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란츠후트
신성로마제국의 역사를 공유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에는 성이 참 많다. 과장 조금 보태서, 험준한 산이 보이는 곳마다 성을 쌓았다. 바이에른의 한 도시도 산 위의 성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육중한 성을 보면서 "땅을 지키는 모자"를 씌운 것 같다고 좋아하면서 도시의 이름을 란츠후트(Landshut)라고 지었다. 직역하면 '땅의 모주' 정도 되겠다.
바이에른의 주도 뮌헨에서 가까운 란츠후트를 찾았다. 활기찬 소도시 위로 큰 성채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란츠후트의 매력을 담은 다섯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Scene 1. 렌트문
뮌헨을 관통하여 흐르는 이자어강(Isar)이 란츠후트까지 흐른다. 뱃길로 교역의 열매를 톡톡히 누렸을 란츠후트, 강에서 중심부로 걸어들어가는 관문이 렌트문(Ländtor)이다. 모자가 지켜주는 '땅(Land)'을 지키는 문이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듯하여 귀엽게 느껴진다.
Scene 2. 알트슈타트
알트슈타트(Altstadt)는 '구시가지'라는 뜻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란츠후트의 구시가지 중심부는 거리명을 알트슈타트라 부른다. 그러나 란츠후트의 알트슈타트는 그 위용이 상당하다. 분명히 옛 건축물이 거리 양편에 도열한 전형적인 구시가지인데, 시내버스까지 바삐 오가는 활기찬 도시의 느낌이 가득하다. 도로가 휜 덕분에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점점 길이 사라지고 한 '점'에서 건축물이 모이는 듯한 착시효과도 있는 재미있는 번화가다.
Scene 3. 시청사 & 성 마르틴 교회
란츠후트는 중세부터 유명한 대학도시였다. 바이에른의 왕도 어릴 적엔 란츠후트에 머물며 학교에 다녔다고 한다. 알트슈타트는 바로 그 란츠후트의 중심이나 마찬가지. 180만개의 벽돌로 만든 거대한 성 마르틴 교회(Stiftsbasilika St. Martin)는 첨탑의 높이만 130m에 이른다. 세 채의 건물이 나란히 붙어있는 듯한 형상의 시청사(Rathaus)는 프랑크푸르트 시청을 닮았는데, 실제로 프랑크푸르트 시청(뢰머)을 모티브로 만든 건축물이라고 한다.
Scene 4. 노이슈타트
독일어로 노이슈타트(Neustadt)는 '신시가지'라는 뜻. 그런데 란츠후트에서 중심 거리의 지명을 알트슈타트라고 하였듯이, 바로 그 이면 골목은 노이슈타트라고 이름 붙였다. 아마 알트슈타트가 번영하고 차츰 도시가 확장되면서 새로 생긴 시가지이기 때문이리라. 이름과 달리, 노이슈타트가 현대식 빌딩이 등장하는 건 아니다. 알트슈타트보다 좁은 골목에, 좀 더 낡은 옛 건물들이 오묘한 정취를 만든다.
Scene 5. 트라우스니츠성
그리고 머리를 들면 자태를 드러내는 란츠후트의 '모자' 트라우스니츠성(Burg Trausnitz)이 하이라이트다. 바이에른을 다스린 비텔스바흐 왕가의 초기 유적지이기도 하므로 트라우스니츠성은 '바이에른의 뿌리'로 여겨진다. 다소 가파른 길을 올라가면 트라우스니츠성에 도달하는데, 다리 아픈 등산을 감내할 가치가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땅을 지키는 모자. 모자가 지키는 땅. 란츠후트는 지금도 도시의 규모가 커지는 중이며, 그만큼 살아있는 도시의 활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현대식 시가지가 아닌 옛 정취가 가득한 시가지가 펼쳐져 낭만을 더한다. 도시는 계속 발전하더라도 본래의 캐릭터는 잊지 않는다. 아마도 산 위에 '모자'가 씌워진 이상, 그 아래 '땅'은 그 모습이 변치 않을 것 같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