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소도시 여행 - 카셀
산의 경사면에 나무를 베고 인공적인 구조물로 채워넣은 곳. 흡사 스키 리조트 같은, 그러나 애당초 스키장과는 거리가 먼 이곳. 산의 정상에 헤라클레스가 우뚝한 이 특이한 곳의 정체는 산상공원이다. 산의 한 면을 통째로 공원으로 만들 발상을 누가 했을까? 18세기 후반, 헤센 선제후 빌헬름 1세는 선조들이 터를 닦은 산에 자신의 궁전을 짓고 산꼭대기까지 이어지는 정원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이름을 따서 '빌헬름의 언덕'이라고 이름붙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전세계 어디에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정원을 보려면 카셀(Kassel)로 가면 된다. 산꼭대기 헤라클레스가 지켜보고 있는 도시 카셀을 보여주는 다섯 가지 장면을 소개한다.
Scene 1. 빌헬름스회에 산상공원
'빌헬름의 언덕' 빌헬름스회에 산상공원(Bergpark Wilhelmshöhe)은 산의 한 면 전체를 정원으로 만든 곳이다. 산꼭대기에 헤라클레스부터 산 아래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쾌적한 정원이 있는데, 헤라클레스에서 물을 흘려보내면 산 아래 연못까지 물길을 따라 흐르도록 설계하였으며, 물길의 요지마다 멋진 구조물(폭포나 수로교 등) 및 전망용 다리를 만들었다.
Scene 2. 빌헬름스회에 궁전
그러면 빌헬름 1세는 왜 이런 정원을 만들었을까? 자신의 궁전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산 위의 헤라클레스를 일직선으로 바라보는 빌헬름스회에 궁전(Schloss Wilhelmshöhe)은 이 넓은 산상공원의 주인공이다. 지금은 내부를 박물관 및 미술관으로 사용한다.
Scene 3. 뢰벤성
빌헬름 1세는 이 산을 가꾸는 것에 진심이었다. 궁전부터 헤라클레스까지 이어지는 산상공원의 큰 줄기 외에도 구석구석 더 많은 것들을 채워넣었는데, 뢰벤성(Löwenburg)이 그 중 하나다. 마치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에 나올 법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사이즈는 크지 않다. 빌헬름 1세가 자신의 장지(葬地)로 사용하고자 만든 성이기 때문이다.
Scene 4. 그림벨트
카셀의 유명인은 또 있다. 카셀 도서관 사서로 일하면서 독일 각지의 민담을 수집해 독일어를 연구한 언어학자이면서, 그들이 수집한 민담을 엮어 동화책으로 펴낸 작가. 바로 그 유명한 그림형제가 카셀과 인연이 깊다. 카셀에서는 그림형제와의 인연을 살려 체험형 테마 박물관 그림벨트(Grimmwelt)를 개관하였으며, 어린이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Scene 5. 도쿠멘타
카셀의 명성을 세계에 알린 콘텐츠가 또 있다. 1955년에 시작되어 5년마다 열리는 현대미술 축제 도쿠멘타(Documenta). 100일 동안 도시 전체가 미술관으로 변한다. 메인 전시관인 프리데리치아눔(Fridericianum)은 평소에 가도 우수한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고, 축제 기간에 거리에 설치되었던 작품을 그대로 남겨두어 영구 전시하기도 하는데, 중앙역에 내리자마자 맞이하는 조너선 보로프스키의 <하늘을 향해 걷는 사람>이 대표적이다.
오늘날에도 카셀은 헤센주 북부의 중심 도시다. 인구 20만 안팎으로 독일에서는 소도시라 분류하기 어려운 사이즈이지만, 이 시리즈의 모토에 따라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한다.
산꼭대기의 헤라클레스가 지켜보는 도시 카셀. 스키 리조트는 아니지만, 일찍부터 온천이 발달하였던 도시이며 산상공원 바로 인근에 지금도 운영하는 온천이 있으니 반쯤은 리조트라고 해도 되겠다. 궁전부터 그 헤라클레스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리조트 같은 산상공원의 유니크한 매력 속으로 빠져든다.
<독일 소도시 여행>
2007년부터 독일을 여행하며 그동안 다녀본 100개 이상의 도시 중 소도시가 대부분입니다. 독일 소도시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독일여행에 깊게 발을 들이게 된 여행작가가 독일 소도시의 매력을 발견한 장면들을 연재합니다. 물론 그 중에는 객관적으로 소도시로 분류하기 어려운 곳도 있지만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로 합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
독일 소도시에 담긴 역사, 문화, 풍경, 자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읽기 편한 한 권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35개의 독일 도시에 담긴 이야기를 담은 쉽게 읽히는 여행 에세이로 독일의 진면목을 발견하세요.
동화마을 같은 독일 소도시 여행 (유상현 지음, 꿈의지도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