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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가 흐른다

독일 소도시 여행 - 아우크스부르크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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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가 구현된 도시. 이탈리아의 피렌체가 가장 유명하고, 프랑스는 루아르 계곡이 유명하다. 독일에도 그러한 성취를 달성한 도시가 있을까? 물론 있다. 이탈리아와 교역이 활발하였고 유럽 최대 거상의 본부가 있는 곳.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다.


한때 분데스리가 축구팬을 중심으로 '아욱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린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축구가 아니라 르네상스의 매력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다섯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Scene 1. 시청 광장

아우크스부르크의 역사는 고대 로마황제 아우구스투스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청 광장(Rathausplatz)의 아우구스투스 분수(Augustusbrunnen)가 이 역사를 기념한다. 광장에는 커다란 시청사가 있고, 그 옆에 짝을 이루는 페를라흐탑(Perlachturm)이 있다. 두 건물은 세트처럼 잘 어울리는데, 같은 시기 같은 건축가 엘리아스 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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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시청사와 페를라흐탑 | 우: 아우구스투스 분수


Scene 2. 레흐 지구

엘리아스 홀이 단순히 건물 몇 채 짓고 도시를 예뻐 보이게 바꾼 게 아니다. 그는 수로를 만들어 강에서 물길을 끌어들였다. 일부는 지하로 흐르게 하고, 일부는 지상으로 흐르게 했는데, 지하로 흐르는 물은 식수가 되었고, 지상으로 흐르는 물은 수력발전 동력을 생산해 공장을 돌리거나, 차가운 수온을 이용한 냉장 창고에 쓰이는 등 르네상스 시대의 기술력으로 진보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 레흐 지구(Lechviertel)에는 여전히 물길을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전통을 잇는 작은 공방과 아트숍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레흐지구01.jpg 레흐 지구


Scene 3. 막시밀리안 거리

레흐 지구는 시청 광장으로부터 이어지는 구시가지의 큰 길에 맞닿아있다. 이 큰 길이 막시밀리안 거리(Maximilianstraße)인데, 멀리 성 울리히와 아프라 바실리카(Basilika St. Ulrich und Afra)를 향해 구불구불 좁아지는 길 양옆으로 중세의 건축물이 즐비하다. 이 중 유독 큰 덩치의 건물이 눈에 띄는데, 바로 아우크스부르크를 본부 삼아 전세계를 누빈 거상 푸거(Fugger) 가문의 대저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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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막시밀리안 거리 | 우: 푸거 궁전


Scene 4. 푸거라이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처럼, 아우크스부르크의 푸거 가문은 도시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힘이 있었다. 그런데 가문의 전성기를 연 야코프 푸거는 이 힘을 가지고 복지시설을 만들었으니, 지금까지 약 500년간 운영되는 푸거라이(Fuggerei)다. 가난하지만 성실한 사람들이 1년에 1라인굴덴을 내고 거주하였고, 마당 또는 다락방이 딸린 괜찮은 주택이 제공되었다. 오늘날에도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고 화폐 단위만 바뀌어 0.88유로의 임대비만 받는다고 한다. 비록 푸거 가문은 몰락하였지만, 푸거라이는 일찍부터 독립된 재단에서 운영하였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설립 정신을 지키며 존속하고 있다.

푸거라이01.jpg 푸거라이


Scene 5. 대성당

독일 역사에서 르네상스 시대는 곧 종교개혁의 시대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이탈리아와 교역이 활발하고 가톨릭 세력이 강한 아우크스부르크는 반종교개혁의 선봉에 섰고, 아우크스부르크 화의나 아우크스부르크 신앙고백 등 종교개혁의 굵직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가 소환당하기도 하였던 대성당(Augsburger Dom)은 여전히 웅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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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대성당

바이에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 엄밀히 말하면 소도시는 아니지만, 르네상스의 성취를 여전히 보존한 구시가지는 소도시처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미로처럼 연결되는 아기자기한 매력이 훌륭한 도시 아우크스부르크.


도시를 꾸미기 위해 만든 분수에도 깊은 고민과 기술이 녹아있는 도시. 졸졸 흐르는 하천에도 르네상스가 담긴 도시. 의미를 알면 알수록 여행의 재미가 배가되는 '아욱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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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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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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