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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12

by 율하



두 개의 브런치북을 화요일과 금요일에 올리던 중 어느 날, 두 세계관을 결합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릴 도서를 금요일에 연재 중인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짝을 이뤄 선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연결은 「삶의 레시피」 첫 번째 글, 자기에 대한 존중과 함께 합니다.



우선,

너무너무 무더운 여름을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작은 시원함을 건네며 시작해볼까 한다.

마치,

해안가 절벽 위에 서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오늘 소개할 책의 안쪽 표지(inner cover)다.






이번 소개할 책의 짝꿍 글은 <자기에 대한 존중> 편이다.

일상에서의 존중, 자기에 대한 존중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글이다.



존중. 높이어 중하게 여김.

존중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기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니까요.
'나를 응원하는 일'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까요.

사실,
어린 시절의 우리는 모두 잘하고 있었다는 걸, 기억하시나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이 책에는 자존감이 강한 한 소년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 소년의 뒤에는 자존감을 북돋아주는 소년의 아버지가 있다.



사실, 소년은 좀 특별한 구석을 지녔다.

방 창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의 스―.

소나무 가지에 내려앉은 까마귀의 끄―.

아침 하늘에서 희미해져 가는 달의 드―.

소년은 아침마다 자신을 둘러싼 낱말들의 소리를 들으며 깨어난다.



이 표현들이 참 좋았다.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말을 더듬는 사람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려보게 된다.

아마도 작가 조던 스콧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문장이기에 살아 움직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작가는 각자 말하는 방식에 귀 기울여보라고 제안한다. 그의 권유가 신선하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와 그 목소리가 발산되는 형태를 느껴보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순식간에 흩어지는 내 목소리의 여정을 따라가 보려는 노력을 통해 내 몸의 감각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는 걸 깨닫는다. 쏟아지는 나의 말을 잡아보려 애쓰는 모습은 꼭 바람을 잡아보려는 시도처럼 느껴졌다. 바람이 훑고 지나간 빈 손은 찰나의 감각을 기억해 보려 애쓰지만, 이내 다른 감각이 그 위에 덧씌워진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주인공 소년은 특별하다.

자신의 그물망 안에 본인의 목소리를 담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건 소년이 강물처럼 말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작가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는 강물 앞에 서면서 유창하다는 것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되었어요.
강에도 강의 어귀가 있고, 물살의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이 합쳐지는 곳이 있어요.
강물은 자연스레 꾸준히 흐르면서 더 큰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요.
자신의 길을 만들어요. 그런데 강물도 더듬거리며 흘러가요.
내가 더듬거리는 것처럼요.



'더듬거리다'는 단어의 뜻을 살펴보면,

'말이 자꾸 막혀서 술술 나오지 않다'는 뜻도 있지만, '잘 알지 못하는 길을 이리저리 찾으며 가다'는 뜻도 있다. 작가가 말한 내용이 '더듬거리다'는 단어에 이미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소년의 아빠는 발표를 잘 못해서 속상한 아이를,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어 속상한 아이를 강가로 데려간다. 그리고 엄청난 비밀을 일깨워준다.

"강물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이지? 너도 저 강물처럼 말한단다."

아빠의 전달력도 아이의 수용력도 놀라울 따름이다. 타인에 대한 존중도 자기에 대한 존중도 너무 아름답다.

이들의 자존감은 선한 영향력이 되어 우리에게 전달된다.



말을 더듬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말해요.
단순히 말을 더듬는다고 말해 버리기 힘든 면이 있어요.
단어와 소리와 몸을 가지고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복잡한 노동을 하는 셈이거든요. 내가 말을 더듬는 것은 나만의 행위이기도 하지만, 그날 거창하게 말하지 못한 여러 입이 만들어 낸 거대한 흐름의 일부이기도 해요.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날씨 이야기를 가볍게 주고받거나, 사랑하는 이들에게 말을 건네는 그런 순간들이 모여 이루어진 흐름 말이에요.
말을 더듬으면서 나는 누군가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동시에 철저히 혼자라고 느끼기도 해요.
말을 더듬는 건 두려움이 따르는 일이지만 아름다운 일이에요.
―조던 스콧




Book.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조던 스콧 글 / 시드니 스미스 그림 / 김지은 옮김, 책읽는곰, 2021.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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