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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의, 궁전에 의한, 궁전을 위한

독일 소도시 여행 - 루트비히스부르크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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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스부르크(Ludwigsburg). 직역하면 "루트비히의 성"이다. 위치는 슈투트가르트 옆. 원래 뷔르템베르크 공국의 수도는 슈투트가르트였지만, 대공 에버하르트 루트비히는 크고 화려한 궁전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수도 외곽의 빈땅에 거대한 궁전을 짓고, 아예 수도를 옮겨버리려고 궁전 주변을 도시로 발전시켰다.


덕분에 도시가 생겼다. 하지만 천도의 꿈은 곧 물거품이 되었고, 오늘날 인구 9만명의 소도시 루트비히스부르크에는 유럽 대도시에 있을법한 거대한 궁전이 언발란스한 풍경을 만든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대단한 궁전을 만나는 슈투트가르트 근교 여행지가 되었다는 뜻. 과연 그 궁전이 어느 정도인지 네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

처음엔 사냥 별장을 짓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대공 에버하르트 루트비히는 베르사유 궁전을 보고 난 뒤 욕심이 생겼다. 수도 슈투트가르트의 오래 된 궁전 대신 베르사유 궁전 같은 화려하고 거대한 궁전을 갖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Schloss Ludwigsburg). 원래 사냥 별장이었다는 게 이 주변은 아무 것도 없는 사냥터였다는 뜻이다. 여기에 큰 궁전을 짓고, 아예 수도를 옮기려고 주변을 도시화 하였다. 억지로 만든 도시는 흥하지 못했지만 궁전은 남았다. 세계대전의 화마도 피하여 한 번도 부수어지지 않은 바로크 궁전의 웅장하고 화려한 모습을 안과 밖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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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


Scene 2. 바로크 정원

루트비히스부르크 궁전의 백미는 바로크 정원(Blühendes Barock)에서 나타난다. 2차대전이 끝나고 독일이 분단되었을 때 루트비히스부르크에는 미군 기지가 있었다. 우리 역사를 뒤짚어봐도 그러하듯이 그 시기에 외국군 기지 주둔지는 여유롭고 문화가 융성하기 마련. 루트비히스부르크는 거대한 궁전에 딸린 넓은 정원을 가꾸어 개방하였다. 섹션을 나누어 어느 부분은 꽃이 만발한 정원으로, 어느 부분은 숲이 울창한 공원으로, 어느 부분은 약간의 동물을 구경할 수 있는 동물원으로 만들었다. 줄임말로 블뤼바(BlueBa)라고도 부르는 바로크 정원은 지금 궁전보다 더 인기 높은 명소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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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바로크 정원


Scene 3. 동화 정원

바로크 정원의 한 구역에 동화 정원(Märchengarten)이 있다. 아이들 눈높이로 동화 속 장면을 재현하여 체험하고 구경하는 일종의 테마파크다. 1959년부터 문을 열었으니 역사도 제법 오래 되었다. 당시에는 동화를 재현한 9개의 스폿이 있었는데 지금은 40곳 이상으로 늘어 제법 탄탄한 테마파크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디지털과 가상현실에 익숙한 아이들이지만 여기서만큼은 스마트폰이 없어도 동화 속으로 들어가 신나게 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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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동화 정원


Scene 4. 호박 축제

2000년부터 바로크 정원은 가을마다 거대한 축제장으로 변신한다. 호박철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큰 호박 전시회(Kürbisausstellung)가 열리는 것. 호박 축제는 수백종의 형형색색 호박 수십만개로 넓은 정원에 기상천외한 볼거리를 만드는 행사다. 매년 주제를 정하여, 해당 주제를 호박으로 표현하는 기발한 발상과 귀여운 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필자가 방문했을 해에는 주제가 공룡이어서 온통 '호박 공룡'이 가득했었다. 올해 주제는 영화라고 하며, 해리 포터나 마릴린 먼로 등을 호박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궁금증을 참기 어렵다. 물론 호박으로 만든 온갖 먹거리와 장터도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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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호박 축제

허허벌판에 궁전을 지었다. 궁전에 의해 도시가 생겼다. 궁전을 위한 수도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렇게 도시 하나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 절대 권력이 존재한 중세니까 가능한 것이렸다.


덕분에 우리는 궁전의, 궁전에 의한, 궁전을 위한 루트비히스부르크에서 바로크의 성찬을 맛볼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여행하면 더욱 추천하는 이곳, 대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 불과 10km 떨어진 지척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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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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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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