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어떻게 살까 싶더니만, 살면 살아진다.

by 작은거인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처럼

아이들을 핑계 삼아 우리는

화재로부터 눈에서 멀어지려

멀리 해외까지 도망간 느낌이다.


아이들은 처음으로 해외여행이자

베트남 다낭을 가보았고

하루하루 신이 나기보다는

그저 조금 다른 세상이 신기했다.


그런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저곳 구경도 다니며

익숙하지 않은 음식과 문화를

접하면서 아이들도 처음이지만

우리도 이곳 여행이 처음이기에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여서일까?

음식을 먹는 것도 이동하는 것도

더 조심하려고 집중해서일까?

머릿속에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화재 난 집과 그 순간들은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가고

아이들을 위해 어색한 가짜 웃음 지으며

사진 찍던 첫날과는 달리

날이 지날수록 진짜 웃음으로..

내가 웃는 게 맞는 걸까 하며

웃으면서도 생각하던 날과 달리

참지 못해 깔깔거리는 웃음까지

웃고 즐기고 있는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렇게 웃고 있다가도 한 통씩

한국에서는 전화가 왔다.


"화재 소식 들었어,, 니 괜찮나??"


조금 늦게 소식을 들었던 건지,

소식 듣고 바로 연락을 못해보고,

조금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가진 후에 전화를 한 건지 모르지만

친구들의 전화가 하나둘씩 걸려 왔다.


"어.. 그래! 나.. 괜찮아!"


그렇게 한마디를 던지면


"그래 그럼 좀 다행이네, 어디야?"


괜찮다는데 더 할 말은 딱히 없이

그럼 어디서 뭐 하는지 무심코

묻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 여기 다낭이야."


한마디 대답에.. 친구는


"단양? 거기서 뭐 하는데?"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

고속도로 30분 거리에 있는

충북 단양으로 들렸는지..

웬 뜬금없는 단양? 봉화에서

사고 후 처리를 해야 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다시 물어보는 친구에게


"아니, 베트남 다낭이라고.."

"가족해외여행 왔어!"


전화한 친구는 그제야,,

해외 로밍 전화라서 통화품질이

좋지 않아서 잘못 들었는지,

아니면 다낭은 생각해도 말이 안 되고,

그나마 단양은 가까우니까 하며

받아들인 스스로가 틀림을

이해를 하고서는..


"아.. 니 진짜 괜찮네!!"

"내가 괜한 걱정을 다 했네.."

"가족 여행 잘하고 와라! "


위로의 말을 전하려다, 괜히

어색해하며, 여행에 방해될까

부랴부랴 끊는 그런 안부 전화도

여행 중에 이따금씩 있었다.


내 마음속 현실은 침대에 누워

울부짖으며, 왜 나한테 그래요?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래요?

하늘을 원망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뜻하지 않게 해외여행으로

불난 집은 지켜주지 않던 하늘이

친구들한테는 강한 멘탈로 보이며

내 자존심 하나는 지켜주는 것만 같았다.


우리 가족은 그 현실을 도피하듯

해외여행을 꿈꾸던 아이들

부모 역할에 대한 책임감인 듯

그렇게 떠난 이 가족여행이 이제는

너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예상한 데로 계획한 데로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집이 다 타 버린 상황에서 급히 떠난

이 여행에서 오히려 이보다 좋은

시간은 없었을 거라, 생각을 달리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읽은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책은

내 마음을 더욱 위로해 주었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고

아픔은 더 큰 아픔이 잊게 하듯이

김혜남 선생님의 책을 읽으며

저자가 어린 나이에 언니를 잃고,

의사가 된 이후에 파킨슨병을 앓고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내 삶의 무게가 너무 가볍게 느껴졌다.


타인의 삶에 비교해 내 인생을

위로하는 간사한 마음이 느껴졌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런 위로를 받으며

나도 다시 웃으며 살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그렇게 살면 또 살아지는 거였다.


최근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넷플릭스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에서

집도 사고, 배도 사고, 자식들과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는 어느 날에

자식을 잃고, 세상을 잃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가는 박보검과 아이유

이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살민 살아진다."




"참 어떻게 살까 싶더니만

살민 살아진다.

진짜로 살민 살아졌네.. "



잃은 것이 하나 있어도, 아직

지켜내야 할 많은 것이 있기에

그렇게 살면 살아진다. 또 살아간다.

앞이 보이질 않을 만큼 어두워도

어느 순간 다시 해가 뜨고

꽃이 피는 게 우리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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