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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모든 걸 품으니까

독일 소도시 여행 - 콘스탄츠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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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만 536km²인 호수가 있다.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잡힌다면, 서울 면적의 90%쯤 된다고 설명해드린다. 그런 넓은 호수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개국에 맞닿아있다. 바다 구경을 할 수 없는 알프스 부근의 사람들에게 이곳은 바다와 같은 존재감을 발한다.


콘스탄츠(Konstanz)는 그 호수에 바로 접한 항구도시다. 바다와 같은 넓은 호수의 풍경이 품어주는 이곳, 그런데 역사적으로 임팩트 있는 사건도 벌어졌다. 그 모든 "우당탕탕"한 시간을 넉넉히 품어주는 바다 같은 호수가 일품인 도시, 콘스탄츠의 매력을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보덴 호수

서울 면적의 90%에 달하는 바다만큼 넓은 호수. 바로 보덴 호수(Bodensee)다. 프랑스어로는 콩스탕스 호수(Lac de Constance)라고도 한다. 수평선 너머가 보이지 않는, 진짜로 바다 같은 풍광을 자랑하는 이 청정 호수는 "슈바벤의 바다"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으며(슈바벤은 독일 서남부 지역의 명칭이다), 유람선도 타고 요트도 타고 카누도 타는 휴양지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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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보덴 호수


Scene 2. 콘스탄츠 공의회관

보덴 호수에 맞닿은 항구에 눈에 띄는 큰 중세 건물이 있다. 여기서 1414년부터 1418년까지 회의가 열렸다. 당시 유럽은 세 명의 교황이 서로 자신이 '진짜'라며 적통성 싸움을 하던 혼란기. 누가 진짜 교황인지, 유럽의 질서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 신성로마제국 황제와 프랑스 국왕, 잉글랜드 프랑스 추기경, 헝가리 대주교, 독일 각 지방 제후와 학자 등이 콘스탄츠에 모여 회의를 가졌다. 바로 그 콘스탄츠 공의회가 열린 회의장(Konzilgebäude)은 오늘날에도 존재감을 자랑한다.

콘스탄츠공의회관01.jpg 콘스탄츠 공의회관


Scene 3. 앵페리아

콘스탄츠 공의회가 무려 만4년을 끌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자리는 성서적으로 적통성을 가리기보다는 서로간의 정치적 외교적 이해관계에 따라 평행선을 달리며 다툰 권력 다툼의 현장에 가깝다. 공의회관이 있는 콘스탄츠 항구에는 1993년에 설치된 9m 높이의 앵페리아(Imperia) 조각상이 느린 속도로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다. 발자크의 소설 <앵페리아>에서 영감을 얻어 가톨릭 성직자의 타락을 풍자하는 목적으로 설치되었다. 반쯤 벌거벗은 앵페리아가 양손에 교황과 황제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설치 당시에는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나, 지금은 콘스탄츠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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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항구의 앵페리아


Scene 4. 마르크트슈테테

풍자 목적의 설치작품이 또 있다. 시청사가 위치한 구시가지의 중심거리 마르크트슈테테(Marktstätte)에 있는 카이저 분수(Kaiserbrunnen)는, 19세기 말 독일 역사상 위대한 황제의 흉상을 더하여 만든 분수였는데, 앵페리아가 설치된 1993년 카이저 분수에도 조형물이 추가로 설치되어 중세의 권력 다툼을 풍자하는 요소가 추가되었다. 덕분에 항구의 앵페리아와 구시가지의 카이저 분수가 짝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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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마르크트슈테테 | 우: 카이저 분수


Scene 5. 라인슈타이크

바다처럼 넓은 보덴 호수.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강줄기는 무려 1200km 이상을 흘러 북해에 닿는다. 바로 "독일의 젖줄"이라 불리는 라인강. 보덴 호수로부터 강줄기가 시작되는 지역을 라인슈타이크(Rheinsteig)라고 부르며, 중세의 방어용 망루 및 강변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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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라인강 | 우: 라인슈타이크

콘스탄츠는 스위스와 바로 맞닿아있는 국경도시이기도 하다. 으레 국경도시가 그러하듯, 콘스탄츠 역시 도시 규모에 비해 활기가 넘친다. 그 활기찬 구시가지를 거닐다 바다 같은 호수에서 힐링하는 가운데 600년 전의 역사적 사건도 마주하는 이곳.


보덴 호수가 괜히 "슈바벤의 바다"로 불리는 게 아니다. 바다는 모든 것을 품는다. 보덴 호수는 그 모든 것을 바다처럼 품어주어 느릿한 리듬을 만든다.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고픈 이들에게 콘스탄츠만한 선택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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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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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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