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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네 일상 16화

- §환상의 나라§에 어서 오세요

by 마르와 앨리 Mar 22. 2025

뻔한 이야기이지만, 사람은 '새로운' 것에 반응한다. 중학생 때 듣던 노래가 나이 들어서도 기억에 남는 이유는, 그 시절 처음으로 음악 취향을 찾게 되기 때문이 아닐까. 나이가 차며 점점 삶이 심심해지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 앨리와 마르도 어찌할 바 없이 그렇게 성인의 무료함을 이해하던 중 만나버렸다, 환상의 어드벤처 타임을 선사하는 테마파크를.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지브리 파크 let's go! 우리는 이런 글로벌 브랜드 테마파크를 다소 늦게 접한 편이다. 20대 후반에 처음으로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입성했다. 처음 입장권을 예약할 때만 해도 무슨 놈의 놀이공원 티켓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지, 놀러 가면서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하는 건지 회의감이 들었다. 보통 여행 준비를 맡는 마르는 앨리에게 하루의 전권을 위임하고, GG를 선언했다. 꽂히면 한 놈만 패는 성향의 앨리가 키를 잡았다. 앨리는 입성 전날 저녁까지도 각종 후기 블로그 속 꿀팁과 스튜디오 맵을 뒤적이며 플랜을 짰다. 대략 이런 식,


✅ 꼭 타야 할 어트랙션 : 해리포터 앤드 더 포비든 저니
✅ 효율적인 동선 세팅 : 해리포터부터 시작해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 것!
✅ 인기가 많아서 평균 대기 시간이 100분에 육박하는 어트랙션 : 슈퍼마리오월드 입장, 해리포터 등등
✅ 퍼레이드 시작 시간과 장소 : 미니언은 꼭 봐야지!


대문자 P 마르는 이 모든 계획을 알면 열정이 식어버리는 병이 있기 때문에, 그냥 모른 채로 당일 앨리를 따라갔다. 입구 광장에서부터 대규모의, 동시에 디테일한 구조물이 늘어선 데에 압도되고 말았다. 어딘가로 달려가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이고, 몇몇은 벌써부터 귀여운 캐릭터 탈이나 머리띠를 착용하고 다닌다. 이런 광경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 같다. 정말 새로운 세계에 온 느낌. 이세계의 단상이 그대로 머릿속에 캡처되고, 우리의 정신도 같이 들뜨기 시작한다. 다음엔 몸이 반응한다. '왜'를 물을 새도 없이 발이 빨라진다, 해리포터 성으로-! 환상의 나라 지킴이 선생님들이 서두르지 말라는 말을 친절한 웃음으로 건넨다. 그 웃음도 캡처-


해리포터 성에서 빗자루를 2번이나 타며, 연속으로 해리를 만났다. 해리포터를 소설로도 영화로도 보지 않았는데, 그날 해리는 우리를 테마 파크라는 마법 세계로 인도했다. (이후에 마음이 열려서 영화를 조금씩 찾아보았다.)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성을 나왔는데, 그때부터는 거의 기억이 없다. 흥이 도를 넘어서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즐겼던 것 같다. 공룡 인형 탈을 언제 어떻게 샀는지 모르겠다.. 


이때를 계기로 테마파크에 재미를 붙여 앨리와 마르는 도장 깨기를 하듯 그다음 해에는 디즈니랜드를, 또 2년이 지난 현재 지브리 파크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 모든 새로움은 그 자체로 재미를 주지만, 특히 그 새로움이 동심과 얽힌다면 파급력은 배가 된다. 새로워서 흥미로운데, 새로움 속에 이제는 잊혀버린 낯익음을 발견할 때 향수가 폭발한달까. 그리고 테마파크는 그 기묘한 도파민을 만날 수 있는 확신의 이세계이다. 이것 봐, 생각만 했는데도 바로 즐거워져 버린 마르가 그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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