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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에 취하고 강바람에 취하고

독일 소도시 여행 - 뤼데스하임

by 유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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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손짓할 때 포도가 익는다. 햇포도로 만든 와인이 가을부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유명한 포도산지는 와인 양조에 한창 바쁘고, 와인내음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든다.


라인강을 따라 길게 계곡이 이어지는 한 부분에 생긴 작은 마을 뤼데스하임(Rüdesheim am Rhein)은 독일의 대표적인 와인산지다. 여름의 태양이 한풀 숨이 죽으면 뤼데스하임을 여행할 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어떤 매력을 품고 있는지 다섯 가지 장면으로 소개한다.


Scene 1. 브룀저성

기차역에 내리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둔탁한 벽돌 성. 브룀저성(Brömserburg)은 그 자체로는 일견 평범해 보인다. 하지만 성 앞마당 너머로 보젠성(Boosenburg)이 포개지고, 산비탈까지 포도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내가 와인산지에 제대로 왔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멋진 첫인상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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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브룀저성 | 우: 보젠성


Scene 2. 드로셀 골목

드로셀 골목(Drosselgasse)은 성인 두세명이 지나가면 꽉 찰 정도로 좁은 골목이다. 그런데 이 좁은 골목이 뤼데스하임 여행의 메인 코스라는 사실. 동화에 나올 법한 앙증맞은 건물들,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고풍스러운 간판들, 시선을 사로잡는 기념품과 특산품, 그리고 지역 와인의 향연이 끝없이 이어진다. 200m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은 짧은 골목이건만, 구경할 것이 많아 족히 1km는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햇와인철에 뤼데스하임을 여행할 때에는 드로셀 골목에서 페더바이서(Federweißer)를 마셔보자. 이 시기에만 마실 수 있는 덜 숙성된 햇와인인데, 청량감이 매우 시원하고 단 맛이 강해 가을 정취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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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드로셀 골목 | 우: 페더바이서


Scene 3. 니더발트 기념비

이왕 포도밭에 왔으니 포도밭 위로 올라가보자. 뤼데스하임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케이블카가 산비탈 중턱까지 편하게 데려다준다. 포도나무를 발 밑에 두고 슬렁슬렁 산으로 올라가면 느닷없이 거대한 니더발트 기념비(Niederwalddenkmal)를 만나게 되는데, 1871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가볍게 승리하고 독일 제국이 출범한 것을 기념한다. 당시 기념비 설치 장소로 여러 도시가 경쟁했는데, 라인강이야말로 독일 민족의 중요한 젖줄이기에 뤼데스하임이 선택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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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니더발트 기념비 | 우: 케이블카


Scene 4. 라인강 유람선

라인강은 스위스에서 발원해 독일은 관통해 네덜란드를 지나 북해로 흐르는 매우 긴 강이다. 그런데 이 긴 강에서 유독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구간이 라인강 중상류 계곡(Oberes Mittelrheintal)이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라인강 중상류 계곡은 유명한 유람선 코스로 인기가 높은데, 뤼데스하임이 바로 그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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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라인강 유람선 | 우: 라인강 중상류 계곡


Scene 5. 로렐라이

뤼데스하임에서 유람선을 타고 가는 중 계곡 양쪽에 크고 작은 고성이 여럿 보인다. 일부는 군사적 목적으로 지었고, 일부는 라인강 경관이 좋은 곳에 조망 목적으로 지었다. 일부는 멀쩡하지만 일부는 부수어진 폐허로 남아있다.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를 지나치면서 배가 달리다가 갑자기 툭 튀어나는 바위 절벽을 만나게 되니 여기가 바로 요정의 노랫소리에 홀려 배가 침몰했다는 전설의 로렐라이 언덕이다. 로렐라이 언덕은 배를 타고 가며 강 위에서 보아도 좋고, 언덕이라고 하기엔 꽤 높은 절벽 위에 올라가 강 풍경을 감상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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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 로렐라이 언덕

포도나무가 끝없이 보이는 작은 마을. 동화 같은 풍경에 취해 걷다가 눈에 띄는 와인숍이나 레스토랑에서 지역 와인을 마시고, 한껏 분위기가 UP 된 상태에서 포도밭 너머 산 중턱에서 멋진 풍광을 즐긴다. 두 배로 분위기가 UP 된 상태에서 다시 강으로 내려와 유람선을 탄다. 세 배로 분위기가 UP 된 상태에서 로렐라이를 만난다.


와인에 취하고 강바람에 취하는 여기는, 뤼데스하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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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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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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