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어디까지 가 봤냐고? 난 프라도를 찾으려 했을 뿐이야.
프라도 미술관
사실 마드리드는 여행자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도시는 아니다.
특히 우리 여행자들에겐 그렇다. 무미하고도 건조하기 짝이 없는 도시이다.
SNS 대부분의 여행선배들은 마드리드는 반나절이면 다 돌아본다고.
그래서 남은 시간에 톨세투어 즉 톨레도와 세고비아를 묶어서 당일치기로 돌아올 것을 권한다.
나도 그랬다.
마드리드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날 톨세투어를 끝으로 그라나다로 떠날 계획이었다.
톨세투어의 집합장소가 고야동상 앞이었다. 고야는 화가이다. 고야동상은 프라다미술관 앞에 있다. 그리고 프라다 미술관에는 고야의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마야는 미술관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
자기 작품이 있는 곳으로 시선이 향하지 않는다.
톨레도와 세고비아 내내 나는 그 생각만 했다. 왜 고야는 자신의 그림들을 외면하고 있을까.
세계 3대 박물관을 대영박물관,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이 프라도로 선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프라도 미술관은 그림에 관한 한 단연 으뜸이다. 루브루나 대영박물관과 비교가 어렵다. 2만여 점의 주옥같은 그림들이 창고 혹은 전시실에 있다.
나는 거기서만 꼬박 이틀을 보냈다. 그냥 그림이 좋았다.
나는 지금도 어디를 다시 가 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간단하다
프라도 미술관이다.
나에게 유럽 전체는 이 미술관 하나만 못하다 내 마음의 보석상자이다. 누가 유럽을 물으면 난 프라도로 대답한다..
남미의 여행일정
이번 여행의 일정을 크게 세 부분이다.
첫째가 안데스이다. 잉카와 마야 그리고 아즈텍 문명의 유적들이다. 고산지역이다.
다음이 파타고니아 대 평원이다. 자연이다. 빙하. 산. 펭귄. 바다사자. 등대. 폭포 그렇게 계획한다.
마지막이 도시이다. 산티아고, 부에노스 아이레스. 리우 데 자네이루 등이다. 사람이 만든 건축과 도시, 문화와 사회 등을 즐길 것이다
이런 계획은 충분히 기왕의 먼저 다녀오신 분들이 남겨주신 소중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조직되었다.
그러나 나의 마음엔 꿈이 하나 있다.
모든 인터넷 정보들이 마드리드를 지나쳤지만
나는 프라도 미술관에 즐거워했듯이.
남들이 정해놓은 또는 인터넷 정보들이 지시하지 않은 곳으로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남미에서 나만의 프라도 미술관을 발견해 낼 것이다.
꼭 가보아야 할 곳들이라는 리스트를 무시하고
나는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내가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고, 내가 흐르고 싶은 곳으로 흐를 것이다.
새처럼 바람처럼 물처럼...
그리고 너 어디에 가 보았느냐고, 남미 어디까지 가 보았느냐고 누가 묻거든
프라도를 찾아다녔노라고 그렇게 대답할 것이다.
난 자유인이니까.
27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