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선택
나에게 아내의 외도와 이혼이라고 하는 현실은, 마치 예상할 수 없이 일어난 사고처럼 나를 덮쳤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 동안, 설마 아내가 다른 남자를 만나리라고는 나는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처음에 아내가 내게 외도 사실을 털어놓았을 때, 나는 아내를 용서해 주겠다고 했다. 당시에 내가 말한 용서는, 사실 당장 코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내 머릿속엔 온통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할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예전처럼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살 수 있을지 그런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선 물어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 스스로에게도 질문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아내를 용서할 수 있는지, 앞으로 나는 아내의 외도를 가슴속에 묻고 평생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갈 수 있는지를.
그렇게 용서하겠다고 했고, 다 없던 일로 묻어두자고도 말했지만 아내는 예전처럼 돌아오지 못했다. 그때는 그게 정말 이해가 안 됐다. '내가 괜찮다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야?'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나를 두고 일 년 가까이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준 사람이, 이젠 자신의 외도까지 드러나 버린 상황에서 어떻게 아무 일 없는 듯 하하 호호 지낼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한참 동안, 우리에게 이미 벌어진 일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했다.
‘아냐, 잠깐 실수한 걸 거야. 아내의 진심은 그게 아닐 거야. 본인도 지금 잠시 당황하고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일 거야.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돌아갈 수 있겠지…‘
그렇게 믿고 싶었다. 괜찮아질 거라고.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을 다독이며 버텼다. 그때 난 무엇이 그렇게도 무섭고 불안했던 걸까.
그것은 아마도, 내가 너무나도 사랑한 사람이 이젠 나를 떠났고, 나를 보고 웃어주던 사랑스러운 아내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 내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영원할 거라 믿었던 우리의 사랑이 이젠 끝나버렸다는 사실.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다짐한 나의 약속이 실패로 끝나버렸다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기에, 나는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고, 끝까지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이 되었을 때, 나는 선택해야만 했다. 나의 실패를 인정하고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날지, 아니면 그 실패를 애써 외면하며 고통 속에 계속 머무를지를.
답은 명확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내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만 했다.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우리의 찬란했던 결혼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행복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실패의 쓰디쓴 고통을 감내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