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이름, 우리 이름 영문 표기 팁

성sung이라 불러다오

by 다문화인

카슈미르 유엔 정전감시초소에서 유럽 출신 장교 크리스토퍼, 프란세스코와 근무했다.

크리스토퍼는 나보다 약간 큰 키에 건장한 체격을 가진 슈퍼맨처럼 생겼지만, 마음 씀씀이가 친절하고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지만 발음도 좋고 한마디로 셀럽 같은 스타일이다.


프란세스코는 이름에서 풍기듯 독실한 가톨릭 신자 같은 용모와 작은 키에 희끗희끗한 턱수염이 인상적인데 왠지 독특한 북유럽 억양과 끊어 발음하기에 특화된, 때론 냉소적인 분위기를 지닌 동료다.


각자 할 일을 알아서 하고, 분위기 좋은 근무지다. 임무 중에,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그들과 대화하면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문화에 대해서도 배운다.


크리스토퍼는 나를 "킬로 시에라"라고 부른다. 프란세스코는 내 이름이 익숙하지 않은지, 호칭하지 않고 그냥 말하는 편이고. 난 자기들 이름 길어도 그대로 부르는구먼. 물론 그렇게 길고 짧다는 건 우리 관점일 수 있다.


외국인은 우리나라 사람 이름을 부르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영어, 불어처럼 라틴문자를 사용하는 언어권 사람은 독특한 우리말 발음이 쉽지 않을 수밖에.


크리스토퍼는 내 이름 '귀성' 발음이 어려우니 영어 이름 Kwi Sung의 첫 글자를 따서 '킬로(K) 시에라(S)'라고 부르는 것이다. 물론 서툴지만 이름 그대로 부르려고 애쓰는 친구들도 있다.


우리가 아는 알파벳 K[케이]를 킬로, S[에스]를 시에라로 부르는 것은 음성부호라는 게 있어서인데, 들어봤을 것이다. A[에이], B[비이], C[씨이] 대신 Alpha '알파', Bravo '브라보', Charlie '찰리'. 이는 무선 통신 등 소음 속 또는 일상생활에서 발음이 유사한 알파벳을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약속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 동료 더그가 나를 "KTC[케이티씨]"로 불렀다. 내가 조종사였던 탓에 Korean Tom Cruise라며!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영화 '탑건'에 나와서 그렇게 과분하게 불러줬고. 나야 좋았지만 어쨌든 글로벌 호칭이 참 여러 가지고 외국인은 우리 이름 부르기를 어려워한다.




여러 경험상 외국인이 우리 이름을 잘 기억하게 돕는 방법이 있다면,

먼저, 영어 닉네임 정하기.

이렇게 하는 사람을 적잖이 봤는데, 자신의 이름 발음과 유사한 영어식 애칭을 쓴다. 예컨대 이름이 '영삼'이라면 '삼'을 빼닮은 Sam[샘]으로 불러달라 하는 식이다. 이렇게 찰떡같이 비슷한 예가 없어도 뭐 비슷한 애칭을 쓰거나, 주변 동료들이 지어줄 수도 있고.


그다음은, 이름 2음절 중 발음하기 좋은 하나를 부르라고 하기.

가령 나 같으면 Kwi Sung 중 Sung으로 하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도 자신의 긴 이름보다 다가가기 편하고 친근감을 주는 닉네임이나 숏네임을 사용하지 않는가, 발음하기나 듣기 쉽게. 동료 크리스토퍼Christopher는 크리스Chris로, 프란세스코Francesco는 프랭크Frank로 부르듯이 말이다.

'성'을 국어 로마자 표기법에 나온 seong으로 쓸 수 있지만 sung은 세계적인 브랜드 sam'sung'에 있고, sing의 과거분사인 sung에도 외국인 발음이 익숙할 테니까.


마지막 방법은, 외국 사람과 정말 친해져서 힘들어도 내 이름 그대로를 안부를 수 없게 만들기.

