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사랑이란 모순들
이번 서평 책은 유명한 베스트셀러입니다. 바로 양귀자 작가의 <모순>입니다. <모순>은 서점 한국소설 순위에서 3위 내에 들어가는 책입니다. 책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저 역시도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읽고 난 뒤의 소감은 역시~였죠. 이런 감상을 주는 모순은 어떤 책인지 한 번 보겠습니다.
<모순>은 제목처럼 우리 삶에 내재한 복잡한 이중성과 인간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25세의 미혼 여성 안진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가족과 사랑, 그리고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모순’에 빠지는 존재인지를 보여줍니다.
진진과 그의 친지들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시장에서 내복을 팔며 진진과 남동생을 키웠죠. 아버지는 술과 함께 방황하며 가끔 집에 왔다가는 존재입니다. 남동생은 조폭이 꿈인 사람이죠. 그런데 어머니의 일란성쌍둥이인 이모는 좋은 집안과 결혼해서 경제적으로 넉넉합니다. 하지만 일상의 무료함에 시달리죠. 진진은 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자매를 보면서 삶의 양극단을 끊임없이 저울질합니다.
진진의 연애 역시 모순적입니다. 자유롭고 즉흥적인 김장우와 안정적이고 성실한 나영규, 두 남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진진의 모습은 사랑과 현실,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누구나 겪는 흔들림을 보여줍니다. 진진은 두 남자를 돌아가면서 만나며 연애도 끊임없이 저울질하죠. 사실 소설의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진진의 설렘을 이끌어내는 순간들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진진이 끝내 내리는 선택을 통해 삶의 중요한 결정들이 항상 옳고 그름으로만 나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의 백미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드러나는 ‘모순’의 본질입니다. 부유하지만 무료한 이모와 가난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어머니, 폭력적이지만 가족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등.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삶과 사랑에서 모순이 얼마나 가득한가를 얘기합니다. 그리고 삶의 기쁨과 슬픔이 얼마나 가까이 맞닿아 있는지 조용히 질문을 던지고 있죠.
작가의 문체도 이런 책의 내용과 방향을 표현하는데 아주 적합합니다. 화려하고 과한 묘사나 미사여구 대신에 양귀자 작가는 담담하고 담백하게 얘기를 풀어냅니다. 이러한 문체 덕분에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과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소설 속이 아닌 누군가에게서 펼쳐지는 것 같이 생생하게 구현됩니다.
<모순>이라는 책은 인생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의 불완전함과 모순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건네는 소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덮고 나면,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크고 작은 모순을 안고 살아가며, 그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곧 성장이자 어른이 되어가는 길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삶이란 결국 수많은 모순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정임을, 이 책은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