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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라이프 성공편 (1)

젊음을 알고 

by 정승혜 Mar 20. 2025

ep.7 캄보디아라이프 성공편 (1)












♬ Esperanza Spalding - Precious


음악과 함께 감상해 보세요 :)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으면서 학교는 참 열심히 다녔던 것 같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복지란 복지는 다 누리면서 K-대학생의 삶을 알차게 보냈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학교에서 연계하는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도 갔었다. 나는 한 학기 동안 캄보디아 프놈펜 세종학당에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었다. 젊음을 알고 누렸던 내 생애 가장 뜨거웠던 여름이었다. 일면식도 없던 캄보디아에 혼자 뚝 떨어져 씩씩하게 외국 생활을 시작했다. 방을 잡는 것부터 새로운 도전이었다. 아주 운이 좋게도 학당 행정 선생님과 NGO 단체에서 일하고 있던 엄마 친구 딸(실제로도 엄친딸이었다.)인 J 언니가 집을 찾는 것을 도와주었다. 기숙사 생활밖에 안 해 봤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내 첫 자취였다. 캄보디아의 주 교통수단인 툭툭을 타고 구석구석 세입자를 구하는 빈집을 돌아다녔다. 네다섯 군데를 돌아다녔고, J 언니가 머물고 있던 원룸 빌딩에 방이 하나 남는다고 해서 그곳으로 결정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분리형 원룸이었다. 부엌이 밖에 있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 침실이 있었다. 동양인 여자 혼자 살기에 안전이 최우선이라 좋은 집을 구했다. 밖에 경비가 있었고, 엘리베이터가 있고, 소방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이었다. 게다가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가면 공용 수영장이 있었다. 수영장이라니. 내 생애 수영장 딸린 집에서 살아볼 수나 있을까 싶었는데, 잠깐이었지만 아직도 참 운이 좋았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NGO 단체에서 근무하는 J 언니 덕에 발품을 많이 팔지 않고도 좋은 집을 구할 수 있었다. NGO 단체에서는 직원들의 거주지에 대한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한 건물에서 사는 것이 금지된다고 했다. 처음 안 사실이었다. 그렇게 새로운 터에 한국에서 들고 온 짐가방을 풀었다. 커튼을 열면 뜨거운 동남아의 태양빛에 방이 금세 익었다. 뜨거운 열을 온몸으로 받기 위해 매일같이 밖으로 나갔다. 나가기 전엔 가방을 메고 꼭 그 위에 남방을 입었다. 내리쬐는 직사광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소매치기로부터 내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캄보디아에서 생활하면서 나의 관찰력이 전보다 한층 뛰어나졌다. 안 그래도 취미가 사람 구경이었는데,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캄보디아에서 내 몸뚱이를 지키기 위해 내 모든 오감이 진화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절망 편에서 소개하고 싶다. 힌트를 드리자면,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국에는 벌레가 참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는 것이다.



  학당에서는 학생들에게 한국 노래를 가르쳐 주었다. 거의 대부분은(이라고 말하고 전부라고 쓰겠다.) 케이팝을 좋아해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공부하러 가거나, 일하러 가고 싶은 학생들이었다. 학생들은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20대 초·중반의 열정 넘치는 캄보디아의 청년들은 나와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 노래를 불렀다. 의외로 신기했던 것은 캄보디아의 감성이 우리나라와 참 닮아 있다는 것이었다. 블랙핑크, 엑소, 방탄소년단의 노래는 물론이고, 캄보디아에서 인기 있는 노래는 의외로 한국 감성 발라드였다. 박봄의 <You & I>, 이승철의 <인연>,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 장윤정의 <초혼>까지 나오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아이돌 가수의 솔로 발라드 노래를 좋아할 줄 알았는데, 왠걸 전혀 아니었다. 캄보디아 길거리엔 케이팝이 거의 많이 울려 퍼져서 현지 음악을 들을 일이 많이 없었는데, 우연히 마트에 갔다가 캄보디아 가요를 듣게 되었다. 캄보디아 가수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오는 구슬픈 자락과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발라드와 뽕짝 그 사이의 절묘한 감성을 두드렸다. 2000년대의 ‘그 감성’과 아주 많이 닮아 있었다.



  학당에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나 혼자 지내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외국에 뚝 떨어진 조선 한량과 다름없었다. 그곳에서의 삶은 파라다이스였다. 일도 좋았고, 돈도 받았고, 시간도 많았다. 젊었고 건강했다. 더운 날씨 탓인지 쉽게 기분이 들떴고, 난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사람이 없었다. 무척, 아주, 매우 심심했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어디를 가야 사람들을 사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집 근처 시내에 프랑스 어학당이 있길래 외국인을 위한 프랑스어 수업을 등록했다. 그때부터 나의 진정한 캄보디아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 2편 다음주에 이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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