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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5분 서평 19화

[5분 서평]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우주를 사랑하는 천문학자가 일상을 살아가는 법

by cm

오늘 서평을 쓸 책은 심채경 교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입니다. 심채경 교수는 tv프로그램 '알쓸인잡'에 출연하면서 유명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알쓸인잡' 출연 이전에 나온 책으로 천문학자의 일상을 담고 있죠. 어떤 내용들을 담고 있는지 함께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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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천문학자의 이미지를 깨는 책입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천문학자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망원경을 통해 별을 세는 낭만적인 모습이죠. 저 역시도 그런 줄 알았고요. 하지만, 심채경 박사의 에세이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실제 천문학자의 삶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때로는 지루할 만큼 반복적인 연구와 데이터 분석의 연속인지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천문학자로서의 삶, 심채경이라는 인간의 삶을 담담하게 엮어냅니다. 이 책에서 천문학자는 망원경, 밤하늘과 만나는 시간보다 전 세계 관측소에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컴퓨터 앞에 앉아 분석하는 시간을 훨씬 더 많이 보냅니다. 하와이 망원경이 보내온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수없이 반복해서 살피고, 연구실 책상 앞에서 머리를 싸매는 것이 심채경이라는 천문학자의 일상입니다. 그렇지만 이 과정 속에서 저자는 우주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호기심을 꾸준히 발견하고 조금씩 더 전진해 갑니다.


인간 심채경은 천문학자라는 이름보다는 다양한 태양계 천체를 연구해 온 행성과학자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자신의 커리어를 자랑하기보다는, 천문학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 대학원 시절의 고민, 비정규직 연구원으로서의 불안, 그리고 워킹맘으로서의 일상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냅니다. 현대 사회에서 낭만이 아닌 현실의 과학자가 된다는 것, 그리고 과학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 과정에서 겪는 희로애락을 여러 에피소드에서 풀어내죠.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천문학 비전공자여도 읽는 데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천문학적 지식이 마치 요리 위에 뿌려진 향신료들처럼 곁들여져 있지만, 전공 수준의 지식을 요하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일상과 우주 이야기를 적절히 연결시켜서 위로와 영감을 우리에게 전해준답니다.


예를 들어서 저자는 지구가 한 시간에 15도씩 돌아간다는 사실에서 "내가 멈춰 있어도 우주와 우리의 나날은 계속 움직인다"라는 얘기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과학 에세이라고 하긴 힘드네요. 별을 사랑했던 대학생, 비정규직의 허덕임을 겪는 초짜박사의 고군분투, 워킹맘, 그럼에도 별을 사랑하는 인간 심채경을 담은 책입니다.


마지막은 제가 이 책을 보면서 가장 좋았던 구절로 끝내겠습니다.


"그가 슬플 때 당장 해가 지도록 명령해 줄 수는 없지만, 해 지는 것을 보려면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겠다. 천문학자가 생각보다 꽤 쓸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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