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아스팔트에서 피어난 한줄기 꽃처럼

by 작은거인



우리가 큰 용기를 내어

멋진 집을 짓기 전에

해야 될 일은 바로

무너져있는 이곳을 먼저 깨끗하게

치우고 정리하는 철거 작업이다.


현장 철거작업을 직접 하려고 하니

내 마음이 너무 쓰이고

철거 업체에 전부 맡기려고 하니

내 돈이 너무 쓰인다.


인근 지역 철거업체에 철거 금액을

한번 알아보니, 평당 15만 원 이상!

거기에 폐기물처리 비용은 별도이며

대략 평수 계산으로 약 1000만 원

무시 못하는 인건비가 상당하다.


나도 장사를 한두 번 해봐서 알지만

대박 날 거라 생각하며 예쁘게

리모델링하고 장사를 시작하시는

많은 자영업자분들이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고

장사가 안되어 더 이상 버티지 못해서

임대차 계약서 상 원상복구로 인해

철거를 할 때에는 눈에 피눈물이 난다.


근데 하루아침에 예상하지 못한

화재로 인해 전부 불에 타 사라져

더 이상 영업도 못하고 철거를 하는

이 마음은 얼마나 더 오죽할까?

바라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여기에 돈까지 더 많이 들여 철거하는 건

내 마음이 더 힘들 거 같아서

몸이 힘들어도 직접 철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쉬는 날에 하루 휴가를 붙이고

철거작업에 3일을 계획했다.

건축자재의 철거에도

가정에서 쓰레기 버리듯이

분리배출을 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시멘트 콘크리트다.

최대한 시멘트만을 분리하여 따로

환경업체에 신고하여 버려야 한다.

분리가 제대로 안되어 배출할 경우

과태료가 붙어서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두 번째는 돈이 되는 고철이다.

폐가전, 프레임, 철판, 지붕 강판 등

모든 고철은 따로 분리하여서

고물상으로 판매를 할 수 있다.

돈이 되는 부분이니까 샅샅이 찾아서

한 푼이라도 아껴야 된다.


세 번째는 폐목재이다.

옛날 목조주택이라 폐목재가

상당히 많이 나왔다. 목재 또한

따로 버리는 곳이 지정되어 있으며

일반 쓰레기보다 버리는 비용이 비싸다.

폐목재는 버리지 않고, 시골에 계시는

장인어른댁으로 이동해 겨울 땔감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폐 쓰레기이다.

분리 후 남은 쓰레기들은 톤 백에 담아

쓰레기 소각장으로 신고 후 버리면 된다.

비용은 1톤 트럭 한 대에 10만 원 안쪽이다.


그렇게 철거에 대해 먼저 알아보고

시나리오를 계획한 후 실천에 들어간다.


화재가 났을 때 집의 지붕을

처참히 무너뜨린 포클레인 기사님

연락처를 알아낸 후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고

콘크리트 분리 작업을 부탁했다.

직접 현장을 보셨기에 철거하면서

필요한 사이즈 맞는 차량을 알아봐 주셨고

분리한 시멘트를 담아서 이동할

2.5t 트럭까지 섭외를 해 주셨다.

철거 작업은 2일 정도 예상하셨다.

무거운 시멘트만 분리배출되면

나머지는 시간 되는 대로 치우면 된다.


모든 계획을 마치고, 철거 당일

새벽 6시에 갑자기 아버지 전화가 왔다.


"아들 일어났어? 몇 시에 출발할 거야?"


혼자 조용히 출발하려던 찰나

아버지는 아들이 걱정되어서

함께 갈 준비를 일찍 다 하고서

아들이 이제 일어났겠지 하며 전화가 왔다.

혼자 고생할까 봐 함께 나서시는 아버지를

말리지도 못하고, 감사한 마음은 또

제대로 표현도 못한다.


"그럼.. 집 앞으로 모시러 갈게요.."


퉁명스러운 통화를 마치고 아버지를 만났다.

마트에서 일하면서 마실 물과 커피를 사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우린 현장으로 도착했다.



포클레인 장비가 먼저 도착하여

작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함께 손발 맞춰 일하는 한 팀으로

우리는 모닝커피를 한 잔씩 나눠 마시며

오늘 작업에 대한 결의를 다졌다.


포클레인은 시멘트 콘크리트를

잘게 부수면서 콘크리트만 차량에

골라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트럭 차량 기사님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하시는 건 오로지 운전이다.

군대에서도 운전병은 운전 외에

다른 일은 겸하지 않는 것처럼

현장 노가다 판에서도

기사님은 오직 운전만 하신다.


아버지와 나는 포클레인 옆에서

콘크리트가 아닌 다른 자재들

한쪽으로 계속 치우고, 던지

포클레인이 일을 할 수 있게

분리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폐목재는 목재끼리 뭉치고

폐쓰레기는 톤백으로 넣고

고철은 한쪽 공간으로 몰아 놓는다.


허리가 끊어질 듯 수십 번, 수백 번

허리를 숙여 쓰레기들을 줍고, 던지고

언제 이 시간이 끝이 날까?

