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응시하자
이번 연재에서 얘기해 볼 책은 유성호 교수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입니다. 이 책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진행한 ‘죽음의 과학적 이해’ 교양강의를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책의 제목이 엄청 자극적이죠? 이 책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가 외면해 온 죽음의 실체를 정면으로 응시하라는 의미에서 자극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극적인 제목 속에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는지 같이 보겠습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유성호 교수가 20년간 1,500건이 넘는 부검을 진행했던 경험과 죽음에 대한 깊은 사유를 엮어낸 책입니다. 유성호 교수는 죽음을 직시할 때 비로소 삶의 의미가 선명해진다는 메시지를 책 전반에 거쳐서 외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자신의 경험과 거기서 생긴 생각들을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게 이 책입니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누어집니다. 1부에서는 법의학자의 역할과 부검 현장의 실제를 통해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그리고 그 죽음이 사회와 개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여줍니다. 2부에서는 뇌사, 존엄사, 자살, 안락사 등 현대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를 다양한 사례를 다루는데 '음이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가, 품위 있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죠. 3부에서는 죽음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합니다. 죽음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지 끊임없이 묻고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있죠.
이 책을 읽은 당시 저의 나이는 31살이었습니다. 딱 5년 전에만 읽었어도 이 책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았을 거 같네요. 20대 중반의 저에게 죽음은 아직 먼 이야기였거든요. 당시의 저는 석사 학위, 연애 같은 삶에서 이루어야 하는 것, 성취해야 하는 것들에 모든 관심이 몰려있었습니다. 삶의 마지막을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던 거죠.
그렇지만 30대를 넘어가면서 죽음에 대해서 조금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부모님께서 나이 드시는 모습, 주변에 아는 어른께서 돌아가셨다는 얘기 등을 듣다 보면 죽음에 대한 공포와 걱정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그러던 시점에서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를 읽었기 때문일까요?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죽음을 바라볼 때야 비로소 삶에 충실할 수 있다”는 말이 가슴에 '턱'하고 다가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래 다시 열심히 살면서 천천히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고 받아들이자'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네요.
물론 아직 저자가 말한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한 5가지 실천법, '사랑하는 이에게 자주 사랑한다고 말할 것,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 것,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길 것, 장례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를 할 것, 그리고 건강을 소중히 여길 것'을 다 지키고 살기는 힘들 겁니다. 그래도 열심히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오늘을 더 충실하게 살고 죽음을 준비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검실의 냉철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이 교차하는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였습니다.
"삶의 마지막 여정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만 현재 우리의 삶을 더 온전하게 살 수 있다.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