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
한동안 연재를 잇지 못했다. 그 이유는 혼자 지내는 생활이 충분히 편안해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편안함을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이혼 후 길었던 고통과 두려움, 외로움과 불안의 길을 거쳐 마침내 안식을 얻을 수 있었다. 단지 잔잔한 마음의 평화를 되찾은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나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기로 했다.
이혼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찾아왔지만, 이 상황을 그저 불행이라 여기며 슬퍼하고 주저앉을지 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위한 '기회'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이혼이라는 이 경험을 오히려 축복으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혼한 이후의 내 삶이 이전보다 더 나아져야만 했다.
일단은 운동을 하면서 외모가 훨씬 보기 좋게 바뀌었고, 지난 결혼생활 동안에는 돌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돌보고 가꾸면서 그림 그리기 등 취미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 그리고 삶이 윤택해졌으니 이제는 경제적인 수준을 끌어올릴 차례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자기 계발, 이직 등을 통한 연봉상승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전부터 마음 한편에 숙제로 남아 있던 'CFP' 자격증을 따야 할지, 아니면 당장 이직을 준비하는 게 좋을지 따져보았다. 자격증이야 따놓으면 평생 도움이 되겠지만, 아무래도 이미 투-잡을 하며 지내는 상황에서 자격증 준비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또한 자격증 취득 자체만으로 확실한 연봉 상승이나 이직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전략적으로 당장 이직을 준비하는 데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지금까지 5년 이상 보험업계에서 경험을 쌓아오면서 나름 이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인정받을 만한 경력을 갖게 되었다. 업계 지인들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서 구직 중이라는 정보를 알리고, 사람을 구하는 회사가 있으면 추천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당장 지원할 수 있는 회사 3개 정도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직무적합성, 직주근접성 그리고 회사의 발전가능성 등을 고려해 1개 회사를 선별했고, 이력서 등을 작성하고 본격적으로 면접을 준비했다. 면접은 실무자 면접(1차), 이어서 임원 면접(2차)으로 진행되었다.
"음.. 원래는 교회에서 일을 하셨네요? 보험 업계 경력이 그리 길지 않으신 편인데, 해당 업무를 잘 소화하실 수 있으실까요?"
예상했던 질문이 등장했다. 그리고 이렇게 답했다.
"구직 시장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셜리스트와 제네럴리스트. 전자는 한 분야의 일을 오랫동안 해온 전문가라면, 후자는 어려가지 경험을 두루 쌓으며 자기의 영역을 넓혀온 사람입니다. 스페셜리스트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네럴리스트는 해당 분야가 가지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핵심을 파악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금 귀사의 상황은 사업을 확장하고, 새로운 보험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에는 스페셜리스트보다 저 같은 제네럴리스트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돌발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면접은 예상과 달리 지원자 여려 명이 함께 진행하지 않고, 혼자 3명의 면접관을 상대하며 1시간가량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합격을 했다.
사실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 이번 면접을 시작으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안에 이직을 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생각지 않게 처음부터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 지원한 회사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 자회사로 비록 회사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모회사의 강력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단기간 내 확실한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물론, 여기에 이직을 하게 되면 나의 능력을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하나, 하나, 체계를 갖춰나가야 한다는 점이 상당한 부담이기도 했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젠 내가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주어진 일과 과제에 집중하며 나 자신을 증명하는 도전, 그리고 그 결과 주어지는 성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음 달이 되면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어두움을 헤치고 새로운 희망으로 나아간 한 남자의 이야기다.
'다시 나답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한 때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깊은 수렁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텨내면 결국 캄캄한 밤이 지나고 통이 튼다. 어두운 안개가 걷히고 나면, 여전히 내 옆에 있는 것들이 환하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혼을 한다고 해서 죽지 않는다.
Life goes on. 삶은 또 그렇게 살아진다.
그런데 막상 그 상황을 처음 겪었을 때, 나는 더 살아갈 힘이 없었다. 미래가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나를 결코 상상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사람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적어도 나의 경험에 의하면, 성장에는 '시련(Surffering)'이 따른다. 고통이 없이는 성장할 수 없다. 나는 큰 고통을 겪었다. 그 말은 곧, 나는 성장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고통을 통해 앞으로 더 나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긍정적인 태도'이다. 이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어떻게 나의 성숙을 위한 재료로 삼을 것인가. 그 마음가짐이 결국 인생을 어둠에서 빛으로, 두려움에서 희망으로 이끈다.
내가 이처럼 일관되게 태도와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은,
내가 목사이기 때문도 아니고, 그런 말이 듣기 좋거나 옳은 소리라고 여기기 때문도 아니다.
오직 그것만이 내 삶을 '구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내가 이렇게 구원받았듯이, 당신도 자기 자신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