포클레인 작업을 두 손이 맞춰 빠르게

따라가는 게 너무 힘들어지는 순간!

포클레인 사장님이 장비를 멈추고 내리시며


"오전은 여기까지 하고, 식사하시죠."


이 한마디를 얼마나 기다렸을까?

땀이 비가 오듯, 웃통을 적셔왔다.

아직 젊은 나도 이렇게 힘든데..

똑같이 옆에서 일하시는 아버지는

얼마나 힘들까 싶어 아버지를 돌아봤다.




얼굴에 묻은 검은 먼지 얼룩과 함께

내쉬는 거친 숨소리에서

아버지 목구멍 속까지

검은 먼지 가루가 가득한 게

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아서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땀과 범벅이 되어 마스크를 벗은 채

쉬지 않고 분리 작업만 하셨다.

괜히 직접 철거하겠다고 해서..

괜히 혼자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런 아들을 신경 쓰이게 할까 싶어

힘들다고 내색도 안 하는 아버지께


"안 힘들어요? 왜 같이 와서 고생하시고.."

.

.


"아직 안 힘드네? 아빠가 아직 젊어 이놈아!"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아들 걱정할까, 내색도 안 하시는데

그 속상함을 나는 먼지와 함께 살짝 털어버리고는

가까운 곳에서 다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한 공기 밥 양이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우리는 밥 한 공기만 딱! 먹고 일어섰다.

배가 너무 부르면 오후에 하는 일이

더 힘들 거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았다.

그런 아버지를 생각하니,,

두 공기를 드시는 트럭 기사 아저씨는

조금 얄밉게 느껴졌다.

쉬는 식사 시간은 손님 태운 택시처럼

잡으려 해도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우리 부자는 오후 내내 오전과 같은 일을

기계처럼 반복해서 해내고 있었다.



한참 포클레인이 바닥을 긁어내고

콘크리트를 부수고 하는 중

쓰레기 더미 속에서 하얀 컵이 눈에 보였다.


"사장님! 잠시만요. 잠깐만 멈춰줘요"


콘크리트와 쓰레기 더미 속에서

강안채 로고를 새긴 도자기 컵이 나왔다.

수원에서 오신 손님이 방문하셨을 때

직접 만들어서 선물로 주셨던

강안채 로고가 들어간 드립 커피잔이다.

도자기라서 강한 불에는 버틴다 해도

이렇게 포클레인이 부시고 밟고

바닥을 긁어내는데도 깨지지 않고

내 눈에 딱 보이는 게 너무 신기했다.

이건 운명 같은 일인 걸까?


다 무너져 내린 이곳에서

강안채는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마치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어난

한줄기 꽃처럼 내 마음속에서

희망이 피어오른 것만 같았다.

갑자기 힘들고 지친 기색이 모두 사라지고

철거하는 일이 즐겁게 느껴졌다.

내가 직접 안 했으면 못 봤을 텐데

다시 못 만났을 텐데 직접 철거하길

너무 잘하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전에 분리 작업을 하며

힘든 일도 요령이 생긴 건지 오후 일은 오전보다

힘들지도 않고, 일의 속도가 붙었다.

내일까지 진행하려던 철거 작업을

포클레인과 트럭을 1시간

작업 연장하여 하루 만에 끝을 냈고

둘째 날은 장인어른 트럭을 빌려 고철만

고물상에 실어 나르며 판매했다.


3일째는 폐목재와

남은 폐쓰레기를 치웠다.

3일 작업한 후 철거 비용은

포클레인 장비와 인건비 70만 원

2.5t 트럭 장비와 인건비 50만 원

콘크리트 신고분출 120만 원

폐쓰레기 매립장 분출 10만 원

총 250만 원 발생했지만

고철 매각으로 50만 원을 벌었으니까

최종적으로 200만 원 비용으로

직접 철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제 끝이라고 생각한

철거 작업에 또 다른 변수가 있었다.



집이 앞쪽으로 무너지면서

깔아 둔 하얀 자갈이 잿빛으로 변했고

곳곳에 유리조각과 화재 잔여물이

들어가 있어서 깔아 둔 자갈을 일부 걷었다.

한 곳에 모은 자갈의 양은 1톤 정도 되었고

한 알 한 알씩 자갈을 씻어가며

불순물을 모두 제거하는데

다시 꼬박 3일이 더 걸렸다.



3일 동안 자갈을 씻어내며

물에 퉁퉁 불어버린 두 손과

쪼그려 앉아 작업하느라..

허리통증을 남겨놓고 일이 끝이 났다.

그렇게 모든 걸 철거하고 정리하고

나서야 화재에서 벗어난 듯이

나의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내 결정으로 지붕을 무너뜨렸고

내 손으로 무너진 집을 정리했다.

나의 셋째 자식 같던 강안채를

이제는 내 손에서 멀리 놓아준 것만 같다.


그리고 아스팔트 틈새에서

피어나는 한줄기 꽃처럼

쓰레기 더미 속에서

깨지지 않고 살아있는 컵처럼

살아있는 강한 의지를 품으며

강안채는 더 멋지게 다시 태어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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