헤어지는 날』
너무 빤하지만, 이 책은 마지막화에 넣고 싶었다.
하지만 나름의 틀을 세워놓은지라 아쉬우나마 1부의 마지막에라도 소개해보려 한다.
파스텔톤으로 꽉 채운 이 책을 수식해 보라 하면,
슬프게 아름다운
따뜻하게 슬픈
이런 구조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 일찌감치 이별을 경험해 본 아이라면 한 번쯤, 아니 수도 없이 상상해 보았음직한 일을 이 책은 담고 있다. 너무나 순수하고 간절한 그리움..
그래서 이 스토리는 진부하게 다가오는 게 아니라 그저 따뜻하고 먹먹하다.
주인공 아이의 단짝인 코코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이는 코코를 다시 만나게 해 달라고 달님에게 빌고 또 빈다. 밤사이 비가 내리고, 코코의 무덤엔 전에 없던 싹이 돋아나는데..
아.. 코코를 다시 만나게 되는 과정이 너무 근사하다.
이런 기발한 생각이 진부함을 뛰어넘게 만드는 장치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아이와 코코는 여느 날처럼 먹고, 놀고, 산책한다.
뒷산으로 가는 길에 얼룩 고양이를 만나 뒤엉켜 놀기도 한다.
또, 민들레 꽃밭에서 행복한 한 때를 보내는데 둘의 표정만 봐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근데, 문장은 더 기가 막히다.
누군가를 오롯이 사랑하는 마음이 담백하게 잘 담겨 있다.
조금 더 올라가자 민들레 꽃밭이 나왔어요.
코코가 가르릉가르릉 소리를 내요.
노란 민들레가 좋은가 봐요.
나도 코코를 따라 가르릉가르릉 소리를 내 봐요.
나도 민들레가 좋아질 것 같아요.
어느덧 해가 지고 둘은 신나게 춤을 추며 집으로 돌아온다.
파스텔 톤으로 그려 내는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마음 한 곳이 살짝 아려온다. 시종일관 이 책을 감싸고 있는 아련함을 파스텔 톤이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와 더불어 이 책이 지닌 또 하나의 미덕은 소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 아이는 코코에게 근사한 캣타워를 내미는 게 아니라 함께 뒷산에 오르고, 요즘 잘 나가는 츄르를 건네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늘 먹던 대로 식사를 한다. 물론 아이이기 때문에 제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지만, 상상 속인데 마음만 먹으면 못하리란 법도 없다.
그보다는 그리움이라는 감정 안에는 함께 쌓아왔던 일상이 녹아있기 때문이리라.
피곤한 하루 끝에 마루에서 잠이 들어버린 둘..
휘이잉. 바람 소리에 아이가 잠에서 깨어보니, 코코가 마루 끝에 앉아 있다. 주인공 아이는 직감적으로 코코가 다시 떠나리라는 것을 안다. 눈물이 나려 했지만, 꾹 참았다는 말에서 아이들의 추억은 어른으로 성장해 나갈 힘이 되어 준다는 말이 떠올랐다.
코코는 올 때처럼 갈 때도 아름답게 떠난다.
떠나기 전, 아이를 돌아보는 표정은 뭐라 설명하기 어렵다. 자꾸만 그 장면에 눈을 맞추게 된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는 듯했지만..
주인공 아이의 이야기는 여전히 삶과 함께 진행 중이다.
코코의 얼룩 고양이 친구와..
에필로그라 할 수 있는 마지막 장을 보며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그럼 그렇지.. 이런 느낌이랄까.
삶은 계속 이어진다는 거..
이 뻔하디 뻔한 클리셰가 그래도 나는 좋다.
Book. 『우리가 헤어지는 날』 정주희, 책읽는곰, 2017.
H-er.
※ 오늘 연재한 10화를 끝으로 1부를 마칩니다. 다음 주부터 세계관이 확장된 2부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