나는 두 번째 팁을 주로 썼다. '귀성' 발음이 어려우니, 성(Sung)이라고 불러달라고. 그런데 외국인은 '장'이 더 편한 모양이다. 성은 '귀'에 붙어있어서 그마저도 어려운지. 그래서 나는 체념하고 장이라 부르라고 하는 적도 있다.



우리 이름을 영어로 표기하는 스타일이 여러 가지다. 영어는 우리 것이 아니므로 당연하다. 어떤 이는 우리 이름을 한자씩 떼서 Kwi Sung Chang이라고 쓰기도 하는데, Sung을 미들 네임처럼 볼 수 있어서 권하고 싶지 않다.


그럼 붙이면 KwiSung Chang. 이름이 한 단어로 되지만 S가 중간에 대문자인 것은 맞지 않아 보인다.


아니면 Kwi sung Chang. 여기서는 sung이 떨어져 있는 단어인데 소문자로 시작한 것 역시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영어 이름 순서를 따르면 이름이 먼저 와서 Kwisung Chang이지만, 우리 이름인데 우리가 쓰는 대로 성-이름순으로 써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 Chang Kwisung.


하지만 앞서 말했듯 외국인은 우리말 2음절이지만 생소한 언어 모양과 발음에 어려워하므로 ‘-’를 이용해 띄워주면 한 음절씩 구분되어 외국인이 조금 덜 어려워하더라. Chang Kwi-sung으로.


그런데 세계의 이름은 성-이름순이든 이름-성순이든 단어 두, 세 개로 단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도 많다.

예를 들어,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Mohammed Bin Salman Bin Abdulaziz Al Saud’.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인 빈살만 왕세자라 불리는 이의 성명이다. 참 길다. 어느 것이 성인지 구분할 수 있나?


무함마드는 이 왕세자의 이름, 빈은 누구의 아들이란 의미로 현 국왕인 살만 왕의 아들이란 뜻이고, 그의 아버지 살만은 압둘아지즈의 아들이며, 맨 뒤는 사우드 가문이다.


오래전 코미디 프로그램에 나오던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이 떠오른다. 갓난아이의 장수를 기원하느라 이름을 길게 지었다고.


따라서 성을 대문자로 쓰면 그게 앞에 있든 뒤에 있든 쉽게 구분이 된다. CHANG Kwi-sung 이렇게!

내 생각과 같은 이가 있었다. 유엔 홈페이지에서 봤다. 'BAN Ki-moon'.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름도 이런 식으로 쓰여 있었다.

* 유엔 라이브러리 (https://www.jstor.org/stable/community.27645952)


뭐 어떤 스타일로 쓰건 본인의 선택이지만 참고했으면 바라고, 특히 어린이 영문 이름 처음 지어줄 때나 여권 만들기 전이라면….




이라크인의 이름은 영어로 표기할 때 여기저기 달라 보였다. 이라크 박물관에서 앗시리아왕 아다드 나라리 3세Adad Narari III를 봤는데, 같은 박물관 내에 있는 설명에서 Narari, Nirari, 이름 영문 표기가 다르다. 오탈자일까?


현재 사람들의 표기도 비슷하다. 우리 방산업체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번 만났던 이라크 정부 관료이자 군수업체 대표였던 머드허 씨가 있는데, 최근 명함의 이름 Mudherher Sadeq Al-Tameemi와 처음 받았던 명함의 이름 Mudher Sadiq Al-Timemie가 다르다.


명함 주문하면서 새로이 바꿨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이것이 여권상 이름과도 다르다. 주로 모음이긴 하지만, 생소했다. 우리는 앱으로 뭘 조금만 가입하려 해도 여권 이름과 다르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지 않는가.


또한 이슬람권 최애 이름인 '무함마드'도 Mohammed, Muhammed, Mohammad, 등등 다르게 쓸 때가 많다. 그래서 현지 직원인 야신에게 대체 그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모음이 세분되어있지 않은 아랍어 특성이 원인이지 않나 싶고, 영어보다는 자신의 아랍어 표기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관념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선진 세계 시민으로서 인류가 사는 세상 여기저기에 문화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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