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포츠담
포츠담(Potsdam)은 진작부터 유명한 관광지였다. 그러나 독일의 많은 도시가 그러하듯, 한국인 여행자에게 잘 알려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품은 도시, 역사 속 중요한 인물의 스토리, 한국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은 현대사의 흔적, 속이 탁 트이는 유려한 풍광, 대도시 근교에 위치한 접근성 등 포츠담이 가진 매력과 장점이 매우 많은데, 그 모든 장점을 초월한 드라마 한 편이 포츠담이라는 도시를 한국인 여행자의 머리속에 각인시켰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우리의 인식 속에 깊이 들어온 도시. 포츠담의 매력을 담은 다섯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Scene 1. 상수시 궁전
포츠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상수시 궁전(Schloss Sanssouci)이다. 독일 역사를 통틀어 사실상 유일한 '대왕'의 칭호를 가진 군주,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2세가 지은 별궁이며, '상수시'는 프랑스어로 "근심이 없다"라는 뜻이다. 대왕의 아이디어로 만드는 포도나무 계단 위에 서 있는 궁전의 자태가 매우 우아하다. 궁전 옆에 프리드리히 2세의 무덤도 있는데, 독일에 감자를 보급하여 식량난을 해결하고 이를 토대로 전쟁에 승리해 독일을 유럽의 강국으로 부상시킨 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사람들이 늘 그의 묘비에 감자를 두고 추모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Scene 2. 오랑주리 궁전
상수시 궁전은 아담하지만, 궁전 주변은 이끝부터 저끝까지 직선 거리만 2.5km에 달하는 초대형 공원으로 꾸몄다.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울창하고 조용하며 상쾌한 상수시 공원(Park Sanssouci)에 프리드리히 2세와 그 후대 국왕에 의해 하나둘 궁전과 구조물이 추가되었다. 특히 프리드리히 2세로부터 약 100년 후의 국왕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는 오랑주리 궁전(Orangerie)을 포함해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영감을 얻은 흔적을 상수시 공원에 여럿 남겼다.
Scene 3. 신 정원
상수시 공원과 궁전이 전부가 아니다. 프리드리히 2세의 후임 국왕 프리드리히 빌헬름 2세는 상수시 공원과 구분되는 강변에 경관 목적의 작은 궁전을 여럿 짓고 주변을 공원으로 만들었다. 신 정원(Neuer Garten)이 대표적이며, 훗날 신 정원에 건축한 체칠리엔호프 궁전(Schloss Cecilienhof)은 2차대전이 끝나고 연합국이 모여 전후 독일의 처리를 논의한 포츠담 회담의 장소로 사용되었다. 이 자리에서 전후 일본의 처리도 논의하면서 대한민국의 독립을 공인한 포츠담 선언을 발표하였다.
Scene 4. 글리니케 다리
신 정원에 이웃한 강은 지형상 마치 호수처럼 보여 글리니케 호수(Glienicker See)라 불린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포츠담과 베를린이 이웃하며, 두 도시를 연결하는 글리니케 다리(Glienicker Brücke)가 놓여있다. 2차대전 후 독일이 분단되었을 때 글리니케 다리를 사이에 두고 포츠담에는 소련군이, 서베를린에는 미군이 주둔하였기에, 이 짧은 다리는 냉전 시대에 미군과 소련군이 직접 대치한 최전선이었고, 간혹 비밀리에 포로를 교환하는 장소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역사의 스토리는 영화 <스파이 브릿지>로 널리 알려졌다.
Scene 5. 구 마르크트 광장
온 도시를 가득 채운 궁전과 정원만으로도 대단하지만, 포츠담은 프리드리히 2세의 군사기지였기에 군인과 기술자들이 집단 거주한 번화한 도시의 흔적도 대단하다. 오늘날에도 브란덴부르크(Brandenburg) 주도(州都)이기에 단순히 베를린의 위성도시를 넘어 독자적인 번영을 지속하는데, 복원을 마친 구시가지의 중심부 구 마르크트 광장(Alter Markt)에서 그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의사당으로 사용되는 궁전, 큰 교회, 구 시청사, 큰 박물관 등 볼거리가 광장에 모여있다.
스필버그 감독의 2015년 영화 <스파이 브릿지>의 실제 무대로 포츠담을 접한 사람이 많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나 2024년 큰 인기를 얻은 드라마 <눈물의 여왕> 덕분에 포츠담과 상수시 공원의 매력을 알게 된 한국인 여행자가 크게 늘었다.
그렇게 시나브로 우리에게 알려진 '감자대왕'의 힐링캠프 포츠담은, 지금의 여행자들에게도 대왕이 느낀 힐링의 기분을 넘치도록 선사해준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