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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그림이다

독일 소도시 여행 - 오버아머가우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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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 산 아래 오버아머가우(Oberammergau). 목가적인 풍경이 일품인 작은 산골 마을이다. 그런데 오버아머가우에는 보다 특별한 것이 있다. 누구나 처음 보면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는 그 매력은, 온 마을이 캔버스처럼 화사한 그림으로 채색되었다는 점이다.


눈 돌리는 모든 곳에 그림이 있는 곳,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가면 갑자기 나타나는 쓸쓸한 궁전까지, 오버아머가우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도르프 거리

구불구불 좁은 거리지만 도르프 거리(Dorfstraße)는 벽화 마을로서 오버아머가우의 첫인상을 완성한다. 필라투스 하우스(Pilatushaus)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건물은 외벽에 그림을 그려놓았는데, 대부분 성서의 한 장면임을 알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여 예수그리스도의 수난에 관한 그림이 많다. 오버아머가우는 일찍부터 수난극(Passionspiele; 성서 속 수난 장면을 연극으로 공연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쳤으며, 오늘날까지도 10년마다 수난극 축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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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도르프 거리 주변 | 우: 필라투스 하우스


Scene 2. 성 페터와 파울 교회

오버아머가우의 높은 예술 수준은 성 페터와 파울 교회(St. Peter und Paul)에서도 드러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담한 예배당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로코코 양식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화사한 인테리어를 볼 수 있다. 여기도 벽면과 천장에서 수준 높은 프레스코화를 볼 수 있는데, 특히 파이프오르간의 입체감을 더하는 프레스코화는 그 센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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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성 페터와 파울 교회


Scene 3. 에탈 거리

성서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 전부가 아니다. 유명한 동화도 오버아머가우를 장식하는 소재가 된다. 에탈 거리(Ettaler Straße) 양쪽에 위치한 건물들은 <브레멘 음악대> <빨간 모자>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동화의 장면으로 외벽을 꾸민다. 건물이 약간 띄엄띄엄 있기 때문에 느긋하게 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되돌아오면서 구경하면 된다. 대부분 주거 공간이므로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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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에탈 거리


Scene 4. 린더호프성

오버아머가우에 찾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 "백조의 성"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지은 "미치광이 왕" 루트비히 2세의 또 다른 궁전이 산골에 있기 때문이다. 린더호프성(Schloss Linderhof)은 루트비히 2세가 노이슈반슈타인성을 채 완성하기 전 두 번째로 지은 성인데, 깊은 산속에 아담한 모습을 드러낸다. 궁전은 작지만, 사실상 산 전체를 정원으로 사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특히 궁전 앞뒤로 계단폭포를 만들고 호화롭게 꾸며둔 것은 왕의 탁월한 센스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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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린더호프성 | 우: 성 주변 정원


Scene 5. 비너스 동굴

린더호프성 주변 산 전체를 정원으로 꾸미면서, 루트비히 2세는 아낌없는 사치를 부렸다. 자신이 사랑하는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영감을 받아, 아예 산 속에 인공동굴을 파고 오페라 무대를 재현하고는 비너스 동굴(Venusgrotte)이라 이름 붙였다. 오직 왕을 위한 배 한 척을 인공 연못에 띄우고 무대를 감상하겠다는 의도인데, 심지어 19세기 말에 무대 조명까지 설치해 동굴 전체의 컬러를 바꿔버리는 기상천외한 광기를 담았다.

린더호프성03.jpg 비너스 동굴

평범한 건물에 그린 그림, 화려한 교회에 그린 그림, 미치광이 왕의 동굴에 그린 그림 등 어디에나 그림이 있는 산골 마을, 그 목가적이고 화려한 풍경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한껏 발산한다. 수난극의 콘텐츠가 지배하는 곳이라고 하여 특정 종교의 색채가 강한 것은 아니니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보너스. 세계적인 명성의 오버아머가우 수난극 축제를 보고 싶은 분들은 2030년을 캘린더에 저장해두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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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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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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