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건축상과 유명한 건축가는
마치 한여름밤의 꿈처럼..
미련 없이 깨끗이 잊기로 했다.
나는 파워 계획형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단계별로 여러 계획을
차근차근 준비하면서도
아니라고 판단되면 그 모든 계획을
머릿속에서 한 번에 다 지워버리고 잊는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않는 것처럼
나의 현재 상황에 맞지 않을 때
미련을 가지면 과거에 집착이 생기고
결국 후회가 남기 때문이다.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고
건축가는 다른 건축가로 잊는다.
유명하신 건축가를 미련 없이 잊기 위해
빠르게 다른 분을 찾아 나섰다.
먼저 최근에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계시는
아내의 지인 한 분이 계셨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살고 계시는 전원주택의
만족도를 물어보고 시공사 연락처를 받았다.
그리고 또 한 분은 목수로 일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가 잘 안다고 소개를 했다.
예전에 함께 일을 했던 분이고, 최근
전원주택을 많이 짓는다며 연락처를 받았다.
먼저 지인의 소개를 받은 대표님과
간단히 통화를 한 후
사무실로 찾아가 첫 미팅을 했다.
목소리도 인상도 너무 좋으셨고
보이는 첫 이미지는 만족스럽고,
신뢰가 가는 스타일이라고 느껴졌다.
화재로 집을 잃고 다시 새롭게
집을 짓는 나의 상황을 설명하며
원하는 집의 느낌을 설명드렸다.
마당과 외부 느낌이 어울리는 외장재와
지붕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
지붕과 외장 소재로 많이 사용되는
징크 패널 자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개인적인 생각에 집집마다 너도 나도 많이 사용해서
자재에 특별함이 없고, 예뻐 보이지 않아서
징크 패널 지붕은 선호하지를 않았다.
나는 다른 느낌에 특별한 지붕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대표님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너도 나도 많이 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어요?"
"건축을 잘 모르셔서 그렇지 징크 자재가 참 좋습니다."
징크 자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건축주가 원하지 않는 자재에 대해서
'건축 잘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시지'라는
표현은 나에게 좋은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고
앞으로 집을 짓는 과정에서 소통 문제가
많이 일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괜한 지붕에 대한 이야기만 나누다가
첫 미팅을 마쳤고, 두 번째 만남은 없다고
생각하면서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찝찝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앞으로 건축의 갈 길이 쉽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하며, 일단 두 번째 소개받은
연락처를 터치하며 빠르게 전화를 했다.
통화 신호가 한참이나 갔는데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소개받은 연락처는 두 개인데
두 개 모두 시작부터 안 풀리는구나..
또 다른 건축가를 다시 찾아야겠구나!
생각을 하며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두 번째 소개받은 연락처로 전화가 왔다.
"부재중 전화가 들어와서 연락드립니다."
"현장에서 일을 하느라, 못 받았어요"
두 번째 연락처의 대표님은
집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아니고
설계 도면에 따라 현장에서
집을 직접 지어주는 시공사 대표님이었다.
"안녕하세요, 친구 소개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제가 집을 좀 짓고 싶어서요"
간단하게 통화를 하면서 대표님은
현장에서 사무실로 복귀하는 길이라며
시간이 된다면 사무실에서 지금 바로 보자며
주소를 알려주셨고, 그렇게 급하게
우리는 첫 미팅을 가지게 되었다.
서로의 첫인상은 아마 썩 좋지는 않았다.
현장 업무를 하고 오신 대표님은
먼지 가득한 모습으로 대표님보다
현장에서 일하시는 직원 같아 보였고
나의 모습은 공기 좋고 산새 좋은 시골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모습보다는
동네 아파트에서 어린애들 키우며 사는 게
더 어울리는 30대 느낌이었다.
서로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틀에서
조금은 테두리 밖으로 나가있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자리에 앉자마자
집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지금부터 어떻게 집을 짓고 싶은지,
대표님은 지금까지 어떻게 집을 짓고 왔는지,
각자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갔고
그러는 동안 창밖이 어두워지면서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첫 미팅을 마쳤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금전적인 이야기 한번 없이
아내와 함께 이야기했던 우리의 집!
아직은 상상뿐이었지만, 내가 얘기를 꺼내는
모든 것들에 대해 뭐든 가능하다며,
건축에 불가능은 없다고 나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는 거에 그저 감사했다.
"오늘은 벌써 시간이 늦었네요"
"내일 오전에 그 현장에 제가 가볼게요"
"그곳이 어떤 곳인지 직접 보고 싶네요"
이야기를 한참 듣고 나서
적극적이고 실행이 빠르신 대표님은
성격 급한 나와 성향이 잘 맞았기도 하고
사라진 강안채의 그 공간이 궁금하셨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장소를 옮겨
우리는 철거가 되어있는 강안채 집터에서
현장 미팅을 하게 되었다.
대표님은 현장에 좀 더 일찍 도착하셨고,
막 도착해서 인사를 건네는 나에게 바로 이야기하셨다.
"일부러 좀 일찍 와서 미리 살펴봤어요"
"머릿속에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까 하면서.."
"근데 여기 있으니까, 제 마음이 편안하네요"
"여길 둘러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물어보았고,
대표님의 말 한마디에 나는 이 사람과 함께
집을 꼭 지어야겠다고 마음속 계약서에
이미 서명을 했다. 그 한마디 말은.. 바로
"제가 여기에 집 한번 제대로 지어 보고 싶네요"
처음 집을 지으려고 보니..
어떤 마음가짐으로 집을 짓는 것보다
금액이 중요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내가 생각하는 집을 짓는 것보다
설계사가 지어주는 집이라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이곳에 대한 마음으로
이곳에서 좋은 집을 함께 짓고 싶은 분을 만났다.
우리의 집을 짓고 싶어 하는 진심 담긴 마음이
나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것을 나는 그때 느꼈다.
"대표님, 저도 한마디 해도 될까요?"
.
.
"네 뭐든 해봐요. 건축은 안 되는 게 없으니까! "
.
.
"제가 집을 짓는 건 처음이지만.."
"리모델링은 여러 번 하면서 느꼈습니다"
"건축주는 돈을 적게 쓰고 싶어 하고"
"시공사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죠"
"돈을 가지고 서로 팽팽하게 대립되는데.."
"돈을 뒤로 빼고 보면 공동 목표는 하나"
"좋은 집을 함께 만드는 거예요"
"돈은 모르겠고, 우리 함께 좋은 집을 짓는걸.."
"최우선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얘기에 잠시 날 쳐다보시면서
씩 웃으면서 대답을 해 주셨다.
" 제가 이일을 오래 하면서.."
"집 한 채 지을 때 둘 중에 하나는 남아야 되거든요?"
"돈이 남거나, 사람이 남거나 인데.."
"이번 집은 왠지 사람이 남겠네요~"
.
어린 왕자로 유명한 작가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건축주와 시공사는 서로 사랑은 아니지만
짧은 시간 동행하며 단순히 돈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 공동의 목표!
좋은 집을 짓겠다는 것!
그렇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새롭게 지어지는 강안채의 공사 모습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