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켜온 가장 오랜 기억은 햇빛에 관한 것이다. 넓다란 신작로에 줄지어 늘어선 포플러 나무들, 그 나뭇잎들 사이로 부서지던 한낮의 햇빛, 끊어질 듯 말듯 들려 오던 골목길 안의 아이들의 소리, 그 때 나는 세살쯤이었던가, 햇빛이 가져다준 밝은 세상, 세상에 처음으로 홀로 마주하고 있던 그 순간부터 햇빛에 관한 나만의 동경은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FM 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이 세살짜리 꼬마가 서른여덟 나이에는 햇빛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 지 한번 계속 들어 볼까요? 햇빛과도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런 밝음으로, 또한 그런 감내할 수 있는 우울함으로 그것이 나의 어릴적 소망이었다. 중간쯤에서 와 되돌아본 나의 삶이 내가 소망했던 것과는 이만치나 동떨어진 것이라해도 나는 내 바람을 바꾸지 않겠다. 이제 겨우 세상에 눈뜬 내게 한번쯤의 관대함은 가능하지 않을까? 삶이라는 것이 늘 밝은 것도, 견뎌낼 만큼의 고통을 가져다 주는 것도 아니라면 나는 내 절반의 삶을 용서할 수 있을 것이다. 늦깎이 삶에 대한 치열함으로 나는 어릴적 햇빛에 대한 기억에서 얻은 소망을 지켜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