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키스의 자유를 보장하라

독일 소도시 여행 - 괴팅엔

by 유상현
마르크트광장01.jpg

괴팅엔(Göttingen)은 독일에서 유명한 대학도시다. 7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하이델베르크 대학교 등 독일의 유서깊은 대학에 비하면 짧디짧은 300년의 역사를 가졌는데, 설립 초기부터 그 수준은 '전국구'였으며 괴테, 그림 형제, 가우스, 하이네 등 유명인이 연구하고 가르친 전통을 자랑한다.


대학도시는 그 특유의 활기가 있다. 괴팅엔의 활기찬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세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Scene 1. 괴팅엔 대학교

워낙 대학 규모가 크다보니 괴팅엔 대학교는 도시 전체에 캠퍼스가 분산되어 있다. 사실상 도시 전체가 대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1800년대에 완성한 옛 본관 건물은 웅장한 건축미가 시선을 끈다. 또한, 괴테 등 괴팅엔과 인연을 맺은 유명인이 머물렀던 곳은 깨알같이 표시해두어 소소한 볼거리를 만든다.

괴팅엔대학교01.jpg
괴테01.jpg
좌: 괴팅엔 대학교 | 우: 괴테가 머물렀던 건물


Scene 2. 파울리너 교회

옛 수도원을 대학 도서관으로 사용하는 곳이다. ㄷ자 모양의 건물 안뜰에 눈에 띄는 조형물이 있어 마치 조각 광장을 구경하듯 유쾌하게 사진 찍으며 쉬어갈 수 있다. 1833년 괴팅엔에서 발명되어 실제 가동된 가우스-베버 전신기(Gauß-Weber-Telegraf), 귄터 그라스의 넙치(Butt im Griff), 괴팅엔의 유명 학자 리히텐베르크(Georg Christoph Lichtenberg)가 주인공이다.

파울리너교회01.jpg
파울리너교회02.jpg
좌: 넙치 | 우: 리히텐베르크


Scene 3. 겐제리젤

도시의 중심인 마르크트 광장(Marktplatz)에는 시청사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한 풍경이 펼쳐져 전형적인 독일 소도시의 풍경을 마주한다. 그런데 이 광장의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으니, 바로 한아름 꽃을 안고 있는 거위소녀 겐제리젤(Gänseliesel)이다. 괴팅엔 대학교에서 학위를 수여한 졸업생들이 이 분수에 기어올라가 거위소녀에게 키스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낙상 사고도 적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에 괴팅엔에서 겐제리젤에 올라가는 것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일이 있었는데, 학생들이 소송을 제기해 결국 법원에서 "겐제리젤에게 키스할 자유"를 보장 받았다. 겐제리젤은 괴팅엔과 인연이 있는 그림 형제의 동화를 표현한 것. 여기에 동화 같은 실화가 더해져 지금도 괴팅엔에서 가장 인기 높은 장소로 꼽힌다.

겐제리젤01.jpg
마르크트광장02.jpg
좌: 겐제리젤 | 우: 시청사

술 마시고 광장 분수에 올라가 자축하는 전통, 이를 금지당하자 소송도 불사하여 "키스의 자유"를 보장 받는 패기. 대학도시답게 괴팅엔은 활기와 낭만이 넘치는 젊은 에너지로 충만하다.


괴팅엔에서 여기저기 등장하는 학술적인 기념비와 유명인의 흔적을 따라가며 소도시 특유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감상하면, 또 색다른 여행 경험이 쌓일 것이라 추천한다.

겐제리젤02.jpg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독일소도시_입체표지500.jpg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자세히 보기]

keyword
이전 26화반성을 하려면 이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