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에세이 : 스물다섯 번째
'어쩌면 앞으로도 쭉- 혼자 사는 편이 낳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슬슬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이 마음의 의미를 '진정한 해방'이라고 해석했다. 혼자여도 괜찮은 상태, 혼자이기에 온전한 상태, 나 자신을 되찾고 내가 원하는 삶을 설계하는 상태. 그것이 바로, 이혼이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 새롭게 나아가고자 했던 목표였다.
나는 여기에서 '나의 해방일지'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용산 '해방촌'에 새로 거처를 마련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굴레로부터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해 살겠다는 자유를 향한 일종의 선포이기도 했다.
하지만 다짐과는 달리, 나는 한동안 슬픔, 우울, 배신감, 공허함, 외로움 따위의 감정에 사로잡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이미 끝났다는 것도 알고,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감정)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기에 어느정도 편안해지는데는 상처가 아물고 회복하기까지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그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는 마침내 해방감을 맛볼 수 있었다.
나는 또래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을 한 편이다. 남들보다 일찍 결혼을 했고, 이젠 이혼도 했으니 아무튼 좀 앞서 가는 중이긴 하다. 주위에는 결혼을 해서 이제 막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결혼생활과 육아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는지 나를 보면서 솔직히 좀 부럽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별로 와닿지가 않았는데, 이제는 진짜로 내가 상팔자라는 생각이 든다. 잔소리하는 와이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책임져야 할 자녀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사는 게 편하다. 하고 싶은 취미생활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고, 사고 싶은 게 있으면 돈을 모아서 사면 된다. 여행이 가고 싶으면 어디든 훌쩍 떠날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땐 그냥 집에 틀여 박혀서 쉬어도 된다.
누가 그랬던가 진정한 자유는 고독 위에서 꽃 핀다고. 점점 혼자 지내는 생활이 익숙해지고, 더 이상 외롭다고 느껴지지 않는 순간 비로소 나는 해방되었다.
해방감은 자유로움에서 온다. 그런데 자유롭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가볍다는 뜻이다. 가벼움은 자유로운 반면에 이리저리 흔들릴 수 있기에 불안하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용기가 있는 자만이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말은, 한편으로는 '내가 부족한 게 아닐까'하는 낮은 자존감과 지난 결혼생활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록 나에게 부족한 점이 있을지라도, 나는 그 모든 과정을 통해서 더 나은 존재로 성장하는 중이다.'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용기. 생각해 보니 그것이 내게 진정한 자유를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