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슈베린
대체로 관광지에서 보게 되는 독일의 건축은 화려한 치장보다 균형과 규모에 방점을 찍는 사례가 많다. 권력을 과시하더라도 실용과 합리를 따지는 것처럼 보일 정도. 그러다 19세기 들어 독일에서도 주변 강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멋을 부리는" 경향을 띠게 되는데, 특별한 쓸모가 없어도 역사적 의미를 가진 장소를 복원하거나, 경관 목적의 성을 짓는 사례가 속속 등장한다.
이 시기 독일에서 나타난 경향을 큰 틀에서 "역사주의"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역사 속의 어떤 사건 또는 장소에서 모티브를 얻어 그 시기의 문법으로 재현하고 꾸미며 힘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노이슈반슈타인성이 역사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그리고 "독일 북부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 궁전의 소재지, 슈베린(Schwerin)도 빼놓을 수 없다. 슈베린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슈베린 호수
슈베린은 도시의 면적보다 호수의 면적이 넓다. 쾌청한 호수를 배경으로 올망졸망 자리를 잡은 아담한 도시는 마치 휴양지에 온 것 같은 여유를 느끼게 한다. 슈베린 호수(Schweriner See)는 모래사장까지 있어 그야말로 바다와 같은 쉼터를 제공하며, 크고 작은 호수가 도시 곳곳에 있다.
Scene 2. 슈베린 궁전
"독일 북부의 노이슈반슈타인성"이라는 별명을 가진 슈베린 여행의 하이라이트. 슈베린 궁전(Schloss Schwein)은 프랑스 르네상스의 최고봉인 샹보르성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 되었기 때문에 노이슈반슈타인성과의 연관은 없다. 호수에 툭 튀어나온 섬에 있던 요새를 정복하고 이후 성과 궁전으로 계속 사용되었던 곳, 그러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 방치된 곳을 리모델링한 것이다. 내부는 화려한 인테리어롤 복원하여 박물관으로 개방한다.
Scene 3. 알터가르텐
19세기에 슈베린 궁전을 다시 지으면서 문자 그대로 궁전만 지은 게 아니라 주변까지 싹 뜯어고쳤다. 이러한 역사주의의 성취는 "슈베린 레지던스 앙상블"이라는 타이틀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상태. 슈베린 궁전 맞은편에 쌍을 이루는 알터 가르텐(Alter Garten)도 중요한 문화유산이다. 박물관과 극장 건물이 있는 광장이며,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건축물이 서로 조화를 이룬다.
Scene 4. 마르크트 광장
19세기에 리모델링 되기 훨씬 전부터 슈베린은 독일 북부의 중요한 상업과 교역의 요지로 발전하였던 도시다. 하인리히 사자공(Heinrich der Löwe)이 12세기에 슈베린에 진출해 이민족을 정복하면서 도시가 설립되었고, 이후 공국(또는 대공국)의 수도로 번영하였다. 그랬기 때문에 슈베린 궁전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중세의 번영을 보여주는 구시가지의 중심인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에 있는 사자상이 하인리히 사자공을 기념한다.
Scene 5. 대성당
마르크트 광장의 뒤편에 높이 솟은 대성당(Dom zu Schwerin) 역시 슈베린의 번영을 증거하는 훌륭한 사례. 107m에 달하는 높은 탑은 19세기에 도시를 리모델링할 때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슈베린이 구동독에 속하였던 관계로 상대적으로 대성당의 복원은 더딘 편이었고, 내부는 다소 낡은 흔적도 느껴지지만 눈에 띄는 제단과 종교예술품을 볼 수 있다.
멋을 부리겠노라 작정하고 "멋져보이겠다"는 일념으로 한껏 힘을 준 도시 슈베린. 독일이 하지 않아서 그렇지 작정하고 멋을 부리면 이런 성취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그 멋을 구경하기 좋은 소도시로 추천할 만하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