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가장 소중한 존재였다.
아내는 내가 살면서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다. 아내를 위해서라면 희생할 수 있었고, 참을 수 있었고, 견딜 수 있었다. 나 자신을 기꺼이 내어주고 싶었다.
아내와 결혼하면서 나는 앞으로 결혼 생활에 대한 나름의 좌우명을 정하고, 그걸 카톡 상태메시지에 적어놓고 늘 마음에 새겼다.
Happy wife, Happy life
아내가 행복해야, 삶이 행복하다.
정말 그렇게 믿었다. ‘내가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면, 아내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줄 거야.’, ‘내가 아내를 위해서 희생하면, 아내도 내 진심을 알아주고 나를 위해 희생해 줄 거야.’ 내가 아내를 위하는 만큼 내 결혼생활도 행복해질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런 나를 두고 일 년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났다. 그동안 쌓아왔던 우리 관계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깨지고 말았다. 허탈했다. 비록 내가 다른 사람들처럼 좋은 차 좋은 집에 살게 해주진 못했지만, 내가 아내에 준 마음만은 진심이었는데… 누구보다 더 아내를 사랑했는데.
아내가 말하길, 그는 나와는 달리 대화가 잘 통하고, 옷도 잘 입고, 남자로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에게선 느낄 수 없던 감정들을 그에게서 느꼈고, 그 사람 때문에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썅! 그 새끼랑도 결혼해서 8년을 같이 살면 여전히 대화가 잘 통할 거 같아? 나는 뭐 할 줄 몰라서 안 꾸미고 사는 줄 알아?.'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그동안 너를 위해 참고, 희생하고, 노력했던 것들은 다 뭐지? 내가 그동안 너를 위해 포기했던 것들은 다 뭐지?
아내는 프리랜서로 악기연주를 했다. 상위 1% 실력이 아니면, 어지간해서는 대한민국에서 악기로 먹고살기가 쉽지 않다. 아내는 사람들 비위를 맞춰가며 레슨을 하는 걸 힘들어했고, 결혼식 등 행사를 뛰러 다니는 것도 싫어했다. 오로지 필드에서 우아하게 공연/연주만 하고 싶어 했는데, 그렇게 해서는 벌 수 있는 돈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그래, 인생이란 게 꼭 돈을 버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닌데.. 너무 돈, 돈 거리면서 내가 아내를 힘들게 했던 건 아닐까. 돈 버는 게 중요하면, 내가 더 벌면 되지 않나? 아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게 해 주자.’ 그렇게 다짐했었다.
그래서 나는 아내가 돈을 벌지 않아도 상관없을 만큼, 더 많이 벌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주말에도 일하며 투잡을 뛰었다. 주변에서는 너무 힘들지 않으냐고, 좀 쉬어야 하지 않느냐고 걱정했지만, 난 괜찮았다. 견딜만했다. 아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는 이겨낼 수 있었다.
아내는 그런 나의 마음을, 그런 나의 노력을, 그런 나의 믿음을 발로 걷어차버렸다. 내가 아내에게 주었던 소중한 마음은 길바닥에 내던져졌다. 내가 그동안 아내에게 준 것은, 나에겐 정말 소중한 것이었는데... 내 모든 걸 준 거였는데.
너무 비참하고 속이 상했다. 가슴이 아프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나의 존재가, 나 자신이 부정당하고 버림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아픔과 눈물에 상실감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