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광기와 현실 가운데에서
오늘 연재에서 얘기해 볼 책은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입니다. 저는 서머싯 몸의 책을 꽤 좋아합니다. 서머싯 몸이 쓴 소설의 특징은 문장이 굉장히 직관적이고 잘 읽힌다는 겁니다. 쓸데없는 미사여구도 적고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시점 변화도 적거든요. 그래서 오늘 얘기할 <달과 6펜스> 말고도 <면도날>, <인간의 굴레에서>도 읽었습니다. 언젠가 얘네도 서평을 썼으면 좋겠네요ㅎㅎ 그럼 오늘의 책인 <달과 6펜스>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달과 6펜스>는 서머싯 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예술에 사로잡힌 한 인간의 광기와 집요한 열망을 전면에 내세운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유명한 이유 중에 하나는 폴 고갱이라는 유명 실존 화가를 모티브로 했다는 것 때문이거든요.
다만 고갱의 실제 삶과는 차별화된 허구적 인물을 창조해서 고갱의 일대기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예술가에 대한 자신의 비전과 상상을 투영한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을 창조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스트릭랜드는 가족, 사회적 지위, 도덕적 가치 등 세속의 모든 것을 단호히 버리고 오직 예술 하나만을 쫓습니다. 자신이 그리고 싶은 궁극의 예술 하나를 미친 듯이 갈구하죠. 한 인물의 극단적인 예술 추구와 자기 파괴적 삶을 전기적 양식으로 그려내죠.
<달과 6펜스>라는 제목은 이상(달)과 세속적 가치(6펜스)의 극명한 대립을 중심축으로 삼는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주인공은 현실의 안락함과 물질적 이익을 상징하는 6펜스를 과감히 버리고, 누구나 동경하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달을 향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것이죠.
또한 이 책에서는 미(美) 그 자체를 삶의 최상위 가치로 삼는 유미주의, 즉 탐미주의의 사상을 극단적으로 구현합니다. 주인공은 오로지 '아름다움'과 창조의 충동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죠. 특이한 것은 보통 이런 성향을 가진 타 작품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스트릭랜드는 독자들이 거부감을 일으킵니다.
물론! 글을 쓰는 저, 같이 토론을 했던 독서모임 사람들만의 생각일 수는 있습니다. 어쨌든 당시 토론에서는 스트릭랜드의 고집이 열정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아집과 편견으로 느껴졌다는 의견이 강했습니다. 이런 차이를 보인 이유는 아마도 <달과 6펜스>가 1인칭 관찰자인 '나'의 시점에서 스트릭랜드의 삶을 따라가기에 그를 완전히 이해하거나 설명하지 못한다는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이런 스트릭랜드가 소설의 끝에 달해서 생기는 여러 문제에도 극단적 탐미의 자세를 견지하는 모습에서 일견의 경외감을 만들어냅니다. 그것이 이 <달과 6펜스>의 매력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결국 끝끝내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서 만들어내는 인정. 탐미주의의 극단적 구현을 인정받게 하는 소설의 몰입성말입니다.
보면서 마냥 즐겁고 재밌는 책이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다 보면 쉬지 않고 한 호흡에 이 소설을 다 읽어 내린 본인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말에는 진실한 정열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의 마음속에서 그에 대항하여 싸우고 있는 일종의 격렬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