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 Combat Lifesaver Course
앞서 카슈미르에서 활동할 때, 간혹 현지인들이 먹을 것을 권했는데 위생 이슈로 난감한 적이 있었다.
나도 현지인처럼 손으로 먹어야 그들이 좋아하고 처음 서먹한 분위기도 나아지는 아이스 브레이커 작용도 할텐데, 솔직히 엄두가 안 날때가 있었다.
아프가니스탄 와서 우연히 알게 된 미군 군의관 덕에 해법을 찾았다. 손세정액, 이것만 있으면 배탈 날 일이 없을거야. 나중에 코로나 19 유행이후 우리에게 널리 알려졌지만....
캠프 에거스 생활은 마치 작은 공간 속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12시간 근무의 고된 일상이 매일 반복되고, 반경 백 미터 안에서 끝없이 돌아가는 다람쥐 쳇바퀴 같았다.
뭐라도 하나 더 배워야 할 것만 같던 차에 그 군의관의 권유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미군의 컴뱃 라이프세이버Combat Lifesaver 코스였다.
응급처치 요원 양성 훈련과 비슷한 이 과정은 전장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술을 배우는 프로그램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왜 ‘도전’이라고 했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40시간에 달하는 코스와 아이비라 불리는 정맥주사IV 실습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그 이유를 깨달았다.
나같은 생판 초짜가 다른 사람에게 주사를 놓는다고, 그게 가능해? 그 생각만으로도 손에 땀이 났다.
코스는 이론 교육으로 시작해 응급처치의 기본을 익히는 과정을 거쳤다. 지혈대를 사용한 부상 부위 지혈법, CPR로 알려진 심폐소생술까지 다양한 실습이 이어졌다.
특히 총상처럼 전장에서 흔한 흉부 외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압박 붕대 처치는 실제로 동료를 도울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었다. 2인 1개 조로 나누어 서로 돌아가며 숙달해나갔다.
마지막, 코스의 하이라이트! 정맥주사. 약액을 빠른 시간 내에 심장을 거쳐 필요한 부위에 신속하게 도달시키기 위해 직접 정맥에 주사하는 것이다.
전장에서 발생한 부상자에 대한 처치이므로 반응이나 약효가 확실하거나 빨리 나타나야 하는 응급 상황일 때 유용한 처치 법이다.긴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른 대부분의 과목처럼 마네킹을 대상으로 한 실습이면 좋으련만 실제 사람의 팔에 주사를 놓는 것이었으니, 어찌 경직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이가 많아 보이는 미군 중사와 짝이 되었다.
나이 얘기를 잠깐 해보면, 미국이 이곳과 이라크 두 곳에 전쟁을 벌인 탓에 당연히 예비역이 투입되어 부족한 인력을 채웠다. 어떤 이들은 50대를 넘어 60대로 보이기까지 한다.
평생 꾸준한 체력단련PT 덕에 미군은 나이가 들어도 단단함과 기민함이 배어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많은 나이로 정말 몸짓이 둔해 보이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인원이 부족하긴 한가 보다.
인간사 복불복이라 했던가. 그 중사는 팔이 통통하고 살짝 비만이어서 정맥이 실핏줄처럼 가늘어 보여 찾기가 어려웠다.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십니까!’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차분하게 집중해야 했다.
반대로 중사는 아마 내 팔을 보고 웃었을지도 모른다. 마른 편인 내 정맥은 뚜렷히 굵고 퍼렇게 드러나 있었으니 말이다. 아마 나를 쉽게 실습할 수 있는 행운의 상대로 생각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나는 성공했다. 한 번에 정확히 정맥을 찾아 주사를 놓을 수 있었고, 그 순간의 뿌듯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전장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그때 실감했다. 인생의 많은 순간이 그렇듯이, 실전에서 익힌 기술은 그 어떤 이론보다도 강력하게 남아있다.
이 코스를 통해 배운 것은 단순한 응급처치술만이 아니었다. 책임감과 자신감을 동시에 얻었고, 그로 인해 앞으로의 역할에서도 더 큰 용기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