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태도가 만들어내는 부의 가능성
행복 = 결과 - 기대치
우리는 지난 여정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정부의 화폐정책이 가진 본질을 살펴보았다. 경제적 격차는 단순히 돈의 양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돈을 둘러싼 시스템과 구조 속에서 오히려 부유한 소수가 더 부를 축적하는 현상을 목격했다. 필립 바구스가 『왜 그들만 부자가 되는가』에서 지적한 것처럼, 경제적 위기 뒤 오히려 부가 상위층에게 집중되는 현상은 명백한 현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이 하나 남아있다. 바로 ‘부자란 무엇인가?’이다. 부를 단순히 수치로 정의하면 끝없는 비교와 불만족의 함정에 빠진다. 모건 하우절은 『돈의 심리학』에서 워런 버핏의 말을 인용하며, '행복이란 결국 결과에서 기대치를 뺀 것'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기대치를 얼마나 조절하느냐에 따라 행복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늘어나는 욕망의 크기만큼 경제적 성취가 따라가지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부자가 아닐 것이다.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명이지만, 검소한 생활 습관과 소박한 가치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진 부에 대해 만족하며 스스로의 기준을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실제로 그는 여전히 오마하에 위치한 작고 소박한 집에서 지내며, 값비싼 물건이나 호화로운 생활과는 거리를 둔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자가 되는 가장 확실한 길은 자신의 현실적 만족 기준을 명확히 설정하고 그 기준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며, 더 큰 행복은 오히려 더 낮은 기대에서 나온다는 역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버핏이 보여준 바와 같이 부는 객관적인 숫자가 아니라 주관적인 만족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 우리는 비로소 경제적 자유와 함께 행복한 부자로 살아갈 수 있다. 이처럼 행복의 방정식은 복잡한 경제적 공식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서 기대치를 조절하는 단순한 원칙에서 비롯된다.
'충분히'를 위한 본인만의 기준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자유와 행복을 원해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충분함’은 상대적이며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다.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부를 아무리 쌓아도 결코 만족하지 못하는 끝없는 여정이 시작된다. 그래서 하우절은 각자가 자기만의 명확한 ‘충분함의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타인의 기준이나 사회적 평균에 맞추는 순간 우리는 영원히 끝없는 불만족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산 인플레이션 시대에서 남들의 자산 증가와 부의 축적 속도를 쫓는다면 늘 부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돈의 명목적 가치는 올라가지만, 우리의 마음속에서 만족의 기준도 계속 올라가게 마련이다. 결국, 본인만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면, 환경이 변할 때마다 만족감을 잃고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부의 충분함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은 경제적 여유가 아니라 정신적 여유를 만들어준다. 예를 들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명확한 기준이 있다면, 경제적 환경의 변화나 인플레이션의 압력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행복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편안히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자산’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기준도 매우 효과적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소비나 재산 규모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맞추어 현실적이며 구체적인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다. 진정한 부자는 스스로의 기준이 명확하여 외부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충분함의 기준을 스스로 만들고 지켜낼 때 우리는 진정한 부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금융은 사람들의 행동을 따른다. 나의 행동이 스스로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여도 당신에게는 미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돈의 심리학』본문 中
전망 대신 대비: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의 공존
사람들은 늘 미래를 알고 싶어 한다. 경제 전망은 언제나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미래는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예측하려는 욕망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예측이 아니라 대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하우절은 '저축하라'라고 조언한다. 우리는 흔히 저축을 할 때 어떤 목적을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집이나 차를 사기 위해서 혹은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는 식이다. 그러나 진정한 위기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사건에서 발생한다. 그때 필요한 것은 우리가 목적 없이 저축해 둔 돈이다. 예상치 못한 경제적 충격이나 개인적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경제 시스템과 인플레이션, 정부 정책 등은 근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다. 과거의 흐름을 분석한다고 해서 미래를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수많은 경제학자와 투자 전문가들조차 반복적으로 예측에 실패한다. 이것은 그들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미래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우절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겸손이 우리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한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을 인정할 때 우리는 예상 밖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여유와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우리는 단기적인 전망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태도를 갖추게 된다. 결국,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은 언제나 ‘틀릴 수 있음’을 가정하고 다양한 가능성에 열린 태도로 준비하는 것이다.
