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적인 발상

독일 소도시 여행 - 밤베르크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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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역이 활발하였던 운하가 흐른다. 북쪽 산 위에 대성당이 있고, 신성로마제국에서 왕보다 힘이 센 주교가 머물고 있다. 교역이 늘어나고 부유한 시민이 많아지면서 시민들은 강의 남쪽에 터를 닦았다. 시민 세력은 그들의 발언권에 걸맞은 시청사를 그들의 터에 새로 짓기 원했다. 하지만 주교는 강의 북쪽에 시청사를 지으라 했다.


오래 된 권력과 떠오르는 세력의 헤게모니 다툼이 되었다. 두 세력의 갈등은 점점 커졌고, 때로는 무력 충돌도 일어났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누군가 솔루션을 제시했다. 강의 북쪽도 남쪽도 안 된다면 "강 위에 짓자"는 천재적인 발상, 그렇게 강 위에 떠 있는 것 같은 독특한 건축물이 탄생했다. 바로 이곳, 밤베르크(Bamberg)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대성당

산 위의 대성당(Bamberger Dom)은 오랜 권력의 심장이다. 11세기 초반 신성로마황제가 산 위의 요새를 자신의 수도로 삼고, 대성당을 지어 주교좌를 설치한 것이 밤베르크의 시작이니, 대성당은 곧 도시의 출발점과 같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형적인 절제된 균형미가 큰 스케일로 펼쳐지는 가운데, 대성당 내부에 "밤베르크의 기사"라는 이름의 유명한 작품[관련 포스팅]이 등장한다. 대성당 옆에는 황제가 머물렀던 옛 궁전, 주교궁으로 사용한 또 다른 궁전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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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대성당 | 우: 밤베르크의 기사


Scene 2. 막시밀리안 광장

군사 요새에서 시작하여 황제가 대성당을 만들며 도시가 시작되었으나, 이후 밤베르크의 발전은 교역과 상업에 힘입었고, 자연히 시민들은 산 아래 평지에 마을을 만들었다. 막시밀리안 광장(Maximiliansplatz)이 바로 그 중심. 오늘날에는 막스 광장(Maxplatz)이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후술할 "강 위의 시청사"로 부족하여 더 훗날 신 시청사를 짓게 되는데, 막시밀리안 광장에서 그 거대한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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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막시밀리안 광장


Scene 3. 구 시청사

강북과 강남의 헤게모니 다툼 속에 탄생한 구 시청사(Altes Rathaus). 문자 그대로 강 위에 지었다. 정확히 말하면 강을 지나는 두 개의 다리를 지지대 삼아 건물을 지어, 실제로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화사한 벽화로 건물 전체를 채색하여 더욱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고, 시청사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다리는 종교적인 조각품이 여럿 있어 고풍스러운 멋을 더한다. 물론 다리 위에서 보이는 풍경도 매우 쾌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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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구 시청사 | 우: 다리 위의 조각


Scene 4. 작은 베네치아

구 시청사가 있는 레그니츠강(Regnitz)은 오랜 교역의 통로였다. 일부 상인과 어부는 강에 바로 맞닿은 집이나 창고를 짓고, 집에서 바로 배를 타고 강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하였다. 그 모습이 마치 베네치아와 유사하다고 하여 이 지역을 "작은 베네치아(Kleines Venedig)"라고 부른다. 강변에 다닥다닥 줄 서 있는 옛 주택의 풍경이 인상적이며, 유람선 투어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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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작은 베네치아


Scene 5. RMD 운하

레그니츠강과 평행하게 또 하나의 운하가 밤베르크를 관통하여 흐른다. 바로 그 유명한 RMD 운하(Rhein-Main-Donau-Kanal), 즉 마인강과 도나우강을 연결하여 북해부터 흑해까지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곳이 밤베르크다. 여행지가 아닌데도 RMD 운하가 한국인에게 익숙한 이유는, 한때 한국에서 한강과 낙동강을 잇겠다는 '대운하'의 롤모델로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육상 교통이 부실한 19세기에 유럽 대륙 전체를 관통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설계된 RMD 운하와, 육상 교통 인프라가 충분한 반도를 관통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어떤 유사성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독일에서도 RMD 운하는 경제성이 적어 애물단지가 된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밤베르크에서 RMD 운하의 썰렁한 현재를 직접 보면서 정치가 사람을 현혹하는 스킬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RMD운하01.jpg RMD 운하의 밤베르크 구간

산 위에 거대한 대성당과 궁전이 있고, 산 아래에 아기자기한 소도시의 풍경이 있으며, 그 사이에 "작은 베네치아"라 불리는 운치가 존재하면서, 강 위에 시청사가 떠 있는 듯한 재미있는 도시 밤베르크. 이 모든 밤베르크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평지부터 시작한 여행이 강을 건너 산을 올라야 하니 갈수록 다리는 뻐근해지지만, 힘듦을 느낄 새도 없이 골목마다 등장하는 예쁜 풍경에 매료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천재적인 구 시청사의 인상적인 모습은 구석구석 다양한 각도에서 확인해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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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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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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