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코블렌츠
두 개의 강이 만난다. 두물머리. 그 뾰족한 모서리에 거대한 기마상이 있다. 그 주인공은 독일제국의 첫 황제 카이저 빌헬름 1세. 그러니까 독일민족은 오랫동안 존재했지만 그 독일민족의 통일된 나라를 만들고 첫 군주가 된 황제가 두물머리를 바라본다.
황제의 두물머리가 있는 코블렌츠(Koblenz)는 라인강과 모젤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두 강 모두 독일의 대표적인 포도 산지이며 와인산업이 발달한 곳. 그 뾰족한 모서리에 위치한 코블렌츠는 온화한 기후와 편리한 교통으로 일찍부터 발전하였고, 지금도 그 장점은 그대로 이어진다. 코블렌츠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도이체스 에크
코블렌츠의 두물머리는 "독일의 모서리"라는 뜻의 도이체스 에크(Deutsches Eck)라고 부른다. 이곳은 오랫동안 독일기사단의 본부가 있던 곳이었기 때문에 유래한 이름인데, 독일제국의 리더인 프로이센의 뿌리가 독일기사단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카이저 빌헬름 1세의 대형 기념비 설치장소로 도이체스 에크가 선택되었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 독일 16개 연방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그 꼭지점에 독일 국기가 휘날린다.
Scene 2.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
도이체스 에크에서 라인강 건너편 산 위에 웅장한 성채가 눈에 들어온다. 발음도 까다로운 에렌브라이트슈타인 요새(Festung Ehrenbreitstein). 1801년 프랑스의 침략으로 요새가 파괴된 뒤 19세기 말 프로이센이 다시 요새를 재건하면서 지금의 거대한 규모를 갖추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으며, 요새 위에서 도이체스 에크의 전망이 빼어나다.
Scene 3. 선제후 궁전
코블렌츠는 오랫동안 트리어 대주교의 영지였다. 트리어 대주교는 신성로마제국의 선제후(황제를 뽑는 선거인단) 중 한 명일만큼 막강한 권세를 가진 위치였는데, 프랑스와의 국경에서 가까운 트리어보다는 배후의 안전한 도시에 머무는 걸 선호했기에 코블렌츠에 주교궁을 지었다. 말하자면, 코블렌츠는 트리어 선제후국의 수도였던 셈. 지금도 선제후 궁전(Kurfürstliches Schloss)이 남아있으며, 내부는 행정관청으로 비공개하지만 널찍한 정원은 시민공원으로 항상 열려있다.
Scene 4. 도이치헤렌 하우스
도이치헤렌 하우스(Deutschherrenhaus)는 코블렌츠와 독일기사단의 인연을 보여준다. 트리어 선제후가 병원을 세우려고 의료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독일기사단을 초빙해 부지를 제공한 곳이다(독일기사단은 십자군 전쟁 중 의료 지원을 위해 결성되었다). 오늘날에는 루트비히 미술관으로 사용 중. 그리고 바로 옆 성 카스토어 바실리카(Basilika St. Kastor) 역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800년대 중반 베르됭 조약(프랑크 왕국을 셋으로 나눈 결정으로 오늘날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의 출발점이 된다)의 사전 협상이 열린 장소다.
Scene 5. 암 플란 광장
강을 따라 궁전, 요새, 교회, 기념비 등 볼거리가 이어지는 코블렌츠도 안쪽으로 들어오면 좁은 골목이 이어지는 구시가지가 펼쳐진다. 암 플란 광장(Am Plan)이 그 중심. 올망졸망 모인 작은 건물들과 큰 교회 탑의 하모니가 전형적인 독일 소도시의 풍경이다. 광장에 바로 이웃한 골목에는 교차로 지점의 네 건물 모서리를 아름답게 꾸며 독특한 풍경을 만드는 네 개의 탑(Vier Türme)이 눈에 띈다.
시원하게 흐르는 강, 역사적인 기념비와 유적, 활기찬 광장과 골목, 때때로 열리는 와인 축제 등 코블렌츠는 화려하지 않으나 중요한 의미를 지닌 다양한 볼거리를 가졌다. "황제의 두물머리"로부터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은 쉼을 선사한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