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울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가진 교회는? 그 유구한 전통을 가진 유럽에서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독일 쾰른 대성당,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등을 떠올리는 게 자연스럽지만, 영예의 1등은 독일 울름(Ulm)에 있다.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교회 탑을 가진 울름 대성당. 그러나 울름에서 볼 것은 대성당이 전부가 아니다. 강과 시내를 아우르는 풍경, 그리고 울름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유명인물까지, 울름이 가진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울름 대성당
물론 울름의 랜드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을 가진 울름 대성당(Ulmer Münster)이다. 그 높이는 무려 161m. 대성당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개신교 교회이며, 탑이 완공된 것은 쾰른 대성당보다 10년 늦은 1890년인데, 쾰른 대성당보다 높은 탑을 가지기 위해 설계보다 탑을 더 높이 올렸다고 한다. 덕분에 1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높은 교회' 부문 세계 1등이다. 체력이 허락하면 768개의 좁은 계단을 올라 탑 꼭대기에 서서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볼 수 있다. 날씨가 좋으면 멀리 알프스까지 보인다.
Scene 2. 어부의 지구
울름 대성당 꼭대기에서 주변을 바라볼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완만한 S자 형태로 흐르는 도나우강이다. 아직 야트막한 개천처럼 보이지만, 중세부터 울름에서 도나우강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어부가 많았다. 강으로 진출하기 용이한 위치에 어부들이 모여 살았던 지역을 어부의 지구(Fischerviertel)라고 하며, 수로를 따라 반목조 건물이 자리한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Scene 3. 마르크트 광장
중세 울름의 풍경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소는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이다. 화려한 그림으로 외벽을 치장한 시청사를 중심으로 중세의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독 피라미드를 닮은 현대식 유리 건물이 눈에 띈다. 이 '유리 피라미드'는 신구의 조화를 의도하며 만든 시립도서관(Stadtbibliothek)이다.
Scene 4. 메츠거탑
직역하면 "정육업자의 탑"이라는 뜻. 마르크트 광장 인근에 있다. 전설에 따르면, 한 뚱뚱한 정육업자가 소시지에 톱밥을 넣어 불량식품을 팔다가 시민들에게 붙잡혔다. 일단 탑에 가두어 놓고 시청에 신고하여 시장이 탑으로 찾아왔고, 처벌을 피하려고 정육업자가 탑 구석으로 몸을 던졌다가 탑이 기울었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실제로 메츠거탑은 약간 기울어있다. 아마 중세의 어떤 사건에서 살을 붙여 '기울어진 탑'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생겨난 것 같다.
Scene 5. 아인슈타인 분수
울름에서 탄생한 인물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단연 아인슈타인이다. 울름에서는 이를 기념하여 아인슈타인을 코믹하게 묘사한 분수를 설치하여 위트 있는 포토존을 만들었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아인슈타인의 생애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이 독일에서의 유년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위스로 떠났다고 하니, 아인슈타인의 고향 울름을 향한 기억이 긍정적일지는 모르겠다.
2026년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성 가정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이 완공되면 172m 높이의 탑을 가질 예정이니 1890년부터 세계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은 울름 대성당이 2등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래도 내년까지는 세계 1등이다. 그리고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꽤 오랫동안 세계 2등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회 건축의 성취를 독일의 자그마한 도시에서 만난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