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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끈한 국수 한 그릇 하실래예?

겨울에 먹으면 속이 뜨끈뜨끈 해지는 별미

by 크엘 Feb 07. 2025

겨울이라 그런지 겨울에 먹었던 국수가 갑자기 생각난다. 천몐抻面이라고 불리는 수타면이었는데 시장에서 지나가다 본 커다란 가게의 유리창은 수증기가 뿌옇게 잔뜩 끼어 있었고 안에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국수 그릇에 머리를 콕 박고 무협 영화를 보면 밥 먹는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재빠른 젓가락 사용법으로 젓가락을 쉼 없이 움직이며 국수를 먹고 있었다.

가게 앞에는 밀가루가 가득 뭍은 앞치마를 두른 아저씨가 양손에 밀가루를 가득 묻힌 채 밀가루 반죽을 거대한 도마에 탕탕 치면서 길죽하게 다시 늘이고 또다시 부여잡고 늘여가면서 밀가루 반죽 줄기가 점점 가늘어지더니 어느새 가느다란 면이 돼 가던 모습이 너무나도 신기해 한참을 서서 바라보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방금도 친구가 추천한 가게에서 점심으로 일본 라멘을 먹고 들어왔다. 그 친구에게 말하지 않았는데 어쩜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나에게 국수를 추천했을까? 마침 내가 오늘 국수를 주제로 글을 쓸 줄 알고 있었던 걸까? 덕분에 너무나 신기한 경험을 하고 왔다. 베이스로 사용된 국물을 모든 재료와 섞기 전에 맛보았는데 어렸을 때 먹었던 천몐 국물과 똑같은 맛이어서 눈물이 쏙 날 뻔했고, 몇 십 년 만에 다시 맛본 그 맛에 너무나 감사했다. 베이스는 다르다고 했지만 맛 하나만큼은 정말 비슷했더랬다.


당시에 내가 먹었던 국수는 뽀얗게 우려낸 맑은 닭뼈 국물이 베이스였고 돼지비계가 잔뜩 붙어있는 살코기와 마른 고추에 간장을 졸이고 졸여서 2~3 수저만 넣어도 커다란 면기에 들어있는 국물 간이 딱 알맞게 맞춰졌드랬다. 닭뼈 국물은 아주 깊어서 입안에 들어와 혀를 부드럽게 휘감아오는 달큰한 기름의 맛이 정말 진국이었고, 돼지고기간장이 주는 감칠맛의 궁합은 추운 날 얼어붙은 마음까지 녹여주는 온기를 온몸 구석구석으로 실어 날랐었다. 닭뼈 국물과 간장을 섞기 전에 맑은 국물쪽 있는 면을 몇 번 먹고 나면 자연스레 간장이 국물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면 그때부터 감칠맛이 감도는 간장맛 국물을 실컷 즐길 수 있게 된다. 탄탄한 국수를 호로록 다 먹고 면기에 남아있는 국물까지 후루룩 마셔주면 추위에 오돌오돌 시달려 여기저기 아리던 게 싹 사라져서 몸이 한결 편해졌었다.


오늘 날씨는 영하 8도, 게다가 눈도 잔뜩 내린 다음 날은 더 추운 법. 어째 그다지도 바람이 강하게 불던지, 순간 어린 내가 살던 선양의 겨울 날씨와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들오들 떨며 웨이팅을 했다가 들어가서 그런지 어렸을 때 먹었던 그 맛과 정말 똑같았다. 다리가 막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는데 한기가 가시면서 얼얼한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며 뜨끈한 국물을 즐겼다.


내가 그때 먹었던 국수는 어떤 역사를 갖고 있을까? 오늘은 감상만 쓰고 넘어가려다가 너무 궁금해서 또 찾아보게 되었다.



수타면을 뽑고 있는 요리사, 출처: 바이두수타면을 뽑고 있는 요리사, 출처: 바이두

(출처: https://baike.baidu.com/item/%E6%8A%BB%E9%9D%A2/2960808)


천몐(抻面, 수타국수)은 라몐(拉面), 따라몐(大拉面)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산둥성(山东省, 산동성)에서 유래한 특색 있는 간단한 먹을거리이다. 산둥 요리에 속한다. 부드럽고 쫄깃하며, 신선하고 향긋할 뿐만 아니라 독특한 풍미를 갖고 있다. 천몐은 국수 면발의 한 종류를 말하며 면을 만드는 전통 기술이기도 하다.

그 기원은 학술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민간에서는 산둥성 푸산(福山, 복산) 국수가 유명하기 때문에 푸산 라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어머, 역시 산동요리였다! 한국에서 사는 중화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화상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식사를 해 본 경험이 있다면 산동요리 싫어한다고 말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다. 清鲜美味 맑고 담백하면서도 은근한 감칠맛이 도는 맛이 일품이지 않은가! 기회가 된다면 꼭 맛보길 추천하는 바이다.


오늘 같이 추운 날, 뜨끈한 국수 한 그릇 하실래예?


(커버 사진 출처: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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