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는 질병이다
20대에는 아무렇지 않게 오르내리던 지하철역 계단이 50대에는 되도록이면 에스컬레이터를 찾게 됩니다. 어르신들이 계단 앞에서 큰 결단을 하시는 듯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다리가 천근만근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우리는 흔히 '체력이 떨어졌다'거나 '나이가 들었다'는 말을 동의어처럼 사용합니다. 하지만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에너지를 태울 근육이 줄어든 결과이며, 근육이 줄어들면 혈당 소모량이 낮아지는 결과를 낳습니다.
혈당 소모량이 줄어 들었는데 혈당 자동 조절 시스템이 작동 했다 안했다를 반복합니다. 작동 하지 않을 때 남은 혈당은 결국 혈액을 끈적이게 만들어 순환을 방해합니다.
순환이 원활하지 않으면 몸은 이를 비상 상태로 인식합니다. 우리 몸은 생존에 필수적인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 신체 기능을 일시적으로 쉬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식사 후의 참을 수 없는 졸음은 대사 불균형으로 생기는 혈당 스파이크을 처리 해야 하는 우리 몸의 생존 본능의 결과입니다.
요즘 아내는 종종 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TV를 봅니다. 신혼 때는 이게 불가능했죠. 제 허벅지 둘레가 아내의 허리둘레와 비슷했거든요. 허벅지가 가늘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근육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힘이 약해지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서 혈당을 가장 많이 받아주고 소모해주는 '가장 큰 소비처'인 근육이 사라지고 있다는 경고입니다.
우리의 움직임이 줄어들면 근육량도 함께 줄어들고, 몸의 대사 용량도 서서히 축소됩니다. 그럼 자연히 식사량도 줄어들까요? 대사 불균형은 식사량의 자연스런 조절을 마비시키고, 당을 통한 에너지 흡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오히려 더 많이 먹으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자꾸 음식이 땡기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20대에는 계단을 뛰어올라도 숨이 차오르지 않던 몸이 50대에 이르러 숨을 헐떡이는 이유는, 산소와 당분을 받아내 태워줄 근육의 자리가 그만큼 부족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움직임에는 두 가지 소중한 기능이 있습니다. 하나는 가벼운 산책으로 근육을 자극하여 혈액 내 혈당을 즉시 소모하도록 돕는 '수동 혈당 조절'입니다. 다른 하나는 적절한 부하가 걸리는 움직임으로 근육을 키워, 내일 더 많은 혈당을 받아낼 수 있는 넉넉한 자리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우리 몸에는 '항상성'이라는 정교한 자동 조절 장치가 있어 혈당의 급격한 출렁임을 막아줍니다. 하지만 '생활습관병'이라는 당뇨의 별명처럼, 우리의 일상이 항상성이라는 균형을 꾸준히 깨뜨릴 때 당뇨는 시작됩니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사무실 지하 주차장으로 운전해서 이동하고,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퇴근 후 소파에 파묻혀 시원한 맥주 한 캔으로 하루의 피로를 달래는 풍경 속에서 근육은 설 자리를 잃어갑니다. 쓰임이 없어진 근육이 서서히 말라갈 때, 우리 몸의 수동 조절 장치도 함께 멈춰 섭니다.
우리는 언제 마지막으로 다리 근육의 팽팽한 긴장감을 느껴보셨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