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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왕, 네티즌

독일 소도시 여행 - 베르히테스가덴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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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알프스 가장 깊숙한 곳, 천혜의 절경이 펼쳐지는 베르히테스가덴(Berchtesgaden)은 독일에서도 손꼽히는 휴양지다. 특히 하절기에 그 진가가 빛을 발하는데, 산 위와 산 아래를 가리지 않고 펼쳐지는 시원한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번 보면 눈을 떼기 어려운 베르히테스가덴의 매력을 네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켈슈타인 하우스

독일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 그는 베르히테스가덴에 내연녀를 숨겨두고는 종종 찾아왔다고 한다. 히틀러의 개인 비서로 상당한 권력을 휘두른 마르틴 보어만은 '주군'을 위해 베르히테스가덴에 별장을 지어 선물하려 하였으니, 바로 켈슈타인 하우스(Kehlsteinhaus)다. 깎아지른 절벽 위 그림 같은 전망이 보장되는 곳에 지은 별장은, 그러나 막상 독재자가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고 하며, 전쟁이 끝나고 나치가 패망한 뒤 소유자가 바뀌어 레스토랑으로 사용된다. 켈슈타인 하우스 테라스에서 알프스를 보며 맥주 한 잔 마시는 모든 사람이 한때 독재자에게 바쳐진 절경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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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켈슈타인 하우스 | 우: 별장 부근 알프스 풍경


Scene 2. 쾨니히 호수

산 위에 켈슈타인 하우스가 있다면 산 아래에는 쾨니히 호수(Königssee)가 있다. 그 이름은 '왕의 호수'라는 뜻. 어떤 왕에 관련 있는 곳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풍경은 가히 '왕'이라 불릴 만하다. 알프스가 만든 빙하호인데, 마치 계곡처럼 좁고 긴 호수가 절벽 같은 산세를 끼고 있어 그 풍경이 피오르(피오르드)를 보는 것 같다. 배를 타고 깨끗한 호수를 유람하면 빨간 지붕이 매력적인 성 바르톨로메 예배당(St. Bartholomä)이 반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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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쾨니히 호수 | 우: 성 바르톨로메 예배당


Scene 3. 베르히테스가덴 왕궁

쾨니히 호수는 왕과 무관하지만 베르히테스가덴은 왕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에른 왕국의 군주들은 이 절경을 즐기기 위해 별장 목적의 궁전을 만들었다. 기차역 부근 마을에 위치한 베르히테스가덴 왕궁(Königliches Schloss Berchtesgaden)은 바로크 양식의 화려한 멋을 자랑한다.

왕궁01.jpg 베르히테스가덴 왕궁


Scene 4. 람자우 계곡

베르히테스가덴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이 풍경은 낯익다. 소위 '윈도우 배경화면'으로 널리 알려진 람자우 계곡(Ramsau). 알프스에서 발원한 강이 흐르는 가운데 자그마한 예배당과 나무 다리가 포개지는 목가적인 풍경은 탄성을 자아낸다. 계곡 유량이 많지 않은 날에는 자유로이 에메랄드빛 하천에 발을 담그고 시원한 휴식을 즐겨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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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람자우 게곡

독재자가 사랑한, 왕이 사랑한, 네티즌이 사랑한, 바로 그 알프스의 절경(들). 베르히테스가덴의 매력은 굳이 긴 말이 필요없다. 일단 보면 반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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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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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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