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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5분 서평 24화

[5분 서평] 모모/미하일 엔데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

by cm

오늘 서평해볼 책은 미하일 엔데의 <모모>입니다. 이 책은 아동문학 같은 표현과 문체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내용에는 깊은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가히 현대의 고전문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모는 어떤 내용과 철학을 담고 있을까요? 같이 한 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모>는 "시간"과 "경청"이라는 주제를 환상적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살펴보겠습니다. 폐허가 된 극장에 홀로 살게 된 소녀 모모는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온 마음으로 들어주는 힘이죠. 마을 사람들은 모모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진짜 자신이 되는 경험을 하고, 아이들은 모모와 함께 상상력 가득한 놀이를 펼칩니다. 모모는 듣는다는 행위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주죠.


그러던 어느 날, 도시에는 ‘회색 신사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시간 저축 은행”을 내세워 사람들에게 시간을 절약하라고 설득한답니다. 효율과 성공을 약속하는 그들의 말에 모두가 혹하게 됩니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가족, 친구, 놀이, 대화 등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하나둘씩 포기하게 됩니다. 도시에는 웃음과 여유, 따뜻함이 사라진다. 모모만이 이 변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고자 합니다.


모모의 여정에는 도로 청소부 베포, 관광 안내원 기기, 그리고 신비한 거북이 카시오페이아와 시간의 주인 호라 박사가 함께합니다. 이들은 모모가 회색 신사들의 본거지에 맞서 싸우고 마침내 사람들에게 진짜 시간의 의미를 되찾아주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동료들이죠. 모모는 시간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많은 등장인물들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갑니다. 제가 앞서 얘기했던 '시간"과 "경청"을 적절하게 섞어놓은 내용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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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앞서 적었듯이 동화적 상상력과 철학적 깊이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는 점입니다. 저자인 미하엘 엔데는 회색 신사(마치 한국 사회의 현대인들 같은 인물들)들을 통해 현대 사회의 효율성과 소비, 경쟁에 집착하는 풍조를 비판하죠. 동시에, 모모가 보여주는 경청과 관계 맺기의 힘은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묻게 합니다.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모모>는 진짜 소중한 것은 "지금 이 순간"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임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이런 철학적 깊이가 있다고 해서 <모모>가 아동문학이라는 본질을 잃은 것은 아닙니다. 소설 중간중간에 웃음이 절로 나오는 에피소드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또한 제가 가지고 있는 판본에서 삽화들을 넣어서 소설 중간중간을 환기시켜 주죠. 무엇보다 전반적인 문장들이 동화풍이 나는 묘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모모>는 독서를 함에 있어서 전혀 부담을 주지 않죠.


<모모>는 아동문학의 옷을 입었지만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시간과 행복, 인간관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 이야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해 줍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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