시간의 가치: 복리의 마법
금융 시장에서 사람들은 종종 ‘무료입장’을 기대한다. 테마파크에 가면 우리는 비싼 입장료를 기꺼이 지불하면서도, 금융시장에 들어올 때는 아무 대가 없이 수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금융시장에서의 입장료는 ‘가격 변동성에 따른 심리적 고통’이다. 하우절은 '시간이 지나는 동안 큰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 대가로 인내라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인내는 수익률이 낮을 때도, 시장이 흔들릴 때도, 주변 사람들의 성공담에 흔들릴 때도 나를 붙잡는 힘이다.
복리는 단순한 이자 계산 공식이 아니다. 복리란 '시간이 가져다주는 이익의 기하급수적 누적'이다. 워런 버핏이 젊은 시절부터 투자를 시작해 오늘날 엄청난 부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도 그의 투자 철학이 아닌 '긴 시간 동안 복리를 작동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 하우절의 지적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지가 아니라, 그 수익률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가다. 이 원리는 투자의 세계뿐 아니라, 인간관계, 업무, 습관 형성 등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도 적용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이 ‘시간의 가치’를 종종 간과한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목을 매거나 조급하게 시장을 떠나버리면 복리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복리는 시간이라는 장기적 자산이 있을 때에만 작동하며, 그것은 꾸준함과 기다림이라는 태도를 요구한다. 단기적인 변동성은 복리의 필연적 동반자이다. 이 불편함을 견디는 사람에게만 시간이 아군이 되어준다. 복리의 마법은 오직 시간을 견딘 자에게만 보상한다.
특별함보다 뛰어난 꾸준함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한 비결로 ‘특별한 무엇’을 찾곤 한다. 뛰어난 투자 감각, 시의적절한 정보, 또는 탁월한 재능 말이다. 하지만 하우절은 진정한 부를 만들어내는 힘은 ‘특별함’이 아니라 ‘꾸준함’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가 부러워하는 부자들의 대부분은 빠르게 부를 이룬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단순하고 기본적인 원칙을 반복해 온 사람들이다. 단기적인 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일관된 선택이 복리를 가능하게 했고, 복리는 결국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꾸준함은 특별함보다 실천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왜냐하면 꾸준함은 지루함을 견디는 인내와 성실함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을 때도, 주변에서 더 빠른 길을 제시할 때도, 자신만의 속도를 고수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부의 핵심은 복잡한 전략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는 그의 조언처럼 가장 우수한 전략이나 방식을 고수하기보다는 자신이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
소비가 아닌 자율성에 투자하는 삶
우리는 종종 돈을 많이 벌면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여가. 그러나 하우절이 말하는 진짜 부의 목적은 ‘소비’가 아니라 ‘자율성’이다. 자율성이란, 나의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며, 이는 가장 강력한 형태의 부이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소중한 것은, 일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자유다.
사람들이 자주 혼동하는 것이 있다.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우절은 '진정한 부는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때,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에서 온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곧, 단순한 숫자로서의 자산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가 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부자가 되고 싶은 이유는 결국 더 자유롭기 위해서다. 그런데 오히려 많은 부를 쫓는 과정에서 그 자유를 잃고 있다면,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자율성을 추구하는 삶은 소비와는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더 적은 것을 소비하되, 더 많은 자유를 누리는 삶이다. 많은 돈을 쓰는 것보다, 내가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많다는 것 자체가 훨씬 강력한 만족감을 준다. 부자란 결국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일을 할지, 하지 않을지, 언제 일할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삶이 진정한 부자의 삶이다. 그리고 그러한 삶은 소득보다 태도가 결정한다. 소비가 아닌 자율성에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부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람이다
부란 벌어들인 것을 쓰고 난 후 남은 것이 축적된 것에 불과하다
『돈의 심리학』본문 中
지금까지 화폐에 대해 살펴보며, 신용창조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개인이 그 안에서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정리해보았다. 인플레이션은 의도된 구조였고, 자산 가격은 통화정책의 결과였다. 자본의 흐름은 철저히 설계되어 있었고, 그것은 결국 특정한 방향으로 유리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이 구조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저축하고 소비를 줄이는 것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애초에 돈과 빚이라는 것은 자본주의의 산물인 것일까?
전통 경제학은 화폐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인류학적 관점에서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신용, 즉 ‘빚’이라는 관계가 존재했다고 본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금융 시스템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일까? 다음 장에서는 화폐가 아닌 부채의 관점에서 인류의 경제사를 다시 들여다보려 한다. 화폐 이전에 존재했던 빚의 구조, 그리고 그것이 사회를 어떻게 조직했는지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의 뿌리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한다.
참고도서 : 돈의 심리학, 지은이 : 모건 하우절, 출판: 인플루엔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