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조금 낡은 옷장일 뿐인데,
왜 나는 그 앞에 설 때마다
어떤 기대를 품을까.
나뭇결 사이로 세월이 스며 있고,
문틈 사이로 한 조각의 꿈이 흘러나와.
어쩌면, 정말 어쩌면 말이야.
이 문을 열면 하얀 겨울 숲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뿔이 달린 백색 유니콘이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런 바람을 아직도 품고 있는 나는, 나는.
마법의 옷장이길 바라는 그 마음,
그 어리광 같은 기대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서 오늘도 그 앞에 서서
손잡이를 살짝 쥐었다 놓아.
아직도 말이야, 열지 않았기에 믿을 수 있는 문이 있어.
여생에 걸쳐 이야기를 쓰는 것을 멈추지 않겠다는 나의 말을 기억해?
이 문 너머의 세계를 기대하는 마음을 멈추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