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가 나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리.
호텔이 나를 무시한다.
여행은 멕시코시티 in, 리우 데 자네이루 out이다.
한 달 남짓 긴 여행의 대미는 리오 데 자네이루이다.
여행의 마지막 밤을 리우에서 보내게 된다. 리우는 치안이 좋지 않은 지역들이 있다.
가격만 보고 숙소를 정했다가는 우범지역 한가운데서 여행의 마지막을 불안에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호텔을 검색하다가 행운을 발견했다.
코파카파나 해변에 5성급 호텔 하나가 믿을 수 없는 가격에 나온 것이다.
거래는 정상적이었다.
나는 대금을 지불했고, 호텔을 확약 메일을 보내 주었다.
그런데 며칠 뒤부터 호텔로부터 이상한 메일이 자꾸 온다.
나에게 예약을 취소해 달라는 것이다.
호텔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더니, 가격이 많이 올랐다.
호텔이 마음이 변한 것이다. 손님이 없어 싸게 팔았는데, 손님이 몰려서 더 비싸게 팔 수 있게 되자 싸게 방을 산 손님들에게 계약을 취소해 달라고 떼를 쓰는 것이다.
결국 그 예약은 취소당했다.
아래는 그 호텔이 보내온 메시지와 구글 번역이다.
그러나 이것은 남미여행의 쓴맛의 그 서곡에 불과했다.
항공 스케줄이 9시간 연기되었다.
비행기가 9시간 지연되었다.
최소한 항공스케줄이 9시간이나 연기가 되면 미안하다든가. 나에게 어떤 선택이 있다거나 그런 사과나 안내는 있어야 한다.
다짜고짜 연기되었단다. 마치 항공사는 스케줄 변경의 권리가 있고 나는 그 변경된 스케줄에 따를 의무가 있는 듯하다.
남미 여행은 최대 복병이 도시 간 이동이다.
이 이동수단은 버스와 비행기이다.
버스는 싸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도시에서 다음 도시로 이동이 보통 10시간은 족히 걸린다. 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치안도 소문이 안 좋다. 특히 버스터미널 부근은 가장 취약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비행기는 편리하지만 비싸다. 문제는 비싼 것만이 아니다.
나는 항공지연의 피해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겪어야 할 남미의 현실에 비하면 그리 큰일이 아니었다.
항공권이 취소되었다.
제대로 금액을 지불하고 항공권을 구매했다.
그런데 그 항공권이 취소되었단다. 참 일상적이지 않은 경우이다.
항공사에서 온 메일을 첨부했다.
내가 구입한 항공권은 아직도 그 날자가 도래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항공기 운항시간에 공항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나의 항공권은 취소되었으므로 다시 구매하라는 알쏭달쏭한 안내이다.
항공권 대금은 환불해 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안내에 따라서 동일한 구간에 항공권을 두 장 사야 했다.
항공사의 실수였는지 아니면 고차원적인 상술인지 알 수는 없다.
항공권이 취소가 되어 다시 구매해야 한다고 해서 난 비행기표를 또 샀다. 환불해 준다는 약속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기차표를 샀는데. 환불해 줄 테니 다시 표를 사라는 안내가 메일로 왔고, 이에 따라서 다시 표를 샀는데, 환불을 해 주지 않는다면 가만히 있겠는가.
남미에서는 그렇다. 그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슬퍼하지 않으리.
분노하지 않을 것이다.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남미라면, 남미를 따를 것이다.
그것이 남미로 떠나는 나그네의 올바른 마음가짐인 것이다.
나를 속이려 하는 사람들에게 속아주리라. 나의 것을 탐하는 사람들에게 갖고 싶어 하는 것들을 주리라.
내가 성현군자 이어서가 아니라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남미에 가지 않으면 모르거니와, 남미에 갈 바에야 다른 방법이 없다. 속아주고, 빼앗기고, 손해 보는 수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그것마저도 여행이므로, 남미의 일부분이므로. 사디스트처럼 즐겨야 한다. 모든 남미적 상황들에 즐거워해야 한다.
26 Feb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